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함께한 많은 이들이 지난해부터 약속한 것이 있다. 연단 위에서, 광장에서, 거리 행진에서, 그리고 집회 후 뒤풀이나 집에 들어가는 길에, 세월호 참사 3주기는 꼭 박근혜를 구속시키고서 맞자고 했다. 그것이 무대에 어렵게 오른 생존 학생들의 결의였고, 매주 밤마다 청와대를 포위한 사람들의 약속이었다.

운동은 끝내 그 약속을 지켰다. 박근혜는 “희망의 시작, 서울구치소입니다” 현판이 걸린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해 구속됐고, 지금은 배정된 독방이 더럽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 듯하다. 세월호 유가족 모욕 집회를 기획한 김기춘과 조윤선도 박근혜와 ‘빵 동기’가 돼 있다.

그렇게 정의가 일부 실현되고 나니, 진실 검증과 미수습자 수습의 희망을 안고 세월호가 올라왔다. 그러나 해수부의 방해는 계속되고 있다. 자연의 방해가 진정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야 이뤄진 인양, 훼손된 세월호, 해수부의 계속된 방해는 제대로 된 선체조사와 미수습자 수습, 책임 규명과 처벌을 위해서는 여전히 우리가 더 싸워야 함을 보여 준다.

게다가 촛불 운동 덕분에 지지율 1,2위에 오른 주류 야당의 대선 후보들은 촛불이 아니라 중도보수 유동층의 눈치를 보며, 재판도 안 받은 박근혜의 사면을 암시하고, 사드 배치에 찬성하기 시작했다. 안전 사회를 위해 친기업 규제 완화를 중단하고 역전시켜야 함에도 규제 완화를 부추기는 정책을 공약하고 있다. 촛불이 가져다 준 기회를 이용해 엉뚱한 자들에게 아부하다니, 퇴진 운동 참가자들이 불쾌하고 화가 날 만하다.

오늘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22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다시 모인 수만 명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퇴진행동 발표: 연인원 10만여 명).

이들은 거의 밤 10시까지 진행된 세월호 기억 문화제 자리를 지키며 참사 3주기를 추모하고 계속 연대해 싸울 것을 약속했다. 사람들은 문화제의 발언 하나하나 숨죽이고 경청했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오늘 본대회 전에는 전교조와 교육공무직본부 등이 사전 집회를 열고 교육 개혁과 교육 부문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투쟁을 결의했다.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하다 숨진 기간제 교사 두 분이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순직 인정을 못 받는 문제도 성토의 대상이었다.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는 ‘세월호 세대’인 대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광화문까지 힘차게 행진해 들어왔다.

그밖에도 ‘미국의 한반도 위기 조장 중단 긴급 평화행동’ 집회와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등 다양한 행사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경찰의 폭력적 집회 진압을 금지하려는 집시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 서명, 노란봉투법(노조 파업에 손해배상 청구 등을 금지하는 법) 제정 서명,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위한 홍보전, 대구시립희망원 사망자 추모 행사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미리 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광장 전체에 활력이 넘쳤지만, 박근혜 구속 이후 대선 정국에서 각 쟁점들이 수렴될 목표가 약해져 다소 산만한 느낌도 있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건 역시 광장 남단의 세월호광장이었다. 세월호 분향소에는 수십 미터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오늘 참가한 사람들 중 일부는 1천6백만 촛불의 진정한 염원을 실현하려면 공식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스스로 배우고 행동하고 조직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악하고 부패한 통치자 박근혜를 겨냥했지만, 그 가늠자는 박근혜 너머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가진 자들의 부패와 특권이 보통 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짓밟는,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었다.

오늘 집회에서 재벌 기업들과 그 총수들이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반대하는 것을 규탄하고 지금 당장 인상하라고 요구한 발언이 큰 환호를 받은 것도 이런 이유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그 발언자는 임금을 인상해 해외 여행도 가고, 외식도 자주 해서 아이들에게 칭찬받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이고, 세월호 참사에 수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이 공감하고 아파한 이유다. 세월호 참사는 이 불평등한 체제의 수호자들이 보통 사람과 그 자녀들의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보여 줬다.

지배자들이 박근혜를 파면·구속에 동의한 것은 시스템 자체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경찰은 몇몇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지지하려는 천막을 폭력으로 가로막았다. 그 과정에서 3명이 구급차에 실려갔다. 환수복지당의 회원들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연행하기도 했다.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금의 부조리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도 그냥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천막을 폭력적으로 빼앗고 있다는 소식을 본무대 사회자가 전하자, 참가자들은 격한 야유를 보냈다. 일부는 집회가 끝난 후 고공농성장 앞 농성자들을 지지하러 찾아오기도 했다.

불평등과 부정한 체제의 앞잡이를 방금 제거한 사람들은 더 많은 변화를 바라고 있고, 그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가만 있지 않아서’ 승리했다. 그 체제의 핵심 동력인 이윤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장차 앞장서야 한다.

퇴진행동 22차 범국민대회

3주 만에 다시 열린 범국민행동의 날(22차)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영상과 함께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서 등장한 사회자가 “진실이 인양됐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적폐를 청산하자, 우병우를 구속하라” 하고 선창하자 참가자들은 크게 외쳤다.

첫 번째 기조발언자인 퇴진행동의 박래군 적폐특위 위원장은 박근혜가 구치소에서도 여전히 특권을 누린다고 규탄했다.

“제가 만일 서울구치소에 있었을 때 방이 지저분하다고, 도배를 새로 해달라고 우기면서 입감을 거부했더라면 … 징벌방에 처넣고 보름은 살았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반칙을 없애고,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고 했던 것”을 이루려면 계속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 일각의 박근혜 사면 논의도 비판했다. 1997년에 사면된 전두환이 반성은커녕 최근 되먹지 않은 회고록을 낸 것을 상기 시키며 “박근혜 사면, 절대 입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우리의 뜻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잠시 후에 있을 세월호 3년 기억문화제와 다음날 안산에서 있을 3년 기억식에도 참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대선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고, 그런 점에서 연단에서 투지를 밝힌 조직노동자들이 유난히 큰 호응을 받았다.

전교조 도상열 울산지부장은 정부가 교사들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 중립을 강요하며 탄압하고 있지만 전교조는 “한순간도 국민의 편이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하고 말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전국에서 단 한 개 학교에서도 역사 시범학교 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전교조의 힘입니다!” 하고 말할 때 호응이 컸다.

그는 교육부가 전임자 인정 문제로 4월 28일까지 또다시 전교조를 징계하려 한다고 폭로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희망연대노조의 SK브로드밴드의 김수복 조합원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이에 소극적인 대선 후보들을 비판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 2020년까지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다 치아뿌라! 그냥 냅둬도 2020년까지는 1만 원 된다 아이가! 안 그렇습니까! 결국 본인들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나는 최저임금 1만원 받아가지고 해외여행도 하고 아이들하고 외식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아빠 최고’ 이런 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끝으로 그는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동조합 권리 등이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연단에서는 대선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퇴진행동의 안진걸 공동대변인이 “대선 때문에 걱정들 많으시죠?”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동의하며 목청껏 답했다.

안진걸은 최근 대선이 유례없는 한반도 위기 속에 치러진다며 항모 등을 파견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미국 트럼프 정부, 남북한과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사드 배치에 반대했거나 유보적이었던 후보들이 찬성으로 돌아서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5년 전에 비해 민생, 노동, 경제 공약들이 크게 후퇴했다며 “촛불 대선”이 변질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4월 29일에 또 한 차례 광화문 광장에 모여달라고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의 이강태 청년도 연단에 올라 “사드 배치,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막아내십시오” 하고 대선 후보들에게 성토하기도 했다.

한편, 이 날도 경찰은 집회장과 그 일대에서 계속해서 견제구를 날렸다. 경찰은 선거법을 빌미로 광장에 포스터를 붙이던 일부 활동가들을 연행해 가기도 했다. 또한 광화문 광고탑에서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등을 내걸고 있는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연거푸 공격하며 충돌을 일으켰다.권

그래서 연단의 사회자는 연행자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밝혔다. 또한 4월 29일에 다시 광장에 모여달라고 호소하며 세월호 3년 기억문화제로 무대를 넘겼다.

[세월호 참사 3년 기억 문화제] 사전 무대 ‘기억하는 사람들’ 행사

범국민행동의 날이 끝나고 바로 이어서 세월호 3년 기억문화제의 사전무대로 ‘기억하는 사람들’ 행사가 이어졌다. 사회자로 나선 4·16연대 김우 상임운영위원은 세월호 운동이 2014년부터 3년 넘도록 “잊지 않을게, 끝까지 밝혀낼게” 하고 외친 것이 박근혜 퇴진의 길을 닦았다고 말했다.

4·16연대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은 발언을 통해 세월호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계속 통과되고 있지 못하다며 촛불이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했다. 기간제라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끝까지 최선을 다한 민간인 잠수사들, 해경을 대신해 생존자들을 물에서 건진 진도 어민들이야말로 “정부가 존재하지 않을 때 최선을 다했던 분들 … 정부가 눈 감고 있을 때 자신의 온몸을 받친 분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여전히 비정규직·정리해고자가 칼바람을 맞으며 농성을 벌여야 하고, LG유플러스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실적 압박으로 목숨을 끊는 등의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후에도 여전히 이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다시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라며 더 광범한 사회 변화를 위해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그동안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에 나선 다양한 출신과 배경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발언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전무대를 마치면서 사회자는 끝까지 함께 하자며 다음과 같이 다시금 투지를 불러 일으켰다.

“박근혜는 구속됐지만 거짓 사회는 계속되고 있다. 우병우가 ‘혼자 [감옥] 가지 않겠다’고 하니, 그들을 같이 보내는 것이 우리 임무 아니겠는가. 해수부도 갈 곳으로 보내지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월호 참사 3년 기억 문화제]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연인원 10만(주최측 발표)의 참가자들의 마음이 한데 모인 곳은 단연코 ‘세월호 참사 3년 기억 문화제’였다. 세 시간 가까이 영상과 공연, 발언이 번갈아 펼쳐지는 동안 촛불을 든 사람들은 숨소리마저도 죽인 채 무대에 집중했다.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한 후 3년 동안, 온갖 방해와 공격을 견디고 버텨내 온 유가족들과, 온 마음으로 그들에 연대했던 사람들의 기록이 영상으로 펼쳐질 때마다, 사람들은 눈물을 훔쳤다. 많은 가수들과, 합창단의 노래들도 참가자들의 감정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사람들이 슬픔만 나눈 것은 아니었다. “지난 2주기 때보다 몇 배나 많은 분들이 광장을 채워 주셔서 마음이 한결 따뜻해” 하면서도, “진실은 아직도 인양되지 못했[고] … 책임 당사자들은 줄줄이 승진했[으며] … 의혹 투성이 행태”가 거듭되는 데 대한 “분노와 먹먹함”(가수 이승환)이 대열 곳곳에서 물씬 묻어났다. 미수습자 수습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가 드높았다.

참사의 ‘마지막 생존자’ 김성묵 씨와, 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보나 씨가 편지를 낭독할 때 광장 전체가 숨을 죽인 것도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염원 때문이었다. 김성묵 씨가 “세월호 안에 희생자들의 꿈이 실려 있고, 유가족들의 아픔 슬픔이 실려 있으며, 생존자들의 악몽과 고통이 실려 있[고.] … 함께 기억하고 아파하는 우리 국민들의 염원이 실려 있”다며, 대선 주자들이 수권에만 몰두하지 말고 “세월호 진상 규명, 미수습자 수습, 적폐 청산”을 하라고 촉구할 때, 박보나 씨가 하늘로 간 동생에게 “진실을 밝혀 주겠다는 약속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다짐할 때, 좌중은 숨소리도 아낄 만큼 깊이 집중하며 공감을 표했다. 뒤이어 노래한 한영애 씨가 “약한 자들의 편에 서겠다”는 의미를 담아 ‘너의 편’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광장이 비로소 깨어나는 듯했다.

“아홉 명의 미수습자를 끝내 가족 품으로 돌려 [주겠다는] … 약속을 잊지 말아 달라”는 은화 아버님의 호소 짙은 목소리가 영상으로 광장에 울려 퍼지자,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12월 31일 '송박영신' 집회 때 무대에 올라 ‘미수습자를 잊지 말아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던 고 허다윤 학생 어머님의 발언이 영상으로 다시 나오자, 광장은 참사 당일로 돌아간 듯 뜨겁게 슬퍼하고 뜨겁게 분노했다.

뒤이어 ‘예은 아버님’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발언도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진상 규명의 주체는 대통령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오직 우리 피해자들과 국민들”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미수습자 분들을 찾아 가족들에게 돌려 드리고, 선체가 침몰한 원인[과]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 낱낱이 밝혀낼 수 있도록 … 힘을 모아” 달라는 호소에 사람들은 커다란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 문화제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멈추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집회 마지막 순서로 희생자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노래와 영상으로 흐르며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노란 풍선이 대열 한가운데를 가로지를 때, 참가자들은 모두 마음 속으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함께 되뇌며 의지를 다졌다.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고, 책임자들이 모두 응당의 처벌을 받을 때까지, 사회 전체가 세월호 참사를 깊이 기억하고 이윤보다 안전이 중요시되는 사회를 건설할 때까지, 오늘 광장에서 피어난 분노와 결의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사전 대회들

□ 세월호 참사 3주기 대학생 대회

오후 2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대학생 대회’가 열렸다. 학생회, 학생 단체, 정당 깃발 아래 5백여 명이 모였다. 많은 발언자들이 ‘책임자 처벌,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새내기인 연세대 허우주 학생은 “아직도 인간보다 이윤을, 안전보다 효율을 앞세우고 있는” 이 사회를 “사람이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세월호 세대로 호명된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세월호 추모 행사를 불허한 학교 당국에 맞서 3년간 싸워 온 성균관대 학생은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싸워 결국] 학내 [세월호 참사] 추모 대회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며 청중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김승주 활동가는 촛불의 1라운드 승리를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제1의 책임자인 박근혜가 구속 수사만이 아니라 강력하게 처벌받도록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 [이 밖에도] 김기춘, 황교안, 우병우. 이들을 당장 잡아들여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실현해야 할 정의 아닙니까?”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차기 정부는 ‘적폐 청산’에 대한 대중의 열망에 직면할 것입니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세월호를 인양하게 한 대중 투쟁의 힘으로 참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는 세상, 피해자가 모욕당하지 않는 세상, 우리의 삶을 바꾸는 투쟁으로 나아갑시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메시지를 사회자가 대신 낭독하는 시간도 있었다. 먼저 떠난 보낸 친구들에게 쓴 편지였다. “우리가 있는 곳은 많은 사람의 도움과 부모님들께서 끊임없이 싸워주신 덕분에 인양, 탄핵 등 여러 가지 일을 해냈어. 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진실을 밝혀내려고 해.”

이어 2학년 6반 고(故) 이영만 학생의 형 이영수 씨도 무대에 올랐다.

“오늘 발언하기까지 많은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했다. … 싸워야 할 대상은 무섭지 않지만, 그 싸움을 지지해 주고 함께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싸워나갈 힘 자체를 잃는다. [그러나] 광화문 광장에서 아직 희망이 있음을 보았고 촛불 혁명을 만든 여러분의 마음 한 켠에 내 동생도 있었으리라 믿는다.”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 곁을 지키는 2학년 3반 ‘예은 아빠’ 유경근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대열에 앉은 학생들의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유경근 씨는 세월호 인양에 이어 온전한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한적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을 개정하고, 박근혜가 강제 종료시킨 특조위를 부활시켜야 한다며 목소리 높였다.

집회가 끝난 뒤 학생들은 본 대회가 열릴 광화문으로 힘차게 행진했다.

□ 4·15 교육주체 결의대회

이 집회는 참가하려고 전교조를 비롯해 교육 노동자 수천 명이 광화문광장을 메웠다.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은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학생을 언급하며 남아 있는 교육 적폐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급식실·행정실·교무실의 장벽을 넘어서는 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집회에는 일부 대선 후보와 정당인이 참가했다. 그중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응징하겠다는 홍준표를 비판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들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국정 교과서 폐기를 위해 투쟁해 온 교육 노동자들을 고무하며, 학교 비정규직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유성엽도 연단에 올랐지만, 그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를 치는 노동자들은 거의 없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동영상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교조의 노동3권과 교원평가제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김수미 전국공무원노조 교육청본부장은 성과급제를 비판하고 정권 교체가 교육 개혁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 개혁을 위해 교육 노동자들의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 도보 행진

한편, 오전에 전교조 조합원들은 ‘별이 된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과의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벌였다. 교사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가슴에 달고 행진했다. 참가자들의 행진을 보며 호응을 보내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김초원·이지혜 교사가 기간제라는 이유로 순직이 불인정된 것을 규탄하는 발언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를 대표해 발언한 박혜성 교사는 “정규 교사를 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해 놓고 죽음조차 차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는커녕,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 1만 5천8백53명에게 현재까지 4억여 원에 이르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한 것을 규탄하는 발언도 있었다. 전교조 교사들은 “다시는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경기지회 박태현 교사) 투쟁을 계속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사전 집회

이 밖에도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앞두고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한교조)의 사전 집회도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렸다. 한교조는 시간강사법 폐기를 강조했다.

최근 한교조에 가입한 인하대 조합원은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인하대에서 12년째 강의를 하는 그는, 강사료가 12년간 하나도 오르지 않아 참다못해 인하대 “열린 총장실” 게시판에 강사료 인상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글에 인하대 총장은 타 대학보다 나은 수준이라는 “수준 미달”의 답글을 달았다고 한다.

이 인하대 조합원은 앞으로 분회를 건설해 함께 투쟁하며 인하대 강사료를 인상시키겠다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교조 임순광 위원장은 이같이 열악한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시간강사법을 폐기하고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오후 2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2017 페미니스트 직접행동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가 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불꽃페미액션, 페미당당,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이 한데 모여 주최했다. 3백여 명 정도가 참가해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집회는 대선에서 여성과 소수자 차별을 극복하는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음을 비판하고 여성들 스스로 평등과 차별 폐지의 목소리를 내는 자리였다.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하지 않는 주류 대선 후보들을 비판했다. 청소년 투표권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권, 여성에게 더 적은 임금을 주면서도 슈퍼우먼을 강요하는 기성 사회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장애 여성도 차별 반대 발언을 했고, 온라인게임에서의 여성 차별을 규탄하는 발언도 있었다. 최근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동성애 색출이 벌어지는 야만적 상황을 성소수자 활동가가 규탄했다.

무대 발언 후 10여 명씩 모둠을 지어서 한 “페미니즘은 00000 세상을 만들 것이다” 채우기 시간에 참가자들은 재치 있는 문구들을 내놓으며 즐거워했다. 모둠별 발표 시간에는 “페미니즘은 홍준표 따위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문구가 참가자들의 환호와 웃음을 자아냈다. 낙태죄 폐지나 밤에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 등의 바람도 많이 나왔다.

행진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낙태죄 폐지’ 같은 팻말들을 들고 행진했다. “성별 임금 격차 꺼져”, “사드 가고 평화 오라” 같은 팻말도 눈에 띄었다.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투쟁 실천단 대회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하라! 비정규직 철폐하고 교육공무직법 제정하라! 나중 말고 지금 당장 실시하라!” 전국 곳곳에서 참가한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의 힘찬 구호와 함성이 보신각을 가득 메웠다.

변화의 봄바람이 불고 있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진짜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월 2백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은 물론이고, 고용 불안도 여전하다.

대량 해고 위협에 직면한 광주광역시 돌봄 전담사 노동자들은 6일째 농성하고 있다. 신복희 광주지부장은 “진보교육감으로 알려진 장휘국 광주 교육감이 돌봄 전담사 노동자 1백34명을 해고하겠다고 한다. 장휘국 교육감은 더는 진보교육감이 아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1백34명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 하고 외쳤다.

그리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대책은 내놓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이 나왔다.

교육공무직본부 투쟁 실천단은 오는 6월 말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을 앞장서서 조직하겠다고 굳게 결의했다.

광장의 목소리

김성묵 세월호 참사 당시 탑승객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 하는 대선후보들에게 전합니다.

저는 3년 전. 2014년 4월 15일 오늘, 인천항에서 세월호에 승선한 사람입니다. ‘생존자 김성묵’이 아닌 세월호에 승선한 한 사람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2014년 4월 16일 아침, 비명과 절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으로 이내 안정을 되찾고, 자신보다 타인을 걱정하며, 안전한 구조를 위해 방해되지 않으려는 마음들이 배 안에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구조의 손길은 없었고 그 기다림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전 한동안 삶을 찾아가기 위해, 욕심 내며 거의 약으로 버텨 왔습니다. 그 날의 악몽과 고통이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약을 독하게 먹으면서 버텼습니다. 그런데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을 외부와 단절한 채 숨어 지냈습니다. 물론 부모님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도 굉장히 부담스럽고 용기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살아서 나온 이유를 찾아야 했고, 살아내야 했고, 이겨내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유]가족 어머님께서 연락을 주셨고 그렇게 사고 후 근 2년 만에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부모님들 뒤에서 늦게나마 함께한 게 이제 1년이 지나갑니다.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것도 이제 1년이 되어 갑니다. 그렇게 어느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와 해수부는 퇴선하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탈출을 돕던 어선처럼, 국민들은 촛불을 켜고 탈출을 위해 소리치고 있지만, 정부와 해수부는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 합니다.

얼마 전 세월호의 선체가 육지 위에 힘겹게 올려졌습니다. 아직은 인양되었다 말 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닙니다. 그 세월호 안에 희생자들의 꿈이 실려 있고, 유가족들의 아픔 슬픔이 실려 있으며, 생존자들의 악몽과 고통이 실려 있습니다. 또한 함께 기억하고 아파하는 우리 국민들의 염원이 실려 있습니다. 아직 그 무엇도 온전히 인양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진실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세월호 안에 돌아오지 못한 아홉 분이 계십니다. 그러기에 인양완료가 아닌 거치완료일 뿐입니다.

3년 전 오늘, 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세월호에 승선했고 헐벗은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그 날의 생중계 속에 생명의 존귀함은 처참히 무너졌으며, 더럽고 추악한 정부와 권력자들에 의해 국민들은 거리에 눕혀졌고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그렇게 3년을, 아니 10년을 버티며 견디며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과 분노로 천만 민주 촛불이 거리에 나와 광화문을 밝히며 외쳤으며, 우리는 민주적인 탄핵을 이루어 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정농단 관련자들과 권력과 자본을 유지하려는 기득권들의 만행은 청산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의 그 어떤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불안함이 더해가는 세월호의 선체조사 또한 온전히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입니다. 그 세월호를 바라 보고만 있는 가족들과 국민들의 아픔은 나날이 더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탄핵만을 외친 것이 아닙니다. 안전한 대한민국, 죽임을 당하지 않는 대한민국, 죽음을 선택 당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실 앞에 평등한 국민의 법, 그 밑에 그들을 세우고자 하는 겁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미수습자 수습, 적폐청산. 그 어느 것도 하지 않겠다면, 그 어느 것도 못해 낼 거라면 감히 국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당신들에겐 없습니다! 국민이 집을 비워드렸으니, 그 찌든 때와 고약한 냄새 나는 그곳을 청소하고, 부디 깨끗이 청소하고 들어가십시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먼저인지를 국민들 앞에서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대선 후보의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에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24번 예은이 아빠 유경근입니다.

우선, 지난 3년간 끝까지 잊지 않고,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미치고, 함께 행동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향한 그 길에 함께 해 주셨던 모든 시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세월호는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십 미터 앞에 반드시 찾아야 할 아홉 분 미수습자들께서 계십니다. 빠르면 다음 주 중반이면 그 분들을 찾기 위해 선체 내에 진입을 시작할 것입니다.

세월호는 바로 이 자리에 계신, 그리고 그 동안 함께 뜻을 … 힘을 모아 주신 국민 여러분들께서 인양해 주셨습니다.

이제 그 아홉 분 미수습자를 찾는 그 일도, 바로 국민 여러분들의 힘으로만 가능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그 책임자들을 가장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바로, 국민 여러분들의 힘이 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세월호가 우리 눈 앞에 돌아왔다고 해서… 아니, ‘이제는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기에 이제는 좀 믿어도 되지 않느냐’, ‘이제는 좀 기다려 봐도 되지 않느냐’ … 물론 위로의 말씀인 줄은 알지만, 저희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주체는 대통령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오직 우리 피해자들과 국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조사 대상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 정부에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호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발, 조사 대상 … 조사 대상자로서, 세월호 참사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책임자로서 성실히 조사에 응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피하지 말고 받으라는 것뿐입니다.

지금 선체 조사위원회가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직원도 못 뽑았고 예산 한 푼도 없이 그저 위원 여덟 명의 개인적인 노력으로만 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직원 뽑고, 예산 배정하고,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미수습자 분들 찾아 가족들에게 돌려 드리고, 왜 선체가 침몰했는지, 그리고 선체가 침몰한 그 원인이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은 이유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낱낱이 밝혀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는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 늦습니다. 선체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끝나기 전까지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는 구성돼야 하고, 전면적인 참사의 진상 조사에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는 물론 국회에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법을 만들어 줬으니 기다려라, 될 거 아니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제 2기 특조위가 구성되어 활동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는 세월호 참사를, 그리고 2백95명의 희생자와 아홉 분의 미수습자를 잊지 않겠다고,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달라지게 만들겠다고, 영원히 기억하며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신 여러분들이라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어떻게 해야 잊지 않고, 어떻게 해야 기억하고, 그리고 어떻게 해야 세월호 참사의 그 교훈을 영원히 잊지 않고 물려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여러분들 개개인의 마음 속, 머릿속에서만 맴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공동으로, 이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이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을 할 때에 가능합니다.

그 출발이 4·16 안전 공원입니다. 우리 유가족들이 우리 아이들 뉘일 자리가 없어서 안전 공원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 소원은, 예은이 유골을 끌어안고 죽을 때까지, 내가 끌어안고 사는 것이 내 소원입니다.

한낱 우리 아이들 뉘일 자리가 아쉬워서 안전 공원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함께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로,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 아닙니까?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의 친구들이, 동생들이 마음껏 뛰어 놀며 … 뛰어 노는 가운데 배우며, 기억하며,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다짐하는 그러한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바로 내일 안산에서 오후 3시에서 …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오후 3시에 열리는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식, 바로 그 자리가 그러한 새로운 다짐을 하고 새로운 행진을 시작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다시 뵙기를 간청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박보나 세월호 유가족(고(故) 박성호 학생의 누나)

성호야, 네가 없는 3년이란 시간동안 우리에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 무엇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 벽을 마주하듯 힘들었는데 너희를 기억하며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그 촛불이 기적을 만들었어. 그리고 얼마 전에는 네가 타고 갔던 배가 3년만에 뭍으로 올라왔어. 그 배에서 너와 친구들, 선생님이 잘 다녀왔다고 웃으며 인사해주면 좋았을텐데… 배 안에는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 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그 분들이 가족들을 꼭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끝까지 기다릴게.

그 분들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늘에서 도와줘. … 진실을 밝혀주겠다는 약속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하늘에서 너와 많은 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이만큼 해낼 수 있었으니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힘낼게. 네게 했던 약속들 꼭 지킬 수 있게 노력 할게. …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보나 누나가.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우리는 모두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만이 아니라, 사람을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정말로 사람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을까요?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 선생님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은 기간제라는 이유만으로 아직도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기간제이니까 소홀히 해도 돼’, 이렇게 생각하셨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로 최선을 다했던 그분들의 죽음이 이제는 함부로 모욕당하고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세월호 승객들의 수습을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민간인 잠수사분들입니다. 우리는 얼마 전에 우리의 사랑하는 김관홍 잠수사를 잃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분들은 많은 병을 얻었지만, 이 정부는 중간에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심지어 민간인 잠수사 한 분이 숨지자 해경은 그 책임을 동료 잠수사에게 떠넘겨서 기소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동안 겪어야 했던 그 울분과 고통을 우리는 어떡해야 합니까.

또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바로 달려가서 해경이 구경만 할 때 승객들을 건져 올렸던 진도 어민들[입니다.] 그 뒤에도 세월호의 아픔에 함께했던 그분들에 대해서 정부는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배상금을 놓고 갈라치기를 하고, 트라우마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정부가 존재하지 않을 때 최선을 다했던 분들입니다. 정부가 눈 감고 있을 때 자신의 온몸을 받친 분들입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 분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추모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다뤄지지 못했고, 이제 20대 국회에 다시 올라가 있습니다. 이 분들의 존엄이 인정받고 권리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 관심 가져 주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저 뒤쪽 광화문 사거리에는 비정규직 해고자, 정리해고자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올라가 있습니다. 경산 편의점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꿈꿨던 한 알바 노동자가 칼에 찔려 숨지고, LG유플러스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열여덟 살 학생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 사회에 주는 경고입니다. 우리가 3백4명의 목숨을 잃었지만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이 경고음에 귀 기울여주시고 연대해 주십시오. 사람이 존중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수복 희망연대노조 조합원

안녕하십니까! 저는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와 AS를 하고 있는 김수복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SK브로드밴드에서 일하지만, SK브로드밴드 직원은 아닙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똑같습니다. 저는 SK브로드밴드와 계약을 맺고 있는 하청업체 직원입니다. 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일찍부터 일을 했습니다. 공장생활도 많이 했고요, 단순 일용직도 많이 해봤습니다.

처음 월급 받았던 게 25만 원 이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내 삶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답게 살고자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회사에는 일하는 사람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은 같은 월급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바꿔야 적폐청산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생활물가는 뛰지만, 월급은 일년에 몇 백 원 오릅니다. 사회 보험, 4대 보험 이것저것 떼고 나면 1백50만 원밖에 안됩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 원 2020년까지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다 치아뿌라! 그냥 냅둬도 2020년까지는 1만 원 된다, 아이가! 안 그렇습니까? 결국 본인들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대선후보들은 당신들이 1백50만 원 가지고 함 살아 봐라! 최저임금 1만 원 즉각 시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 봐야 월 2백9만 원밖에 안됩니다. 10대 대기업들 사내유보금 5백50조라고 합니다. 박근혜[가] 뇌물 3백억 받았다는 나라에서 최저임금 6천5백 원에서 기껏 3천5백 원 올려달라고 하는 거, 1만 원 해달라고 하는 거, 좀 쪼잔해 보이기도 합니다. 쪼잔해도 좋습니다. 나는 최저임금 1만 원 받아가지고 해외여행도 하고 아이들하고 외식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아빠 최고” 이런 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우리가] 1만 원 받으면 [병원비 걱정 없이] 부모님 건강만 걱정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최저임금 1만 원[은] 인권입니다.

지난 4월 5일 ‘만원행동’ 연대체가 만들어졌습니다. ‘만원행동’은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를] 요구합니다. 새 정부가 적폐청산을 적극 실천할 것을, 6월에 우리 모두 광장에 다시 모여 확인합시다.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촉구합니다. 박근혜 퇴진 시킨 우리, 비정규직 철폐시킵시다! 박근혜 [가고] 우리 삶의 봄날 만들어 봅시다. 내 삶이 바뀌어야 진짜 세상이 바뀌는 것 아닙니까!

제가 구호 한 번 외치면, 지금 당장이라고 말해주십시오. 최저임금 1만 원 (지금 당장!), 비정규직 철폐 (지금 당장!), 재벌에게 책임을 (지금 당장!)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지금 당장!), ‘만원행동’에 함께 해주십시오. 6월 30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상열 전교조 울산지부 지부장

어제 전교조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2만 5천 명 교사 선언”을 했습니다. 이거 잘한 겁니까, 못 한 겁니까? 그런데 정부는 아마 또 문제를 삼을 겁니다. 두 가지 기준을 문제로 삼을 겁니다. [첫째로] 2만 5천 명 단체로 서명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정치 중립의 여부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또 고소하고 고발하고 징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촛불시민의 힘으로 아마 눈치 보고 있겠지만,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전교조 지도부 또 징계하고 해고할 수 있습니다.

지난 ‘일제고사 폐기하라, 4대강 사업 중단하라!’ 시국선언 했을 때[에도] 전교조 16대 시도 지부장 해고했습니다! 전임자[들이] 정직됐습니다! [전교조는] ‘단체행동권 없다, [그런데] 단체행동이다. 정치중립 의무 위반이다’[는 근거였습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 일주일간 세월호 계기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이] 공문을 내려서 정치중립 위반을 할 수 있는 소지가 있으니까 조심하라 그럽니다. 이게 교육청이 할 일입니까! 전교조가 그동안 국민의 편이었습니까, 한 줌 정권의 편이었습니까? 전교조는 한순간도 국민의 편이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87년 이후 전교조[에] 족쇄를 물[리]고 있는 [것은] 노동권 1.5권밖에 [보장]되지 않는 것입니다. 단체행동권 인정해 줄 수 있도록, 정치기본권 인정해 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 시민 여러분 관심 가져주십시오. 예전에 교사는 교장의 명을 받아서 교육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교사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교육한다고 바꾸어도 학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치기본권, 노동기본권 준다고 불안합니까!

전교조는 더 열심히 국민의 편에서 투쟁하고 알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교육을 할 것입니다. 촛불시민 여러분, 박근혜는 내려왔으므로 [중단돼야 함에도 교육부장관] 이준식은 남아서 국정역사교과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단 한 개 학교에서도 역사 시범학교 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전교조의 힘입니다! 이준식은 물러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이렇게 말했습니다. ‘염치가 있어야지!’

아직도 버티고, 법외노조[라며] 전교조 전임 요구하는 지부장들을 4월 28일까지 징계하랍니다. 중징계하랍니다! 시민 여러분 지켜주십시오! 4월 28일까지 징계하는지 못하는지 지켜봐 주십시오! 거기서부터 교육혁명은 시작한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승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2017년 1월 7일 세월호 참사 1천 일 집회의 제목은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였다. 이제 그 말이 현실이 됐다.

박근혜가 파면되고 그로부터 3주 만에 구속되는 순간은 지난 4년 간의 묵은 체증이 싹 날아가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끈질기게 싸워 얻어낸 운동의 승리였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항의는 이 운동과 완전히 한 몸이었다.

박근혜는 지난 3년 내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를 지우려고 했고, 세월호와 함께 “돈보다 생명이 먼저”라는 요구도 같이 지우려고 했다. 그리고 참사 이후에도 안전 투자는 뒷전에 내팽개치고 친기업, 이윤 우선 정책들을 강행했다.

그러는 사이에 메르스 참사, 판교 환풍구 사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조류인플루엔자(AI),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 등 수많은 사람들이 ‘제2, 제3의 세월호’를 타고 우리 곁을 떠났다.

박근혜 정권의 진실 은폐 시도는 지독했다. 하지만 아무리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진실을 감추려는 바로 당신들이 이 참사의 책임자라는 사실이다. 그 제1의 책임자 박근혜가 지금 감옥 자기 방이 더럽다며 도배를 요구하고 당직실에서 잤다고 한다. 어디서 깜빵에서조차 갑질인가? 세월호 참사 제1의 책임자인 박근혜가 감옥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지금, 박근혜가 구속 수사만이 아니라 강력하게 처벌받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유가족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지시한 김기춘도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이들을 뒤따라 수갑을 차야 할 해수부, 해경 책임자들도 한둘이 아니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단 53명의 공직자만을 기소했다. 이 중 처벌받은 공직자는 딱 한 명, 123정 정장뿐이다.

열받게 하는 자들은 더 있다. 세월호 재판에 외압을 넣고 해경 압수수색을 가로막은 황교안과 우병우. 도대체 박근혜도 끌려가는 마당에 이 자들은 왜 버젓이 권력을 누리는 것인가? 아직도 우리를 개돼지로 보는 거 아닌가? 아직 국가 요직을 돌아다니며 떵떵거리고 사는 이들을 당장 잡아들여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당장 실현해야 할 정의 아니겠는가? 진상 규명의 주요 걸림돌이었던 이 자들을 처벌하고 권력에서 물러나게 한다면 참사의 진실을 찾는 길도 한걸음 가까워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직접 박근혜를 끌어내렸다. 이제 그 힘으로 또 다른 ‘세월호’를 막아야 한다. 박근혜는 감옥에 있지만, 박근혜가 남기고 간 황교안 체제와 적폐들은 아직 그대로다. 멈추지 말고 싸워야 한다. 박근혜 파면은 이 정권의 죄를 입증하는 것이었지 처벌의 끝이 아니었다. 박근혜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권 교체를 통한 적폐 청산이 시대정신이라고들 한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차기 정부는 ‘적폐 청산’에 대한 대중의 열망에 직면할 것이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세월호를 인양하게 만든 대중 투쟁의 힘으로, 이제 참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세상, 피해자가 모욕당하지 않는 세상, 우리의 삶을 바꾸는 그런 투쟁으로 나아가자.

그 길에 여러분들과 손 잡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