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이용식 교수는 (보수 단체가 연 것으로 추정되는) 한 집회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을 숨지게 한 것은 물대포가 아니라 ‘빨간 우의’ 남성의 가격 때문이라는 허황된 주장을 했다. 정부와 경찰이 국가 권력의 폭력을 은폐하는 것에 ‘전문의’와 ‘교수’라는 권위를 내세워 앞장선 것이다.

이런 주장을 광화문 한복판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정부의 뻔뻔함 덕분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 폭력으로 희생된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장례식장 주변에 경찰력을 투입하고 부검 협박을 했다. 정부가 버티자 우익들이 말도 안 되는 루머나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길승 녹색병원 이사장이 인터뷰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망사건 중 이렇게 많은 목격자와 영상기록, 의무기록을 남긴 죽음은 지금까지 없었다”(〈한겨레〉 10월 18일 자)고 말할 정도로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경찰 물대포로 인한 것이 명백하다.

노동자연대 건국대모임은 박근혜 정부의 국가 폭력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또한 건국대 학생으로서 이용식 교수의 왜곡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0월 13일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해 학내 곳곳에 게시했다. 또한 즉각 학내 여러 단체들에게 공동성명서와 공동기자회견을 제안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 건국대학교 중앙역사학회 얼, 건국대 중앙사회과학동아리 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평화나비 건국대지부 쿠터플라이, 청년하다 건국대지부, 인간과 사회를 위한 교양공동체 ‘쿰’ 건국대지부 등의 학내단체가 동참해서 10월 14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들은 학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6년 10월 18일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학생 12명이 참석했고, 〈건대신문〉을 포함해 〈연합뉴스〉, 〈뉴스1〉, 〈한겨레〉, 〈한국일보〉 등 여러 언론이 취재했다.

학생들은 국가폭력을 규탄하고 이용식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의 황진서 학생은 “2년 6개월 전 세월호 참사 때는 가라앉는 배의 국민들을 방치해서 죽게 하더니 지난해 11월에는 집회결사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국민을 물대포로 쏘아 죽였다”며 국가의 무능함과 폭력성을 폭로했다. 이어서 “일베에서나 제기되는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의사로서의 직업윤리마저 저버린” 이용식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청년하다’ 건국대 지부의 신동주 학생은 자신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밤샘 농성을 하면서 경찰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고 부검 영장을 신청하는 것을 보며 정부의 폭력성과 비상식을 다시 한 번 마주했다고 말했다. 또 "진실을 밝히기 위한 행동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나는 기자회견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이 민중총궐기에서 외쳤던 노동개악 반대, 공공서비스 민영화 반대 등의 요구들을 지지하며 계속 싸워 나가겠다. 부패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권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 서민들에게 떠넘길 자격이 없다. 우리는 노동기본권이 보장받는 사회,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 하고 발언했다.

사회를 맡은 김무석 학생(노동자연대 건국대모임 회원)은 기자회견이 끝날 때, 지난해 백남기 농민이 참가했던 민중총궐기에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자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뒤 이용식 교수의 교수연구실로 항의방문도 했다. 건대병원 직원들이 학생들을 막으려했지만 항의를 한 끝에 교수연구실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이용식 교수는 교수연구실에 없었지만, 우리는 문과 벽 등에 이용식 교수를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와 손팻말을 부착해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학생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서 “함께하면 더 잘 싸울 수 있다는 것과, 우리가 주장하는 게 있을 때 누군가 방해하면 맞서 싸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행동에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주변에서 응원해 주고 관심 있게 보는 학생들이 많았다”라며 뿌듯해 했다.

기자회견 소식은 곧바로 〈건대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들에 실렸다. 특히 〈건대신문〉 페이스북에서는 많은 학우들이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경찰의 물대포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하고, 건국대학교 교수가 “빨간 우의설”과 같은 허황된 주장을 퍼뜨리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 분노를 단순히 학내에서 이용식 교수를 향한 것으로 국한하지 않고, 고(故) 백남기 농민이 민중총궐기에서 외쳤던 요구들을 이어받아 더 큰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