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다.


오늘날 정치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지배계급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거짓말의 제왕 토니 블레어가 [유럽연합] 잔류파의 최후의 보루를 자처하면서 그런 광경이 펼쳐졌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지배계급 다수 사이의 다툼이 심해지면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의 사찰과 정보 유출의 결과로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이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질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큰 사건이었다.

플린이 러시아 당국과 내통했다는 정보를 〈워싱턴 포스트〉에 제공한 정보기관 인사가 최소 아홉 명이었다.

그래서 트럼프가 “정보기관”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한 것은 맞는 말이다. 최근, 기득권층의 충실한 대변자 신문 〈뉴욕 타임스〉와 좌파 언론 〈자코뱅〉이 모두 “심층 국가”를 다룬 기사를 보도했다.

‘심층 국가’ 개념은 터키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군부를 중심으로 한 비밀 네트워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를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 것을 묘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심층 국가’는 딱히 비밀스러운 것이 아니다. [국제법 교수이자 보수적 지식인] 마이클 글레넌은 최근에 “이중 정부”를 다룬 책을 출판해, 미국 헌정의 주춧돌이라는 대통령[행정부], 의회, 대법원이 “장식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글레넌은 “실제로” 정부 구실을 하는 것은 ‘공안 세력’[역자 주: 원문은 “트루먼주의자 네트워크(Trumanite network)”]이라고 주장한다. 이 ‘공안 세력’은 1940년대 후반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에 설립된 미국 국가 안보 기구들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집단이다.

글레넌은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국가 안보 기구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그 기구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에서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이 하는 구실을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대학, 기업, 안보 기구 등 핵심 기관을 돌며 한자리씩 차지하는 핵심 인사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미국 국가의 관리자들이라고 부를 만한 대표적 인물로는 전범인 헨리 키신저, 오랫동안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수장을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이 있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공화당 내의 이런 인사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에 저항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미국 제국주의에 봉사해 온 나토 같은 국제 기구들을 트럼프가 적대시하는 것에 격분했다. 그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2월 18일 플로리다 연설 때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한 것)에도 분노한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가 깊어지면서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격분

트럼프는 자신의 인종차별주의와 국수주의에 동조하는 자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한편, 미국 지배자 일반의 승인을 위해 이 핵심 인사들도 내각에 많이 기용하려 했다. 전자의 대표 인물은 스티븐 배넌이다. 배넌은 자유시장 자본주의 국제 질서를 깨뜨리고자 하는 소망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던 자다.

2월 14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레이먼드 토머스가 말한 것처럼, 미국 “정부는 계속해서 믿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월 18일 부통령 마이크 펜스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며 미국이 앞으로도 나토를 지원할 것이라고 유럽 지배계급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바로 몇 시간 후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쓰지 않는다며 기존의 불평을 되풀이했다. “미국은 더는 미국에 도움될 것 없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싸우는 것은 미국인데, 다른 사람들은 미국의 공로를 공정하게 사 주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공안 세력’의 트럼프 공격이 마이클 플린 경질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미국 지배계급 전체가 트럼프에 등을 돌린 것일까? 〈워싱턴 포스트〉는 하버드대학교의 기업사 연구자 낸시 콘이 한 말을 인용했다.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기업의 대응 속도는 ‘전례 없이’ 빨랐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기업들에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리라는 기대 때문에 지난주 [미국의] 주가는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의 운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배계급이] 새 정부를 길들일 다른 방법을 찾으려 애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몇 주 사이 있었던 일을 보면, 트럼프는 지배계급의 ‘길들이기’ 시도를 따르지 않고 있다.

미국 국가라는 배가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4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