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정치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대통령 ‘비선 실세’를 둘러싼 부패와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화여대 당국이 ‘승마 특기자’로 입학한 최순실의 딸에게 온갖 특혜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정윤회의 딸 정모 씨는 2015년 ‘승마 특기자’로 입학했다. 그동안 승마 특기자로 입학한 학생은 정모 씨를 비롯해 단 둘밖에 되지 않는다. 정모 씨는 학교 당국이 2014년 체육 특기자 입학 규정에 승마까지 포함하도록 학칙을 개정한 직후에 입학했고, 이 때문에 학교 당국이 최순실의 딸을 위해 학칙을 변경한 것은 아니냐 하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6일 〈한겨레〉는 정모 씨가 2015년 이화여대에 입학한 후 수업은커녕 학교에 거의 나온 적이 없다는 정황을 폭로했다. 2016년 1학기에 정모 씨의 지도교수가 제적 위험을 경고하자 최순실과 정모 씨가 지도교수를 찾아가 득달같이 항의했고, 이날 바로 지도교수가 교체됐다고 한다. 이후 학교에 나온 적이 없는 정모 씨는 2016년 1학기에 2.1이라는 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한겨레〉의 폭로만 보더라도 정모 씨는 평범한 이화여대 학생들과 비교해 특혜를 받아 왔다. 보통의 학생들은 6번 결석하면 칼같이 F학점을 받는다. 학점 경쟁이 심해지면서 출결과 지각이 학점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해 주말에 잡히는 보강까지 꾸역꾸역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모 씨는 학교에 온 적도 없다는데 2.1 학점을 취득한 건 완전한 특별 대우다. 학교 당국은 무슨 기준으로 학점을 준 것인지, 〈한겨레〉의 폭로가 맞다면 수업을 들은 적이 없는데 출석은 어떻게 대체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또한 정모 씨의 지도교수가 교체된 것도 어떤 이유에서, 누가 지시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최순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지도교수가 교체됐다면 압력을 넣는 책임자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권력의 핵심부인 최순실의 딸 문제를 그저 일개 교수가 좌지우지 했을까? 최경희 총장을 비롯한 학교 당국의 핵심적 권력자들이 최순실 딸에 대해 ‘봐주기’를 하면서 사실상 정부에 아첨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경희 총장이 박근혜 정부에게 아첨해 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일이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미르재단-이화여대 당국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미르재단이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에게 쌀가공식품 시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후, 한두 달 후 농림부가 이화여대와 쌀가공품식품 시제품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학교 당국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의혹에 대해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다. 최경희 총장은 최대한 조용히 자세를 낮추며 소나기가 지나가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최순실 딸 특혜 관련 의혹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본관 점거 농성의 지도력 갱신이 절실하다

총장 사퇴 운동은 최경희의 이런 약점을 찔러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위기와 정부와 유착된 최경희 총장과 이화여대 권력자들의 문제점을 폭로하며 총장 퇴진 운동을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총장 사퇴 운동이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본관 농성 조직자들은 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공상적인 집착에 빠져서 최경희 총장의 이런 약점 제대로 폭로하며 운동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본관 농성 조직자들 사이에서도 국정감사에 좀더 적극 대응하자는 쪽과 이에 소극적인 쪽이 시위의 정치화 문제로 분열해서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본관 농성 조직자들의 정치 거부는 ‘운동권’ 거부와 연결됐고, 이는 연대 거부라는 논리적 결론으로 이어져 왔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에 수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냈지만 정작 본관 농성 조직자들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운동의 폭을 좁혀 왔다. 전국의 총학생회들이 지지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도 거부하고, 정의당 연세대 학생위원회가 붙인 지지 대자보도 떼버리려 했다.

이 때문에 학교 당국과 경찰 등이 이화여대 학생들을 비난하고 고립시키려 할 때, 외부에서 이화여대 학생들을 방어해 주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연대는 단지 이화여대 담벼락 밖과의 연대만의 의미하지 않는다. 이화여대 안에서도 총장 사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 연대가 구축돼야 했다. 그러나 본관 농성 조직자들은 편협하고 배타적으로 자신과 다른 의견들을 마녀사냥하고 배척했다. 심지어 노동자연대 이대모임이 경찰의 본관 농성 혐의자 소환을 규탄하는 성명을 이화이언에 공유하자, 이들은 환영하기는커녕 그 글에 비공감과 신고를 먹여 글을 올릴 수 없게 배제하는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삭제하게 만들어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입을 막아버리는 지독히 비민주적인 방식이 횡행했다.

본관 농성 조직자들은 노동자연대 이대모임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마녀사냥 하며 총장 사퇴 운동의 진지한 일부까지 내쳐 왔다.

최근에는 본관 농성에 참가한 한 이화인이 ‘사이비 종교’를 전도하려 했다면서 쫓겨났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운동에서 배제하는 것은 ‘잘못된 믿음을 버려라’는 계몽주의적이고 오만한 태도다.

또 지금도 학내 독립언론 ‘이대알리’가 보도했던 7월 30일 경찰 대치 당시 사진이 경찰 소환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마녀사냥 하고 있다. ‘이대알리’가 사용한 사진들은 학생들 얼굴이 대체로 모자이크 처리돼 있는데다, 학생들의 얼굴을 완전히 노출시켰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말이다. 심지어 이들은 학내에 비치된 ‘이대알리’ 잡지를 자신들이 무단으로 철거했다! 이화이언 내 일부는 운동권 배제와 정치를 배제하는 “순수주의”를 비판한 ‘이대알리’ 편집장의 머리말을 문제삼아 ‘이대알리도 운동권이다’며 마녀사냥에 명분을 더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연합 동아리가 교수와의 간담회 도중, 그 주변을 소란스럽게 지나갔다는 글이 올라오자 어느 연합 동아리인지 추측성 글들이 난무했고, 이 과정에서 사실 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단체를 무조건 몰아가는 마녀사냥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총장 사퇴 운동이 잘 풀리지 않자 최근 본관 농성 조직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신뢰가 깨지고 분열하는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운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 총장 사퇴 운동의 중심에 있는 본관 점거 농성의 지도력이 갱신돼야 한다. 개방적으로 연대를 모아 운동을 강력하게 만들면서 현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 최경희 총장을 궁지에 몰아갈 지도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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