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법 ― 후퇴 없이 즉각 개정해야

  정진희

 몇 달 전부터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논쟁은 올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민주당의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안에 사장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개정안은 출산 휴가를 현행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하고, 육아휴직 때 소득의 일부(30퍼센트)를 지급하고 유산·사산 휴가와 태아 검진 휴가 등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사장들은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을 무산시키기 위해 온갖 악선동을 일삼았다. 이들은 모성보호 관련법이 개정되면 당장 경제가 붕괴할 것처럼 호들갑도 떨었다. 경제5단체는 모성보호법 개정에 필요한 비용이 8천5백억 원이라고 엄청나게 뻥튀기해 발표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고작 1천3백여억 원1)이다. 이것은 그 동안 정부가 기업 부실을 메우기 위해 쏟아부은 수십조 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뻔뻔스럽게도, 사장들은 유급 육아휴직제가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선진국에서 유급 육아휴직제를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영국·오스트리아·벨기에·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노르웨이 등 웬만한 선진국에서 유급 육아휴직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급 액수도 실질적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육아휴직 기간 42주까지 임금의 100퍼센트, 그 뒤의 10주까지는 임금의 80퍼센트를 제공한다.

 가장 역겨운 주장은 모성보호 관련법이 개정되면2) 고용보험이 파탄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치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이 고용보험 재정 위기의 원인인 양 떠들어댄다.

 그러나 고용보험 재정은 정부와 기업들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해고한 결과, 이미 위기에 빠져 있다.

 

후퇴

 

 사장들의 반발로 이 법안은 후퇴하고 있다. 민주당은 출산 휴가 30일 연장을 빼고는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려 한다.

 그러나,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안은 결코 후퇴돼선 안 된다. 그것은 모두 모성 보호를 위해 필요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조처다.  

 현재 우리 나라 출산 휴가일수는 소말리아·콩고(14주), 몽고(15주)에도 못 미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휴가를 90일로 확대하는 것조차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14주(98)일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현재 출산 휴가를 14주 이상 법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모두 57개국이다. 출산 휴가가 17주가 넘는 나라도 많다. 오스트레일리아(52주), 덴마크(6개월), 노르웨이(38∼48주), 체코(28주), 헝가리(24주), 러시아(20주) 등.

 육아휴직시 임금 30퍼센트 지급 조항 역시 최소한의 개선책이다. 현재 육아휴직은 무급이라 유명무실하다. 1999년 기업체당 평균 육아휴직자는 0.04명이었을 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놓고 육아휴직을 신청하도록 그 급여도 더 높아져야 한다.

 유산·사산 휴가와 월1회 태아 검진 휴가도 꼭 필요하다. 우리 나라처럼 노동시간이 장시간(세계 7위)인 나라에서 유산·사산 휴가, 태아 검진 휴가는 모성 보호를 위해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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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5단체의 대표적인 과장 계산은 육아휴직 비용 계산이다. 그들은 출산한 여성 노동자와 그녀의 남편 모두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육아휴직 시 30퍼센트 소득 보장 정도로는 많은 사람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란 어렵다.

2 원래의 개정안은 출산 휴가 30일 확대와 육아휴직 일부 유급화에 드는 추가 비용을 고용 보험에서 지급하도록 했다. 이것은 개별 기업에 맡길 경우 법 조항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에 취하는 당연한 조치다.

 


 

모성보호가 강화되면 여성 고용이 감소하는가?

 

   모성보호와 여성의 노동권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일부 사람들은 둘을 대립되는 것으로 여긴다. 그들은 모성보호 강화 때문에 여성 고용이 감소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곤 한다.

 이것은 언뜻 보면 그럴듯하게 보인다. 사장들은 늘 모성보호 조항 같은 '지나친 규제' 때문에 여성 고용을 늘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최근 경총, 전경련 등 경제5단체는 모성보호 강화에 반대하고 되레 야간·연장·휴일 근무 규제 완화, 생리 휴가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장들이 여성 노동력을 선호하는 이유가 남성의 58퍼센트밖에 안 되는 저임금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모성보호 비용이 증대하면 사장들에게 여성 노동력에 대한 매력이 감소할 수도 있다.(이것은 모든 여성 노동자들이 법 적용을 받는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여성의 70퍼센트가 모성보호 조항을 하나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 상승이 자동으로 고용 감소를 부르지 않듯이 모성보호 강화 또한 즉각 여성 고용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우리 나라 여성 노동력 참가율은 가장 선진적인 모성보호 조항을 가진 스웨덴보다 훨씬 낮다.(스웨덴의 출산 휴가는 14주(98일)이고 모두 유급이다. 육아휴직은 최대 18개월이고 이 중 15개월이 유급이다. 10개월 동안 임금의 80퍼센트, 2개월은 90퍼센트, 이후 3개월은 고정액이 지급된다.) 2000년 우리 나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49.5퍼센트인데 비해, 스웨덴은 74.5퍼센트였다.

 여성 고용을 결정짓는 요소는 단순히 저임금이 아니다. 만약 경기가 팽창하는 시기라면 사장들은 늘어난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여성 노동력을 끌어들이려 한다.

 그래서 제2차대전 이후 모성보호 조항이 강화된 선진국에서 여성 고용은 이전 시기에 비해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2차대전 이후 대다수 나라들에서 여성 고용은 점점 늘어났다.

 모성보호 강화는 각국 정부가 노동력 부족 사태에 직면해 여성 노동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기업의 이윤이 감소하는 경기 후퇴기에는 모성보호 비용이 사장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황기 때조차도 여성 고용은 단순히 감소하지 않는다. 모성보호 비용 증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 노동력은 남성 노동력보다 낮은 임금에다 시간제·임시직 형태의 '유연한' 노동력의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용 규모의 절대적 감소가 아니라 고용의 질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시간제·임시직 등 불완전 고용돼 있다.

 따라서 사장들이 외치는 '규제 완화'는 여성 고용 증대가 아니라, 노동력을 값싸게 착취하려는 술수일 뿐이다.

 사장들 주장과 달리 모성보호는 여성에 대한 어떠한 특혜도 아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건강한 노동력은 국가와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본 축적을 하는 데 필수적이다.

 모성보호는 국가와 기업이 여성 노동자들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여성이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