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예컨대, "브렉시트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경향신문) 것이 보수당의 패인이라는 식이다. 영국의 사회주의자 토마시 텡글리-에반스가 이를 반박한다.


우파와 자유주의자 가운데 일부는 영국 총선 결과가 유럽연합(EU) 잔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보수당에 복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의도는 제러미 코빈이 사회주의적 정책을 내세우며 노동계급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것을 평가절하하고, EU를 지지하는 노동당 우파와 자민당의 영향력을 과장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비민주적인 신자유주의·제국주의 기구인 EU에 반대한다고 모두 반동적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EU를 지지한다고 해서 진보적인 것도 아니다.

노동당 우파나 자민당은 브렉시트를 영국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은 [지난해 6월]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과 반대를 찍었던 사람들 모두한테서 표를 더 받았다. 이번에 노동당이 의석을 새로 확보한 선거구에는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잔류가 우세했던 선거구와 탈퇴가 우세했던 선거구가 모두 포함돼 있다.

‘버리 노스’와 ‘스탁튼 사우스’는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탈퇴 표가 각각 54퍼센트와 61.7퍼센트로 높게 나온 곳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이 두 곳은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넘어갔다.

이번 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지난해 유럽연합 탈퇴에 투표한 사람의 25퍼센트가 노동당을 찍었다. 동시에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했던 사람의 24퍼센트는 보수당을 찍었다.

또 이번 선거에서 브렉시트 반대 투표가 우세했다는 식의 설명은, 브렉시트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건 자민당이 되레 표를 잃은 점을 설명할 수 없다.

많은 논평가들은 노동당이 브렉시트에 제대로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EU 잔류 표가 많이 나왔던] 런던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노동당은 잔류 투표가 우세했던 많은 선거구에서 승리했고, 런던에서 자민당이 핵심적으로 노렸던 곳에서도 이겼다.

런던 북부의 햄스테드-킬번 선거구에서 노동당은 이번에 59퍼센트를 득표했는데 과거보다 14.9퍼센트포인트 는 것이다. 반면 이곳에서 자민당은 1.4퍼센트포인트만 늘었다.

런던 서부의 일링센트럴-액튼 선거구에서 노동당 후보는 이번에 1만 3천8백7표 차로 이겼다. 지난 선거에서는 2백74표밖에 차이가 안 날 정도로 박빙으로 이겼었는데 말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노동당 의원 케이트 호이를 낙선시키려던 시도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는 재선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득표율도 3.5퍼센트포인트 올랐다.

자민당의 신뢰도가 매우 낮으므로 브렉시트 문제를 가장 중시한 일부 유권자들은 물론 노동당에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브렉시트는 주된 쟁점이 못 됐다. 선거 전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해 유럽연합 탈퇴에 투표한 사람(52퍼센트)과 잔류에 투표한 사람(48퍼센트) 사이의 구분은 흐려졌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49퍼센트는 유럽연합 탈퇴를 “몹시 지지한다”고, 또 다른 22퍼센트는 “수용한다”고 답했다. 브렉시트를 막아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28퍼센트뿐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의 표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열적이고 좌파적인 선거 운동 덕분에 보수당의 긴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투표 결과에서 드러난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강조해서 이득을 볼 세력은 우파뿐이었다.

이제는 사회주의적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정치를 중심으로 노동계급이 단결해야 할 때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