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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의 숲(?)에서 길을 잃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누구를 위한 진로 탐색?

교육부는 2017년 업무계획에서 자유학기-일반학기 연계 시범 연구학교를 확대하고, 희망하는 시·도에서 학년 전체를 자유 학기로 운영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등 ‘자유학년제’ 도입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학기제는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이다.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한 학기 동안 시험이 없어지자 변화가 생기기는 했다. 융합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이 실험됐고, 이에 따른 평가 방식도 서술형 과정 평가로 달라졌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서 전보다 학생들의 표현력이 좋아지기도 했다.

중학교의 사교육도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으나 학생들은 여전히 학원에 매여 산다. 특목고, 자사고 등 일류 고등학교에 가는 경쟁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이 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조사도 하고, PPT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원 다니느라 바빠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자유학기제를 원망하기도 한다. 함께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시간을 맞출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교사들도 수업 방법을 연구하고, 자유선택프로그램 수업을 위해 야근을 해야 하고 퇴근 후에도 업무는 계속된다. 노동강도가 강화되면서 자유학기제 학년을 꺼리는 교사도 있다.

프로그램

자유학기제에서 핵심은 이른바 ‘진로 탐색’이다. 선택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직업에 대해 경험하게 되고, 진로 탐색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진로의 날’ 운영으로 한두 시간의 직업 체험도 한다. 대학과 기업, 지역사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지역에 따라 프로그램의 양과 질도 차이가 있다.

또한 홀랜드 직업흥미검사를 통해 학생의 직업에 대한 흥미 유형이 정해진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꿈을 찾는 소녀에 대한 소설부터 직업 가이드북까지 30~40종의 책 중 유형별로 해당하는 책을 읽힌다. 과학적으로 보이나 실은 매우 작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과 수업에서 진로 관련 수행평가도 진행된다. 학생들은 최대 12과목에 해당하는 ‘진로 신문’과 ‘진로 보고서’를 혼자 또는 모둠별로 제출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는 그야말로 진로의 숲에 갇혀 있다.

이처럼 자유학기제의 본질은 학생들이 가능한 빨리 진로를 결정하도록 하는 데 맞춰져 있다. 자유학기제는 직업 선택 강요 교육이며, 그람시의 말처럼 “학생들의 운명과 장래 활동이 미리 결정”돼 “사회적 차별을 영속”시킬 직업 교육의 전초전으로 보인다. 그래서 “꿈과 끼”, “학생 참여형 수업” 같은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계급 자녀들의 교육받을 기회를 줄여 나가는 계획이라고 봐야 한다.

본래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주의의 필요에 맞춰 교육 정책을 추진한다. 대학교육이 필요하면 대학 정원을 늘리고, 기술 교육이 필요하면 기술 교육 정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전면적 인간 발달이어야 한다. 즉 지덕체를 겸비한 인간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그람시도 ‘육체노동을 위한 능력의 계발과 더불어 지적 노동에 필요한 능력도 계발시켜야 하는’ 전인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의 노동력 제공을 위한 교육은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것으로서, 전면적 인간 발달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자유학기제가 수업 방식의 다양화와 학생들의 참여 수업으로 표현력 등이 나아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학생들의 융합적 사고와 창의력을 강화한 전인적 인간을 육성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면 자유학년제로의 확대보다 직업교육과 특권교육으로 이원화된 교육을 폐지하고, 학교 서열화를 만든 입시제도부터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