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정부는 유가족에게 사과하기는커녕 부검을 강요하고 있다. 검찰총장 김수남은 “사망의 과학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증인, 당시 상황을 담은 수많은 영상과 사진, 3백14일 동안 서울대병원이 실시한 CT·MRI 검사 등 상세한 의무기록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경찰조차 “물대포에 의한 외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법의학 교과서에도 백남기 농민과 같은 경우 부검이 필요 없음을 명기한다”며 정부의 부검 시도가 터무니없다고 지적한다.

10월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이미진

그런데도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과 보수 언론은 국가 폭력에 대한 분노를 돌리기 위해 집회 참가자의 폭행에 의한 사망 의혹을 제기한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지만, 박근혜 정부의 ‘뉴스를 뉴스로 덮기’ 수법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그 결과가 대중적 불신이다. 박근혜의 지지율은 2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경찰은 영장 집행 의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지금 백남기투쟁본부는 부검 영장의 효력이 만료되는 10월 25일까지 장례식장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유가족 동의를 전제로 한 부검 영장이라는 점을 분명히한데다가 철도·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 부검을 위해 시신을 탈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중총궐기

정부가 나서서 부검 논란을 일으키며 쟁점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것에 맞서 백남기투쟁본부와 유가족이 살인 진압 책임자 처벌과 특검 실시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그런데 상설특검을 추진하겠다던 더민주당은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새누리당 눈치를 보며 법사위로 넘겼다. 법사위는 새누리당이 다수라 상설특검은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 없이는 추진할 수 없게 됐다. 더민주당은 세월호특별법 개정 때와 마찬가지로 유가족 앞에서 특검 추진을 약속해 놓고는 뒤통수를 친 것이다. 여기서도 더민주당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살해됐음이 너무도 명백하기에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증거만으로도 책임자로 지목된 전 경찰청장 강신명은 처벌돼야 마땅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찰 물대포에 서울시 수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서 보듯이, ‘살인’ 물대포 사용에 대한 분노는 매우 높고 박근혜 정부의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최근 백남기 추모대회에서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박근혜 정부에 맞선 철도·화물 노동자들의 파업과 “살인 정권에 책임을 묻는 투쟁”이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인 백도라지 씨도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민주노총 노동자들도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과 국가 폭력 재발 방지”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유가족의 요구를 받아 ‘책임자 처벌과 특검 실시’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를 조직하고 있다. 노동개악에 맞선 노동자 투쟁과 살인 진압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이 결합되는 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