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촛불 명령이다! 2월 탄핵·특검 연장,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 탄핵 촉구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규모였다. 지난주의 두 배다. 박근혜 일당과 우익들의 조잡한 반격에 분노한 75만 명이 광화문에 모였다.[주최(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측 발표: 서울 75만 포함 전국 80만 6천 명] 집회 후에는 수십만 명이 청와대를 세 방향에서 행진해 포위했다. 이 대열은 다시 헌법재판소로 향해 ‘2월 탄핵’을 요구했다.

이것은 1월 하순부터 본격화된 우익들의 공세에 사람들이 경각심을 크게 느꼈음을 보여 준다. 자칫 뜻하지 않은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무대에서는 몇몇 발언자가 국회 탄핵 이후 ‘다 끝났다’고 생각한 것을 뉘우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 박근혜 일당의 뻔뻔한 반격에 얼마나 분노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박근혜가 탄핵 반대 집회가 더 많다고 거짓부렁을 하고 우익과 보수 언론이 마치 ‘촛불 vs 태극기’가 팽팽한 탄핵 찬반 대결을 하는 듯이 보도하는 것에도 분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도대체 악행과 부패 때문에 압도적 여론과 대중 시위로 탄핵으로 내몰린 권력자가 ‘나를 지지하는 시위가 고맙다’며 부패한 권력을 뻔뻔하게 이어가려는데, 누군들 참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바로 그 정권을 스스로의 힘으로 무너뜨리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 아닌가? 따라서 모욕감은 ‘해 봐야 안 된다’는 냉소와 좌절이 아니라, 분노와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 분노가 오늘 75만 대중이 표출한 정서였다. 4년 내내 노동자·민중을 천대하고 모욕한 것도 모자라 바로 그 때문에 권좌에서 쫓겨나기 직전으로 내몰린 상황에서도 그 작태를 멈추지 않는 권력자에게 정권 퇴진과 단죄의 의지가 전혀 식지 않았음을 보여 주려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앞까지 행진해 ‘박근혜 즉각 퇴진, 헌재 신속 탄핵’이라고 적힌 소원지를 태우는 참가자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오늘 집회와 행진에서 가장 지지를 받은 구호는 ‘박근혜 탄핵하라’보다도 ‘박근혜 구속하라’, ‘박근혜를 감옥으로’였다. 방송차 사회자가 ‘박근혜를 탄핵하라’ 구호를 외치면 대열에서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지난주보다 더 많았다.) 당연히 특검 수사 기한을 연장하라는 구호도 큰 지지를 받았다. 박근혜 구속 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악행의 계승자이자, 특검 수사 기한 연장에 부정적인 황교안도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과 구호가 곳곳에서 나왔고 호응을 얻었다.

본대회에서 사회자가 ‘올해 4월 세월호 참사 3주기는 박근혜를 구속시키고 맞아야 되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격한 함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오늘 참가자들은 행진에도 대거 참가했다. 집회 본무대에서 행진 선포가 시작되기도 전에 수천 명이 청운동 길로 행진을 시작해버렸다. 오늘 청와대 방향 청운동 길, 효자동 길, 삼청동 길은 모두 사람들로 가득 찼고, 특히 청운동 길은 빽빽이 들어차 육안으로는 규모를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참가자들은 거의 흩어지지 않고 헌재로 향했다. 삼청동 행진 후 큰 길로 나온 한 청년 일행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머지가 늘 그랬다는 듯이 시내 쪽으로 향하자, 일행 한 명이 ‘오늘은 헌재로 간다(그러니 가야 한다)’고 일행을 붙잡았고, 이들은 곧바로 헌재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2월 탄핵, 박근혜·황교안 퇴진·구속, 특검 연장”이 청와대와 헌재 앞 도로를 가득 채웠다. 안국동 로터리부터 경복궁역 부근까지 율곡로 대로를 새카맣게 메우며 가는 촛불의 행렬은 감동 그 자체였다. 오늘 유난히 밝던 보름달도 이보다 빛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대열이 헌재 앞 안국역 도로로 도착하자, 방송차 사회자가 외쳤다. “오늘 73만이 모였다고 합니다. 여러분, 이것이 민심입니다!”

한편, 현재 정국의 날카로운 정치적 대결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이 운동의 바탕에 깔린 불평등한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행동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깨달음이 더한층의 정치적 각성과 급진적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좌파가 해야 할 일이 많다.

2~3월은 비상한 각오로 우리 모두 거리로 나서자!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

[1박2일 행진] 박근혜-재벌총수 구속! 새로운 세상, 길을 걷자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 탄압 없는 세상 만드는 1박2일 대행진

박근혜 정권 퇴진 시위가 처음으로 1박 2일로 행진을 공식 진행했다. 특검에서 출발해 삼성 본관, 법원, 국회를 거쳐 광화문으로 오는 1박 2일 행진이 그것이다.(“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 탄압 없는 세상 만드는 1박2일 대행진”)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좌파 단체들이 이를 주도했다.

첫날인 2월 10일은 5백여 명이 역삼역 특검 사무실 앞에서 시작해 서초동 법원 앞까지 행진했다. 주요 구호는 “특검 연장으로 박근혜를 구속하라, 이재용을 구속하라!”, “재벌 총수 구속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이었다.

테헤란로를 횡단해 법원까지 간 행진은 강남 한복판에서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고 행진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었다. (테헤란로가 대체로 그렇지만, 특히) 행진 코스 중 강남역은 한국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삼성 본관 등 대기업 본사들이 있는 곳이다.

상징적이게도, 이날 행진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기아차사내하청분회, 유성지회, 쌍용차지회 등 재벌 기업들 소속 노동자들이 주된 구성이었다. 이 기업들의 다수는 박근혜 정권과 유착 스캔들로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다. 노동자들은 이들의 탄압에 맞서 왔다.

집회 직전에 현대차, 기아차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2심에서 6백50명 전원이 승소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불법 기간 동안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을 체불임금으로 보고 전액하고 그 지연 이자도 내라는 것이었다. 이 판결이 집회 참가자들을 고무했다.

이틀째에는 국회 앞에서 4백여 명이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에서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오늘은 금속 갑을오토텍지회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유성지회, 기아비정규직, 삼성전자, 쌍용차, 동양시멘트, 희망연대노조 등 노동자들과 급진좌파 단체들, 홍보를 듣고 함께하러 온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가자, 광장으로!”, “박근혜를 감옥으로”, “끝까지 간다”, “이재용을 구속하라” 등 소원이 적힌 대나무 만장을 앞세우고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충정로·서대문을 거쳐 광화문 본무대 앞까지 행진했다.

건널목에서 대기하던 시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박수를 보내거나 구호를 따라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세월호 배지를 가슴에 달고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3명이 거리에 멈춰 서서 방송차 연설을 경청했다. 공덕역에서 폐지를 정리하던 한 노인이 ‘투쟁’을 같이 외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차량이 많은 길인데도 다들 멈춰 대기하면서 행진 대열을 유심히 지켜 봤다.

1박2일 행진 마무리 집회

갑을오토텍 노동자 70여 명을 비롯해 유성기업, 삼성전자서비스, 기아차 등에서 투쟁하고 있는 작업장의 노동자들이 1박2일 행진을 마치고 오후 4시경에 광화문으로 들어왔다. 광화문광장에 이미 와 있던 시민들이 박수와 연호를 보냈다.

곧장 광화문광장 북단 본무대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주변 시민들이 수백 명 함께했다. 대나무 만장 수십 개가 대열 양 옆에 섰다. 여러 작업장을 대표하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세상 노동 선언문’을 낭독했다.

“노동 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고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부당하게 해고하거나 노조를 탄압하면 아예 기업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자. 특권과 불평등에 맞서 일어난 촛불이 대통령 한 명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자.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이미 본무대로 모이기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오후 3시] ‘더 이상은 못 참겠다, 헌재는 탄핵하라!’ 탄핵 촉구 시민 대회

오후 3시 헌법재판소 앞 안국역 교차로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주관은 박근혜정권퇴진 서울행동)로 ‘탄핵 촉구 시민대회’가 열렸다. 헌재 앞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사전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날 집회에 3백여 명이 모였고, 박진(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 한충목(서울진보연대 상임대표) 등 연설자들은 모두 헌재가 조기에 탄핵을 인용할 것을 강조했다

최미진(노동자연대 활동가, 서울퇴진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연설에서, 박근혜 일당과 우파가 반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다시 거리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황교안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두고 말 그대로 “염병하네”라며, 황교안은 박근혜의 공범으로 함께 퇴진해야 마땅한 자라며 그의 퇴진을 촉구했다.

집회가 끝나고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는데, 시민들의 호응이 컸고 그 과정에서 행진 규모가 시작 때보다 더 커졌다.

[오후 3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0주기 추모 행사

오후 3시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0주기 추모 행사”가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10년 전인 2007년 2월 11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로 억울하게 구금돼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참사는 당시 정부가 대대적으로 벌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이 낳은 비극이었고, 감옥보다 못한 외국인’보호소’의 실상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추모 행사 참가자들은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정부의 야만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음을 규탄했다. 정부는 올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참가해 직접 리플릿을 배포했는데, 이를 보고 주변에 나눠 주겠다며 여러 장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촛불집회에 참가하려고 근처를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위선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한국 사회에 필요해서 [정부는] 우리를 데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법·제도는 강제 노동을 강요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강제 추방시키고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시킨다. 그 안에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도 연단에 올라 연설하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연단을 둘러싼 사람들이 1백여 명 가까이 늘어났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어디서든 일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직장 이동의 자유조차 없는 반노동·반인권적 제도[고용허가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대표는 참사 당시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싸워서 이 정부를 탄핵하고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 그러나 [새 정권에서도] 이주노동자를 인간 이하로 대접하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바라는 사회가 결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중단, 외국인보호소 폐쇄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오후 4시 30분] ‘물러나쇼’ 공연과 정치 발언들

세월호 유가족 50여 명이 대열 맨 앞으로 들어와 자리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사회자는 “이미 지난주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광화문 사거리가 가득 찼다고 합니다!” 하고 신나는 소식을 알렸다.

서울, 경기도, 부산, 제주도 등 곳곳에서 온 대학생들의 노래로 시작해 여러 가지 공연이 이어졌다. 날씨가 추웠지만 음악에 맞춰 팻말이나 노란색 풍선을 흔드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다.

공연 중간 중간 이어진 발언들이 고무적이었다.

‘경주에 있는 월성 핵발전소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던 계획이 재판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을 알리자 큰 박수가 나왔다. 더디지만, 촛불의 힘으로 하나씩 해결되는 박근혜 적폐들도 있는 것이다.

“김영한 업무 수첩을 보면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결정에 청와대가 관여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제 청와대가 무력해지자 사법부가 청와대의 결정에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촛불의 힘이 만들어 낸 것이다!”(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사무처장) 

같은 시각 광화문광장 중간에 차려진 ‘잘 가라 핵발전소 1천만 서명운동’ 주변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의 발언도 응원의 박수를 여러 번 받았다.

“한국 정부는 실업률이 올라가면 이주노동자 탓이라고 하고,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항상 감시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이주노동자를 탄압하는 수단일 뿐이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낮은 임금을 강요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하루 빨리 물러나라!”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린 우다야 라이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민영화 된 지하철 9호선에서 청소를 하는 한 여성 노동자의 발언도 호응이 컸다.

“천만 서울 시민들의 발인 지하철이 민간 기업이라는 게 말이 되나. 9호선 청소 노동자들의 급여는 다른 호선에 비해 한 달에 50만 원이나 낮다. 그런데도 민주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고용 승계를 안 해주고 있다. 노조 활동은 죄가 아니다”

이 시간에는 이밖에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합동 버스킹과 정의당 정당 연설회가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연이어 열렸다. 계단을 가득 메운 1천여 명 앞에서 박근혜 정책을 폐기해야 하고 그 민심을 제대로 받아 안지 않는 야당들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박원석 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의 말처럼, 촛불이 원하는 것은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 잡고 … [양극화와] 특권이 세습되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대통령 얼굴만 바뀌는, 집권당 [상징] 색깔만 바뀌는 정권 교대가 아닌” 것이다.

[오후 6시] 본 대회

오늘 본 대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규모였다. 올해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퇴진행동 자원활동가들이 “여기 멈춰 서시면 안 돼요, 빨리 이동하세요" 하며 광화문 역 출구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안내했다. '헌재에 탄핵 촉구 엽서 쓰기', '이석기 의원 석방 요구 서명', '윤병세 외무장관 해임 요구 청원' 등 몇 주 동안 광장에서 진행되던 캠페인들은 대거 차도로 옮겨서 진행됐다. 광장이 오후 4시 넘어서부터 가득 찼기 때문이다.

차도도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차도에 앉아서도 무대와 화면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 "앉아 주세요" 하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평소보다 더 많이 들렸다. 특히 청와대 행진 방향 맨 앞에 해당하는 정부청사 앞에는 광장만큼이나 빡빡하게 들어차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양해를 구해야 할 정도였다. 자원활동가들은 모금함을 높이 들고 다녀야 했다.

본무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광화문 사거리~동화면세점 앞 차도에도 최근 들어 가장 큰 규모로 사람들이 대열 지어 앉아서 본무대 화면을 주시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빡빡하게 들어찼지만, 그 분위기는 흥겹고 무엇보다 힘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잘 모르는 음악에도 몸을 흔들고, 무대 발언에 적극 호응했다.

오늘 본 대회에서는 박근혜의 탄핵 지연을 비판하는 발언과 구호가 큰 호응을 받았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박근혜가 있어야 권력과 돈을 지키는 집단이 범죄자 박근혜를 비호하며 여론 조작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버티고 있는 박근혜에 맞서 모였다!” 하고 발언하자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

지난 주에 촛불은 탄핵보다 대선에 기웃거리기 바쁜 야당에 일침을 날린 바 있다. 이번 주 촛불은 박근혜뿐 아니라 그의 정책도 함께 폐기해야 한다고 전하며 또다시 야당에 일침을 날렸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갓난아이를 죽게 만들고, 환경을 파괴하고, 의료민영화를 부추기는 최악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법안이다. 그런데 야당의 어떤 유력 대선 후보는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요구하며 서명까지 했고 주요 야당들은 추진 및 묵인하고 있다. 야당에게 경고한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가지고 협상 하지 말고 탄핵에 집중하라!”

민변 박근혜정권퇴진특위 위원이자 세월호 특조위에서도 활동했던 오지원 변호사가 특검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한 발언도 호응을 크게 받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아이들이 죽어가는데도 자기 머리나 신경 쓰는 통치자, 국정을 농단하고 뇌물을 받고 정경유착을 해 대는 통치자, ‘위안부’ 할머니들의 헤아릴 수 없는 수십 년 고통을 그깟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통치자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곧 4월 16일도 다가온다. 부디 그 무렵에는 탄핵된 박근혜가 특검 조사를 바탕으로 처벌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회자가 이 발언을 이어받아 “박근혜를 구속하라” 하고 외치자 아주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MBC 노동조합에서 투쟁해 온 이호찬 기자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은폐하고 물타기 하는” MBC 경영진을 규탄하자, “MBC에도 [사람다운] 사람이 있구나!” 하는 호응이 터져 나왔다.

그의 발언 후 사회자는 KBS 노동자들의 파업 소식을 전하며 “언론 파업 지지한다”는 구호를 참가자들과 함께 외쳤다.

소등 퍼포먼스를 하면서 사회자가 우익의 준동과 반격에 맞서 촛불의 2월 총집중을 호소했다.

"정월 대보름입니다. 악귀를 쫓고 한해 소원을 비는 날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 악귀들을 물리쳐 왔습니다. 김기춘, 안종범, 조윤선, 최순실 등 정권의 실세를 구속시켰습니다.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도 구속은 면했지만 뇌물죄 등 구속 사유는 너무도 명백합니다. 무엇보다 정월대보름은 우리 모두가 여전히 청와대와 총리공관에 있는 박근혜와 황교안을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만 촛불은 더더욱 모여야 합니다. 저들도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거리로, 광장으로, 나서 주십시오. 2월 탄핵, 특검 연장을 위해 모여 주십시오, 2월 25일에는 전국에서 모여 주십시오.

소등 퍼포먼스를 마치고 일제히 촛불을 켜고 파도타기 하는 장면은 실로 장관이었다.

[부산] 14차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대회

시국대회에 앞서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사전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서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이의용 위원장은, 사측이 파업했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를 비롯한 12명을 해고하는 등 40명을 중징계했음을 규탄했다. 지난해 노동자들은 올해 개통되는 다대선의 신규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부산교통공사가, 다대선 개통을 위해서 1백80명 필요하다고 해 놓고는 4명만 신규 채용해 기존 [노선]의 사람들을 배치해서 한답니다. 이미 [부산지하철] 1·2·3호선은 오래됐고 정비가 더 필요한데도 사람을 빼 [다대선으로] 보낸다는 겁니다.”

“공사가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고 청년을 제대로 채용하지 않으면서, 노조 간부를 해고했습니다. 곧 있으면 박근혜 탄핵 [판결]이 있습니다.  [부산지하철] 박종흠 사장도 탄핵시켜 주십시오.“

부산 14차 시국대회에는 2만2천 명(주최 측 발표)이 모였다. 지난주 집회(1만7천 명)에 견줘,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하 본부장은 연설에서 계속 거리로 나와 싸우자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탄핵을 가결시킨 것은 촛불의 힘 덕분이었습니다. 2월 안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하는 것도 촛불의 힘으로 가능할 것입니다. 이재용·박근혜 감방에 보내고 싶죠? 구속시킵시다, 여러분.”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문현로타리 방향으로 행진에 나섰다.

이 날 집회에서는 〈노동자 연대〉 신문도 2백40여 부 가량 판매됐다.

광장의 목소리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근혜 즉각 퇴진, 구속을 넘어 박근혜 체제 청산과 재벌 해체, 헬조선을 타파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라고 요구합니다. 시대의 과제, 역사적 사명을 안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최종진입니다. 고맙고 반갑습니다.

주권자와 법 위에 군림하면서 범죄 현장 청와대 틀어막고 합법적이고 헌법에 의거한 압수수색 영장을 방해한 박근혜, 이것만 가지고도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검 수사 방해도] 탄핵 사유와 구속 사유에 추가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특검 방해를 공모한 황교안도 반드시 구속시켜야 합니다.

설 명절 전에 ‘조작이다’, ‘거짓이다’ 하며 촛불을 폄하하고 국민을 모독한 박근혜가 이제는 ‘특검을 수용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쟁 중입니다. 촛불이 정의고, 소위 태극기 집회라는 것은 범죄자를 비호하는 세력일 뿐입니다. 진정한 보수라면 범죄를 비호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이] 청와대와 전경련에게서 돈을 받고 민심과 민의를 왜곡하는 것은 또 하나의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입니다. 이들이 3월 1일에 1백만을 모은다고 합니다. 기도 안 막힙니다.

우리는 투쟁으로 길을 열었습니다. 촛불이 역사를 바로 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이 살해되고 한상균 위원장 동지는 갇혔지만, 우리는 기어이 해내고 있습니다. 1백만 촛불을 몇 번이나 열고 민중총궐기도 해 왔습니다. 다음다음 주인 2월 25일에는 전국의 촛불이 광화문으로 [모여서], 서울에 2백만이 모이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호소 드립니다. 특검이 2월 말에 끝난다고 하는데, 끝나서는 안 됩니다. 국정원, 재벌 아직 시작도 못 했습니다. 국회를 압박해 특검을 연장해서, 유신 잔재·일제 잔재·독재의 잔재를 청산할 때만이 특검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주에 마찬가지로 많이 모여 주시고, 2월 25일에는 전국의 촛불이 서울로 [모여] 불의한 권력을 태웁시다. 고맙습니다. 투쟁!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근혜가 있어야 자신의 권력과 돈을 지킬 집단들이, 범죄자 박근혜를 비호하며 여론 조작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의 이 범죄 집단이 버티는 것에 맞서 우리는 모였다.

지금 황교안이 '대통령 코스프레' 하며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애쓰는 법이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갓난아이를 죽게 만들도록 하는 법이고, 환경을 파괴하고 의료민영화를 부추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최악의 법안이다.

그런데도 야당의 어떤 유력 대선 후보는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며 서명까지 했고, 주요 야당들은 추진 및 묵인하고 있다. 야당에게 경고한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갖고 협상 하지 말고, 탄핵에 집중하라!

황교안은 '대통령 코스프레' 당장 그만두고 내려와야 한다. 황교안도 퇴진하라!”

우다야 라이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한국에는 1백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이주노동자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강제 노동을 [하도록 강요]당하고, 사업주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해도 경찰은 ‘고의성이 없다’고 신고 접수도 안 해 줍니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쓰다가 버리는 물건으로 생각합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합니다. 또 모든 이주 노동자들이 잠재적인 범죄자, 잠재적인 테러범이라고 항상 감시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주노동자를 탄압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또 박근혜 정부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낮은 임금 등 노동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자, 민중,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권력은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하루 빨리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오지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근혜 퇴진 특위)

우리는 반드시 보여 줘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아이들이 죽어가는데도 자기 머리나 신경 쓰는 통치자, 국정을 농단하고 뇌물을 받고 정경유착을 해 대는 통치자, ‘위안부’ 할머니들의 헤아릴 수 없는 수십 년 고통을 그깟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통치자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와 일당들은 특검마저 우롱하고 농단하고 있다. 황교안 대행은 ‘특검 연장을 고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망언했다. 이것은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은 민주적 정당성을 1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다.

이제 곧 4월 16일이 다가온다. 부디 그 무렵에는 탄핵된 박근혜가 특검 조사를 바탕으로 처벌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바로 그 시간을 위해 지금은 춥고 힘들지만 더 뜨겁게 촛불을 들자. 특검을 연장하라!

황상기 (삼성 반도체 산재 피해자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유미가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유미와 같은] 직업병 피해자들이 2백29명이나 있다. 그 중 사망자만 79명에 이른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도, 이재용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재용은 자신의 경영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에 손을 댔다. 박근혜에게는 4백억 원이 넘는 뇌물을 갖다 바쳤다. 삼성은 3대가 경영 세습을 하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차떼기로 돈을 갖다 바치고, 정경유착하고 국정 농단해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이런] 삼성이 ‘또 하나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건희가 비자금 재판을 받던 도중에 1조 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하며 구속을 피했지만,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재용도 이건희 수법을 쓰려 한다.

삼성은 우리 유미가 아팠을 때 5백만 원을 건넸다. 정작 승마 치료가 필요한 것은 직업병 피해로 1급 장애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인데, 최순실의 딸 정유라한테 말을 사 주었다. 피해자들은 눈을 택할래, 다리를 택할래 [하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고, 치료비가 없어 간신히 생활을 버티는데 삼성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반드시 이재용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

이재용 구속 영장이 기각됐을 때,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은 울었다. 나도 억울해서 잠을 못 잤다. 국민과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 만들어야 한다.

백석구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소속 해고자(쟁의부장))

광호야,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3백30일 넘어서고 있구나. 떠나 보내지 못한 한 맺힌 시간이 한없이 흐르고 있다. 미안하다 광호야. 남들은 3일이면 치르는 장례를 백배가 넘는 시간 동안 너의 죽음을 차가운 냉동고에 묶어 두어야 하는 못난 형을 용서해 다오.

[검찰의 압수수색] 수사 중에 유시영 아들의 수첩에 ‘분신 자살 조심’이라고 적어 놓은 것이 드러났는데, 사측은 [탄압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잔인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해고된 형은 길거리에서 너의 죽음을 알리며 싸우고 있다.

현대차가 명백하게 노조 파괴 지시를 한 것을 보고, 조합원들과 10개월이 넘도록 현대차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 만]한 현장을 네가 바랐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싸우겠다. 너를 온전히 보내지 못하는 형은 가슴이 찢어지고 [있다.]

조금만 참아 다오. 광호야, 죽어서도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 더 힘을 다오. 울고 싶어도 울 수 없고, 눈물도 얼어버려 쓰리지만, 이 싸움의 승전보가 울리면, 너의 영정 앞에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 올리고 싶다. 광호야, 보고 싶다.

민지홍 (대학원생)

지난 1백6일 간 추운 날씨 속에서 우리는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을 정화해 왔다. 부역자들이 감옥에 가서 끝이 보이나 했더니, 극우 세력들이 반격하고 있다.

청와대는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당한 특검을 불법이라며 황교안과 함께 특검을 괴롭히고 있다. 황교안은 대통령이 되고 싶어 특검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가 포기하면 박근혜 때문에 덥고 짜증 나는 여름을 맞이 할지도 모른다. 간곡히 호소한다. 주변 친구들에게 다시 촛불을 들자고 격려하자!

고양시에서 온 예비 고1 여학생

원래는 야당 비판 안 하는데 오늘은 해야 하겠습니다. 야당은 이제 조기 대선 국면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와대에는 박근혜가 아직 있습니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야당들은 대통령 자리만 원하지 말고 탄핵과 퇴진에 집중하십시오!

국정 역사교과서가 통과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국정 교과서로 배우는 첫 세대가 될 겁니다. 너무 절박하고 간절합니다. 저를 시작으로 후배들이 ‘5·18은 폭동이고 5·16은 혁명’이라고 배울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한탄스럽습니다. 적폐가 국정 교과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2월 25일은 전국 집중이라고 합니다. 광장으로 더 많이, 계속 모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