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을 찍는 것은 저열한 표  찢겨진 르펜의 선거 포스터는 많은 프랑스인이 그를 역겨워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5월 7일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파시스트 마린 르펜과 은행가 출신자 에마뉘엘 마크롱이 맞붙는다. 기득권 세력의 지지를 확고히 받는 마크롱이 이길 듯하다.

그러나 르펜이 결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르펜은 결선에서 족히 1천만 표 이상을 득표할 듯하다. 그 한 표 한 표가 르펜의 파시스트 조직 건설에 일조할 것이다.

따라서 거리와 작업장에서 파시스트에 맞선, 더 넓게는 인종차별에 맞선 단결된 행동이 필요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기권하거나 투표하더라도 기표를 제대로 하지 않을 듯하다. 결선에 오른 후보가 둘 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주류 정치권은 마크롱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좌파를 비난한다. 르펜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르펜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되던 많은 사람들이 결선에서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1차 투표에서 보수 후보인 프랑시스 피용을 찍은 사람들 가운데 르펜을 찍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8퍼센트에서 지난주 29퍼센트로 떨어졌다.

그동안 르펜은 파시스트로 보이지 않게 이미지 변신을 꾀하며 노동계급의 불만을 파고들려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이 언제나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난주 르펜은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FN)의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르펜의 파시스트적 뿌리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그러나 국민전선이 여전히 그의 선거운동을 관장하는 만큼,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그런데 이 시도는 르펜으로서는 역효과를 냈다. 르펜을 대신해 국민전선의 대표가 되려던 장프랑수아 잘크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나치 치하 프랑스의 괴뢰 정권을 찬양한 일이 폭로된 것이다. 그래서 잘크는 곧바로 사퇴해야 했다.

한편, 언론은 르펜이 프랑스 북부 아미앵의 월풀 공장을 깜짝 방문한 것을 긍정적으로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르펜은 다른 곳에서는 야유를 받거나 방문을 거절당하고 있다.

4월 25일 파리의 뷔퐁 고등학교 학생들이 르펜의 결선 진출에 항의하며 수업을 거부했다. 그들은 교문 밖을 나서며 이렇게 외쳤다. "르펜 꺼져라, 인종차별 반대한다!", "국수주의도 사장도 싫다, 르펜도 마크롱도 싫다!"

그 밖에도 여러 시위가 벌어졌고, 그 절정인 5월 1일 노동절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25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

프랑스공산당(PCF)는 마크롱에 투표하라는 입장을 냈다. 공산당은 다음 달 총선에서의 선거연합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러나 프랑스 최대 노총인 CGT의 입장은 "르펜에 단 한 표도 줄 수 없다"이다.

급진좌파 후보인 장뤽 멜랑숑(그는 1차 투표에서 거의 20퍼센트를 득표했다)과 반자본주의신당(NPA)도 CGT와 비슷한 입장을 냈다.

좌파는 파시스트의 위험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동시에 마크롱에게 투표하자고 호소하기보다는 그에 맞선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수많은 프랑스 노동자들이 마크롱을 적으로 여기고 있고, 그 판단이 옳다. 마크롱을 지지하라고 호소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르펜에 맞서 저항할 잠재력을 갉아먹을 뿐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