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교육 과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김세원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지역 200개 고교 교사 대표자들은 ‘7차 교육 과정 거부 고교 교사 대표자 선언’을 발표했다. 반대 선언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인천, 경기, 전북, 대전 지역에서도 반대 선언이 이어졌다. 교사들도 7차 교육 과정 중단을 촉구했다.  

 7차 교육 과정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교과, 재량 활동, 특별 활동)과 수준별 교육 과정이 주요 골자다.1)  7차 교육 과정은 작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돼 왔으며 2004년 도입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7차 교육 과정의 중심인 수준별 교육 과정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 과정”이라 주장한다.

 개성과 적성, 학습 능력의 다양성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7차 교육 과정은 능력·적성·흥미·필요에 따른 교육 내용 다양화가 아니다. 교육 내용의 이수 속도만 다를 뿐이다. 교육 내용은 획일적이다. 동일한 교육내용 ―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 을 1∼10단계로 나누고 학생들의 적성·흥미와는 상관 없이 이수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속도의 ‘다양성’은 상위 집단에게만 효율적이지 하위 집단에게는 성취 수준의 불평등 심화, 정서적 열등감, 의욕 감퇴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은커녕 똑같은 내용을 누가 잘 따라가나를 따져 ‘우등’, ‘열등’의 딱지를 붙일 뿐이다. 즉, 수준별 교육 과정은 상위 집단에게는 ‘엘리트 교육 과정’이고 나머지 대다수에게는 ‘쓰레기 교육 과정’이다.

 

서열화

 

   수준별 교육 운영은 끔찍한 대학 입시 경쟁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강화한다. 단계진급평가, 진단평가, 형성평가, 전국적 차원의 학년별·과목별 학업성취도 평가, 수학능력시험 평가 등등 ….

  학생들은 1년 365일 평가 대상이 된다. 학생들은 평가를 통해 더 ‘높은’ 단계인 우등반으로 가려는 경쟁에 내몰린다. 경쟁의 결과는 서열화다. 더욱이 11∼12학년 ― 지금의 고등학교 2∼3학년 ― 에서 시행될 선택 교육 과정은, 고입 경쟁의 과열과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낳을 것이다. 이것은 자립형 사립학교2) 같은 귀족학교 설립을 부채질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고입을 위한 ‘스파르타식’ 학원이 설립돼 제2, 제3의 광주 예지학원 참사를 불러올 것이다.

 

교육의 질 저하와 사교육비 증가

 

 수준별 교육 과정이 내세우는 사이비 ‘다양성’은 학생들에게 교과 부담만 늘렸다. 단위 시간당 배워야 할 과목 수가 늘었다.3)  교육 과정 편성, 운영의 자율성 및 학생의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재량 활동은 교과 재량 활동과 창의적 재량 활동으로 나뉘어진다. 인성 교육과 체험 활동 등 자율 활동을 할 수 있는 창의적 재량 활동의 수업 시간은 중고등학교의 경우 일주일에 1시간뿐이다. 또, 3시간 정도로 배정된 교과 재량 활동 시간은 기본 교과의 심화 보충 학습이나 선택 교과(중학교의 경우 한문·컴퓨터·환경·제2외국어 등에서 한두 가지 선택) 학습에 할애된다.

 이렇게 본다면, 재량 활동 역시 “학생과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창의적 학습을 이끌기”보다는 과목 수만 3∼4개 늘려 학습 부담만 늘리는 꼴이다. 7차 교육 과정이 제시하는 선택은 기존의 과목들을 쪼개어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특기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 내용을 대폭 줄이고 다양한 호기심을 채워 줄 교육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많은 수의 교사 충원, 학급 인원 줄이기, 학교 시설 강화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GNP 대비 6퍼센트 교육 재정 확보 약속을 어겼다. 노령 교사 한 명을 퇴직시키고 2.8명의 신임 교사를 발령, 2004년까지 매년 5천5백 명씩 증원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의 경우, 교과 선택제로 교사들이 담당해야 할 교과와 과목 수가 늘어나 노동강도만 강화됐다.

 또한 담당 교과의 증가는 수업 연구 부실로 이어지기 쉽고(시범학교의 경우 보통 2∼4개 과목에 복수 학년에 걸쳐 수업), 해당 학교에 전공 담당 교사가 없을 경우엔 상치 교과(교사에게 전공하지 않은 과목을 가르치게 하는 것)만 늘어 수업의 질은 하락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질이 하락된 수업과 ‘다양하고’ 많은 수업 내용을 꾸역꾸역 집어 넣는다면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전할까?

 7차 교육 과정안조차도 이렇게 말한다. “완전한 학생 선택권이 보장되면서 유연한 교원 수급이 동시에 이루어지려면 학교의 규모가 엄청 커져야 한다. 계산에 의하면 한 학교가 150학급 이상, 학생 수가 6천 명 이상이 되었을 때, 선택 중심형 교육과정이 실현될 수 있다.”4)

 즉, 다양한 규모의 학습 편성을 해야 하는 수준별 학습과 다양한 교육 기자재와 시설이 필요한 창의적 재량 활동은 지금의 교원 수와 학교 시설로는 불가능하다. 바꿔 말하자면, 7차 교육과정은 “학교가 기업에 필요한 인재와 지식을 공급하고 … 기업의 경영방식과 노하우를 학교기관의 운영에 직접 활용하는 것이다.”5)

 정부는 7차 교육 과정안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났다. 늘어난 과목 수, 많아진 평가, 치열해지는 고입 경쟁은 사교육비 증가를 부채질한다. 사교육비 실태에 대한 교육부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생들의 과외비 지출은 7차 교육 과정이 시행되기 전인 1999년보다 15퍼센트나 늘었다.

 7차 교육 과정에 맞서, 서울지역 고교 교사들은 대표자 선언을 통해 “선택형·수준별 교육 과정에 근거한 고등학교 교육 과정 편성 작업을 즉각 중단할 것”, “5월 이내로 7차 교육 과정을 수정 고시할 것”, “교원노조, 교원단체가 참여하는 ‘교육 과정 개선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역시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려 하고 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원한다면 전교조의 7차 교육 과정 수정 고시와 민주노총의 공교육 정상화 요구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

 

1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은 10개 교과(도덕,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실과, 영어)를 1년 단위로 편성해서 10년 동안 단계형(수학, 영어), 심화 보충형(국어, 사회, 과학, 영어)으로 나눠 교육하는 것이다. 그 후 11∼12학년에서는 일반 선택 과목과 심화 선택 과목 가운데 각각의 과목들을 선택하는 교육 과정이다.

2 〈열린 주장과 대안〉 5호에 실린 '자립형 사립학교는 귀족형 사립학교'를 참조.

3 황윤한(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수준별 교육 과정의 허와 실'.

4 허경철, '제7차 교육 과정에서의 일반계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편성과 운영상의 이해와 오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창립 3주년 기념 세미나.

5 한승희, 학습혁명 보고서 ― 지식경제시대 학교 패러다임, 〈매일 경제〉, 2000년 5월 12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