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부터 고용노동부가 ‘외국인근로자 숙식 정보 제공 및 비용 징수 관련 업무지침’(이하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주 운동 단체들의 문제제기로 “농촌지역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시설을 제공하면서 과도한 비용을 공제하는 사례가 언론에 집중 보도”되자 대책이라며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특히 열악한 주거시설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 지난해 농·축산업 여성 이주노동자 약 2백 명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절반 이상이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제공받았다. 냉난방도 안 되고, 욕실도 없고, 화장실은 “인근 야외의 인적이 드문 곳에 삽을 가지고 가서 볼일을 보는” 것이 나을 정도로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심지어 침실이 남녀 분리되지 않거나 침실과 욕실에 잠금장치가 없어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열악한 주거시설 2016년 8월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그런데 정부는 과도한 비용 공제를 제한하기는커녕 오히려 고용주들의 이런 관행을 합법화하고, 고용주들이 숙식비를 인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줬다.

그러나 고용주가 숙식비를 임금에서 사전 공제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근로기준법의 임금 전액지급 원칙에 위배된다. 정부는 숙식비를 사전 공제하려면 이주노동자에게 별도의 서면 동의서를 받게 했다. 그러나 한국 체류자격이 고용 여부에 달려 있는 이주노동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이번 지침은 기존에 없던 숙식비 징수 상한선을 제시했는데, 이 상한선이 너무 높아서 농·축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등 모든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사실상 임금을 삭감당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침은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숙소와 식사를 모두 제공할 경우 월 통상임금에서 최대 20퍼센트, 숙소만 제공하는 경우에도 15퍼센트까지 공제할 수 있게 했다. 심지어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등 “임시 주거시설”인 경우에도 8퍼센트, 식사와 함께 제공하면 13퍼센트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현재 숙식비로 지출하는 비용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2013년 이주노동자 약 1천 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한 법무부 용역보고서를 보면, 당시 월 평균 총임금이 1백55만 원이었는데 주거비를 부담하는 경우 월 평균 17만 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1백55만 원을 기준으로 이번 지침을 적용하면 숙소만 제공하는 경우에도 약 23만 원을 내야 한다.

더군다나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수당이 늘면 그만큼 공제되는 숙식비도 커질 것이다. 숙소를 무상으로 제공해 오던 고용주들은 이번 지침을 기회로 숙소 비용을 받으려 할 수도 있다.

지난 수년간 기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숙식비 부담을 늘리고 싶어 했는데, 황교안 내각 하에서 이런 개악이 추진된 것이다.

정부는 이런 개악을 철회하고 고용주가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을 제한하고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 고용주에게 종속되게 만드는 고용허가제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왕래하고 직장을 선택할 수 있어야 이런 열악한 조건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 임금을 삭감하는 숙식비 징수 지침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