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올리고 있던 오늘(6월 16일) 오전 11시에 안경환의 각종 의혹에 대한 안경환 자신의 해명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러나 이는 해명은커녕 설득력도 없는 변명에 불과했다.


'인권 전문가'이기는커녕 위선적인 여성 비하 '전문가'

전주현

문재인 정부가 “인권 전문가”라고 추켜세운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여성 비하 전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결혼하고 싶은 여성 몰래 혼인신고를 조작해서 신고해 법원에서 취소당한 전력이 폭로되기까지 했다. 혼인신고를 먼저 해 놓으면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처럼 여기지 않으면 하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2016년에 출간된 안 후보자의 책 《남자란 무엇인가》에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천박한 여성 비하와 성차별적 주장이 난무한다. 안경환 후보자는 성매매를 남성의 낭만적 본능 추구쯤으로 여기며 다음과 같이 미화했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라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 비하적 인식도 드러냈다. 윗세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말이라며 “술자리에서 반드시 여자가 있어야 한다, 정 없으면 장모라도 곁에 있어야 한다”라고 인용한 뒤,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다. 이는 만국에 공통된 음주문화다” 하고 썼다. “권력만 가지면 미인은 절로 따르게 마련”이라는 주장 역시 여성 비하적이긴 마찬가지다.

또한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최종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것이 사내의 생리다”라며 남성의 데이트폭력을 생물학적인 본능으로 표현했다. “몰래 혼인신고” 행위가 생각나는 언사다.

2004년에도 〈동아일보〉 칼럼에서 “‘남자의 면상은 이력서, 여자의 얼굴은 청구서’라고도 하지요”라고 썼다. 2011년 〈한겨레〉 칼럼에서는 “젊은 사내의 육체는 때때로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다"며 한 판사의 지하철 성추행 범죄를 합리화했다.

이쯤 되면 안경환의 여성 비하는 일관된 인식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자를 “인권 전문가”로 추켜세우는 것은 “인권”이라는 말에 대한 모욕이다. 

이런 자를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것은 문재인이 표방한 “페미니스트 대통령”과 “성평등 정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안 그래도 검찰과 사법부는 여성차별적 태도가 여전히 강하고, 사법부는 성폭력 행위를 한 남성에게 납득하기 힘든 감형을 하곤 해서 대중을 분개케 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의 인식과 언행이 이 따위라면 그것이 조직에 어떤 효과를 줄지 안 봐도 뻔하다.

게다가 퇴학 당할 위기에 몰린 아들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구제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부패와 특권 때문에 전 정부를 중도 퇴진시키고 등장한 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는 자격 미달이다.

따라서 안경환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이런 인물이 2004년에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의 ‘성평등 디딤돌상’을 받은 적이 있다니 놀랍다.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으로 여성 교수를 법대 최초로 채용해 ‘유리천장’을 허문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폭로된 일들과 그동안의 언행을 보면, 안경환에게 준 ‘성평등 디딤돌상’을 철회하고 ‘성평등 걸림돌상’을 줘야 할 판이다. 따라서 여성단체들이 안경환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여연은 최근 청와대 행정관으로 내정된 탁현민 전 성공회대 겸임교수에 대해서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은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임명에 반대했다. 이 기준이 안경환에게도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해 대체로 무비판적인 태도와 달리 안경환에게 “성매매를 합리화하며 저열한 성인식”이 드러나 “무척 실망스럽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정의당이 올봄 대선에서 누구에게 왜 지지를 받았는지 생각하면 ‘청문회 해명’이나 문재인의 ‘숙고’를 기다리기보다 즉각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성평등 걸림돌

문재인 정부는 ‘청문회에서 문제적 발언이 기술된 맥락을 설명하면 논란이 해소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끼고 있다. 비판할 자격도 없는 보수 야당들의 흠집 내기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여전히 높은 국정 운영 지지 여론에 슬그머니 편승해 보려는 심산인 듯하다.

안경환과 함께 노무현 정부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인섭 서울대 교수도 안경환 구출하기에 나섰다. 그는 우파들이 안경환의 책을 “악마적 발췌와 편집”으로 왜곡해 안경환을 “청문회 먹잇감” 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강간미수 공범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던 자유한국당이 “삐뚤어진 여성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인사” 운운할 자격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짓 아니겠는가? 우파 언론들이 과거 안경환의 성차별적 칼럼을 버젓이 실어 놓고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도 위선이다.

하지만 우파가 반대한다고 해서 곧 진보·좌파가 비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안경환이 진보적 가치를 대변해 온 인물도 아니다. 안경환은 우파 언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했고,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개관 환영" 글을 쓰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공격하며 속죄양 삼은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이른바 '《즐거운 사라》 음란성' 재판 때 안경환은 “헌법이 보호할 만한 예술적 가치가 결여된 법적 폐기물”이라고 법원에서 진술해 마녀사냥에 동참했다. 

안경환이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 축소에 항의해 사표를 던진 것만으로 그를 진보로 포장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인권 후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도 없고, 이명박 정부의 2008년 촛불시위 폭력 진압 진상 조사에 굼뜨게 대응하다가 인권 단체들의 비판만 받았다. 안경환은 이미 인권위원장 임명 직후에도 인권단체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안경환이 “너무나 안이하고 현실 타협적이고 영합적이기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안경환이 서울대 총장 출마를 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직에 임명된 지 2개월 만에 사퇴한 일도 있다. 국가폭력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보다 출세를 앞세운 것이다.

기업에 호의를, 저항한 노동자·학생에겐 반감 드러낸 안경환

이재환

안경환은 스스로도 노무현 정부가 자신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기용했을 때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내가 참여정부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임을 내세워 반대한 청와대 인사도 있었다고 한다. … 한나라당도 심하게 반대하지 않을 사람을 구했고, 차선으로 나를 택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권위에서 태극기를 걸고 직원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도록 한 것을 자랑한다. 인권단체연석회의들이 인권위원장 임명 당시 비판한 것이 이해가 간다.

인권위원장이 되고 나서는 인권위 이미지 개선과 일종의 사회 통합을 위해 로펌 출신 변호사를 구하려 했던 일도 있다.

“인권 관련자들에게 치명적으로 결여된 것이 경제 감각이다. 경제력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마저 지닌 사람도 많다. [대형 로펌 출신 성공한 변호사를 영입하면] 편향된 인권위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의지 때문에 안경환은 인권위 직원 조회 때에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기업인 손경식(현 CJ그룹 회장)을 초청해 특강을 듣게 할 정도였다.

이런 ‘편향’은 당시 노무현 정부의 살인적 진압으로 사망한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열사 문제에 인권위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하중근 열사 사망 진상 조사 청원에 성의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안경환이 국가인권위원장에 취임한 뒤에도 인권위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경찰 관계자의 최후 진술을 듣지 못했다”는 등의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진상 조사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05년에 고려대에서 이건희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에 고려대 학생들이 항의 시위를 했었다. 고려대의 행위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철학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학생들의 반대는 매우 정당했다. 물리적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고려대 당국은 삼성의 눈치를 보며 학생들을 부당하게 징계하려고 했다. 이에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 교수들의 학생 징계 반대 성명을 내려고 했다. 그 민교협 성명에 반대하고 서명을 거부한 것이 안경환이었다. 그는 혼자 반대한 것을 넘어서 당시 〈한겨레〉 칼럼에서 민교협과 고려대 학생들을 싸잡아 비판하기까지 했다.

“[민교협 성명 초안은] 물리력을 행사한 학생들에 대한 꾸짖음은 전혀 없고 학교 당국에 대한 비난만 담겨 있다. … 선생의 역할이 무엇인가? 학생의 폭력을 품어 감싸기에 앞서 강한 질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 이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대학과 자본의 유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모두가 권장하는 ‘산학협동’과 어떻게 다를까? … 노동조합 없이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한 후에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경영방식도 있을 것이다.”

그 칼럼 때문에 또 다른 민교협 교수에게서 “자용(‘어용’의 패러디로 자본의 앞잡이라는 뜻) 교수”라는 공개 비판을 듣기도 했다.

안경환은 기업주의 악랄한 행위까지도 옹호하면서, 그에 맞선 노동자와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없거나 적대적 언행을 한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이 안경환 임명을 강행한다면, 정부가 그를 내세운 명분인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의 본질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보여 줄 뿐이다. 노동자와 여성들의 인권 향상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오히려 강경한 탄압의 수장 구실을 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