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과 선체 조사는 침몰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대법원은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선체 내 기계 고장(조타기 고장, 프로펠러 오작동 등)이 침몰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배 안에는 미수습자 9명과 희생자들의 많은 유류품들이 충분히 수색되지 않은 격실이나 집기들 사이에 끼어있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인양 후 선체 조사에 관련한 법안을 놓고 자유한국당(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또다시 유가족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야합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선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독립적인 선체 조사 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참사와 진실 은폐의 공범인 해수부에게 선체를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해수부는 인양된 선체를 두 동강 내려 하고, 이후 보존에 관한 대책도 없다. 이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숨결이 깃든 선체를 잘 보존하고, 세월호 참사의 상징으로 남기고자 하는 유가족의 뜻을 무시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2월 3일 선체조사위 설립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선체조사위의 활동 기한을 최대 2년까지 보장하고, 1백여 명의 조사 인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선체조사위가 선체 보존에 관한 대책도 마련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23일, 민주당이 원안을 버리고 자유당과 타협해서 만든 합의안을 농해수위에서 통과시켰다. 이대로라면 곧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체 조사”는 “선체 처리”로 왜곡됐고, 수습·조사 기간과 조사 인력 모두 절반으로 ‘반쪽’이 났다. 선체 보존에 관한 내용도 “보존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법안의 알맹이들을 자유당에게 다 내 주고 대폭 후퇴한 것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을 발의한 지 3주 만에 원안을 훼손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법안을 참사의 공범들이자 청산의 대상인 자들과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는 명백한 야합이다!

이번 여야 합의는 ‘반쪽짜리’ 세월호 특별법이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야합으로 통과됐던 2014년 11월의 재현이다. 민주당의 “반성”은 역시 말뿐이었다.

게다가 최근의 민주당은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수층에게 잘 보이려고 더욱 애를 쓰고 있다. 자신들이 집권한 후 세월호 인양과 조사에 대한 운동의 요구가 자신들을 ‘곤란’하게 할까봐 이를 미리 단속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다 할지라도 세월호 운동의 요구는 저절로 성취되지 않을 것이며, 국가에 맞선 투쟁은 계속돼야 함을 보여 준다.

4·16연대는 민주당-자유당 합의안이 발표되자 즉각 논평을 발표해 이를 비판하고, 유가족의 요구가 반영된 원안 통과를 요구했다.

야당들은 “박근혜 공범 세력인 여당과의 졸속 합의로 법안을 반토막내는 결과에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4·16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