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같은 우파 야당들이 비교적 사소한 문제들인 위장 전입, 다운계약서 체결, 논문 표절 의혹 등을 물고 늘어지면서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후보의 인준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그러자 정의당은 김상조 후보자를 조속히 인준해야 한다며 “한국 경제의 불공정을 해소하는 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조중동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이 “부패”를 문제 삼으며 김상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부패 하면 따를 자가 없는 자들이 말이다. 그리고 우파들이 재벌을 보호하려고 김상조 후보를 반대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특히, 노회찬 원내대표는 “김상조 후보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계속 미뤄지는 것은 누가 봐도 재벌을 위한 김상조 반대”임을 지적했다.

재벌에 대항할 가장 큰 힘은 재벌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김상조를 지키면 재벌을 개혁할 수 있는 걸까? 재벌을 과연 개혁할 수 있다면 노동자 계급의 처지는 나아질 수 있는 걸까?

김상조 후보자의 재벌 개혁론은 ‘공정한 시장 질서’라는 관점에서 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건전한 지배 구조를 문제 삼는 것이었다. 그런 접근법은 자산 소유자들 사이의 공정·공평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문제 의식의 발로로, 김상조 식 재벌 개혁이 설사 성공한다손 치더라도 노동자 계급에게는 득이 될 게 없다.

무엇보다, 재벌의 경영이 투명해진다고 해서 재벌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윤을 감축하면서 정규직 고용을 늘리거나, 하청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며 재벌이 맡아 온 사업 부문을 중소기업에 넘긴다고 해서 노동자 계급의 처지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좌파의 상당수는 김상조 식 재벌 개혁론이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를 지향할 뿐’이라고 비판해 왔다.

재벌 개혁의 공상성 때문에 김상조 후보자의 재벌 개혁안 자체가 계속 후퇴해 왔다. 최근에는 “지금 삼성의 3세 체제를 아예 부정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면서 재벌의 3세 승계를 용인해 줘야 한다고 했다. 김상조 후보자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에도 반대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강력한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김 후보자의 재벌 개혁 의지를 신뢰하기 힘들다”며 “청문회에서 재벌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후보자의 이런 후퇴에는 2008~09년에 시작된 경기 침체(“대침체”)가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김상조 후보자는 심지어 최근 “재벌이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말까지 했다. “재벌이 성장은커녕 생존도 불투명한 상황이 되면서 … 재벌들에게 임금을 올리고(소득주도 성장론과 최저임금 인상론), 세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정책(대기업 증세를 통한 사회복지 확대론)도 유효하지 않다.”(〈한겨레〉 2016년 1월 18일치.)

김상조 후보자는 전혀 노동자의 친구가 아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임금 삭감과 노동시간 단축이 정부 지원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질서를 중시하면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재벌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재벌과 협력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확대나 실질임금 삭감 등으로 고통받는 동안 재벌들은 막대한 이윤을 쌓으며 성장해 왔다. 재벌의 이윤을 공격하지 않고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한국 경제의 불공정을 해소”할 수 없는 것이다. 김상조의 정의는 사회적 정의가 아니다. 자본가들 간의 ‘정의’일 뿐이다.(실행 가능성은 별문제로 하면 말이다.)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지키는 데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인물을 구하는 데 나서기보다 재벌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좌파가 추구해야 할 본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