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1백여 개 단체 모아 재출범:
“촛불의 요구는 차별 청산!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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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재출범했다. 2010년에 구성돼 활동해 온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기존의 25개 단체에서 재출범을 계기로 1백5개 단체로 크게 확대됐다. 오늘 재출범 기자회견에도 민주노총, 한국여성민우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노동자연대 등 많은 단체가 참가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입법예고 한 이후 10년 동안 수차례 발의됐으나 보수 세력의 반대로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재인, 안희정과 같은 유력 대선 후보가 보수 기독교 세력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늘 재출범 기자회견의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차별 청산"이 지난 수개월 동안 촛불을 밝힌 광장의 요구였음을 강조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을 밝힌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김종인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 적폐 중 적폐가 차별"이라며 특히, "노동현장에서는 비정규직, 장애인, 성별, 나이, 인종,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이 너무 극심하다"고 말했다. 또, "광장에 나와서 촛불을 들고 외친 적폐 청산 중 하나가 차별 청산이다. 그런데 무슨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가? 유력 대선 주자들은 보수 기득권 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민주노총은 대선 과정에서 차별금지법이 공약화 되고 20대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권박미숙 활동가는 "이번 대선을 만든 건
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자캐오 신부는 "공포와 불안, 몰이해에 기반한 왜곡된 판단과 증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니"라면서 차별금지법 반대에 앞장서 온 보수 기독교 세력을 비판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김찬영 대표는 "성소수자들은 더 이상 이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감내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차별과 혐오에 맞서 연대해 싸울 것을 다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대선 후보자들이 차별금지법을 공약으로 삼도록 요구하고,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통과될 수 있도록 집회, 토론회 등 여러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평등의 날개를 펴자!
민주주의와 인권의 세상을 향한 시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우리는 분노한다.
2007년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차별금지법은 반인권세력에 의해 수차례 제정이 무산되길 반복했다. 차별금지법 없는 10년 한국 사회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인권의 가치는 오염됐다. 차별금지법을 왜곡하고 반대하는 세력은 조직적으로 혐오를 선동하고, 노골적으로 차별을 조장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하고 존엄할 권리를 말하는 간절함이 모욕과 혐오로 얼룩지기도 했고,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제정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으며, 퀴어퍼레이드는 저지당했다. 여성혐오 범죄인 강남역 10번출구 사건은 정신장애인을 낙인찍는 범죄종합대책으로 이어졌고, 구의역 스크린 도어참사, 유성기업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으로 노동차별의 위험한 현실이 다시금 알려졌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은 신분증이 없어 의료보험 등 사회적 지원을 받기 어렵고, 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교육부 국가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20대 총선에선 성소수자와 이주민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내건 정당이 출마했다. 불평등과 차별을 향한 분노는 정권 퇴진을 외치며 광장에 모인 촛불들이 공유하는 정서였다.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인권은 없다.
사회적 합의보다 인권의 가치와 기본권이 우선이다. 시민사회의 요구와 국제인권기구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17,18,19대 국회, 소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차별금지법은 연이은 발의에도 제정되지 못했다. 반대세력의 눈치를 보며 법안을 철회하고 외면하는 정치인들은 소수자의 인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시켰고, 반인권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소수자들은 혐오범죄와 괴롭힘으로 일상과 생존을 위협받는다. 기본적 권리마저 침해받는 상황 앞에서 합의가 우선이라는 것은 폭력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차별받는 사람의 경험과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할 이유다. 삶이 이야기되지 못하고 법과 제도 안에서 승인받지 못했지만, 우리는 살아가며 싸우고 있다.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인권은 없다
혐오와 차별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이 해결하고자 하는 불평등의 문제는 특정한 소수자 집단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의 문제다. 무엇보다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심각한 차별을 직면하는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과 배치되지 않는다. 차별받는 한 사람이 있는 한, 차별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는다. 나아가 사람은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 장애여성, 성소수자남성 등 다양하고 중첩되는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출신지역, 장애, 병력, 노동 형태, 종교, 경제적 상황, 생애주기, 가족 형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이 교차하며 복합적 차별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차별금지법,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원한다.
서로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것이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0년 동안 국회 및 정부의 차별금지법안 발의 대응, 대중캠페인과 1인 시위, 지역순회 간담회와 이슈 토론회, 차별의 경험을 드러내는 평등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는 2017년 봄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인권시민사회, 소수자 운동, 종교계 등이 연대해 차별금지법제정과 반차별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알린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수자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과정이다. 국민의 이름 앞에서, 더 많은 경우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졌던 사람들이 존재를 드러내며 불평등에 저항하는 싸움이다. 서로의 차이를 소통하고,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질문하며 서로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연대이다.
탄핵의 봄, 차별금지법 제정과 반차별 연대로 평등의 날개를 펼치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다가올 대선과 새로운 정부, 20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압박하는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또 정치, 종교, 경제적 이해에 따라 법안내용과 발의를 타협하는 것도 좌시하지 않겠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든 인권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법제정은 차별의 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시작이며, 기본적인 규제 장치이다. 간담회와 교육, 토론, 1인 시위와 같은 대중캠페인을 통해 시민을 만나고, 다양한 삶의 조건 속에서 발생하는 모욕, 괴롭힘, 혐오 등의 차별을 검토하여 한국사회 반차별 담론과 문화가 확산되는 운동이 필요하다. 나의 존엄과 인권, 우리의 삶과 투쟁, 반차별 행동의 연대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차별 없는 평등세상, 민주주의와 인권의 세상으로 향해 가자!
2017년 3월 2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SOGI법정책연구회, 강남역 10번출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