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이 노동자연대에 가입 신청 거부 결정을 통보했다. 노동자연대는 올해 3월 1일 주요 성소수자 운동 단체들이 모여 있는 연대체인 무지개행동에 가입해 활동하는 도중에 어이 없게도 강제로 쫓겨났다. 이 과정이 매우 부당하다고 여겼지만 이후 노동자연대는 또다시 가입 신청을 했는데, 무지개행동은 또다시 노동자연대 가입 거부 결정을 통보한 것이다.

노동자연대는 한국에서 성소수자 운동이 태동하기도 전인 1990년대 초부터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며 해외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저서를 번역 출판하는 등 동성애자 해방 사상을 확산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1997년 1월 민주노총의 파업에 고무받은 성소수자 청년들 일부와 급진적인 동성애자 운동을 새롭게 건설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노동자연대는 최근에도 A대위 구속에 항의하는 운동에 동참해 집회 참가, 재판 방청 등을 하며 관련 기사들을 신문에 실었고, 대학에서 벌어지는 성소수자 혐오 세력에 반대하는 여러 활동에도 연대해 왔다.

무지개행동은 지난해 총회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기 위해 더 넓은 연대를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무지개행동은 수십 년 동안 성소수자 해방을 위해 분석을 내놓고 여러 실천을 해 온 노동자연대의 참여를 환영하기는커녕 합당한 근거도 없이 쫓아냈다. 최근 보낸 공문에서 무지개행동은 “노동자연대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투쟁한 운동의 역사를 기억”한다면서도 노동자연대 가입 거부 결정의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무지개행동이 3월 초에 이미 가입해 활동 중인 노동자연대를 쫓아내는 무리수를 둔 까닭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3월 21일 인권재단사람 보도자료는 무지개행동이 올해부터 다국적기업 구글에게서 5천7백만 원을 후원받기로 했음을 밝혔다. 무지개행동이 이 사실을 웹사이트에 공개하지 않았기에 노동자연대는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됐다.1

구글은 인권재단사람(소장 박래군)을 통해 올해부터 무지개행동과 무지개행동 소속 7개 단체의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무지개행동의 집행위원은 이 구글의 돈으로 전국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대회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자연대의 추방을 주도한 무지개행동의 주도 단체들과 개인들은 노동자연대가 무지개행동에 남아 있다면 구글의 후원에 반대할 것임을 직감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노동자연대가 성소수자 운동의 우경적 전략, 즉 제국주의 대사관이나 대기업 등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자들과 동맹하려는 전략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음을 잘 안다.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보듯, 미국 등 서구 제국주의 국가 대사관들과 다국적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2014년 이후 한국 성소수자 운동의 주요 전략이 됐다. 결국 무지개행동의 주도 세력들은 노동자연대가 성소수자 운동 내에 존재하는 친기업적·친제국주의적 정치에 도전하려는 것을 막으려고 노동자연대를 배척한 것이다.

무지개행동과 성소수자 운동의 우경화

무지개행동은 2007년 10월 31일 노무현 정부가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삭제한 채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려는 데 반대해 성소수자 운동 단체와 활동가들이 벌인 긴급 공동행동에서 시작됐다. 출범 당시 16개 단체였으나 최근 몇 년 새 가입 단체가 늘어나 현재 28개 단체가 됐다.

지난 10년 동안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나 농성을 이끌며 한국 성소수자 운동에 기여해 왔지만, 그 정치는 갈수록 의회나 국제기구 등에 로비를 하면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법과 제도 개선에 몰두하는 개혁주의가 됐다.

2008년부터 무지개행동은 유엔의 국제인권조약을 활용해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92조의6 폐지 등을 압박하려 해 왔다. 올해도 “한국 정부가 비준·가입한 여러 국제인권규약의 메커니즘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면 활용할 수 있다”며 워크샵을 개최하기도 했다.

무지개행동을 친중간계급적 개혁주의자들이 주도하면서 성소수자 운동은 갈수록 온건해졌고 모순도 생겨났다. 무지개행동은 올해 문재인 정부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했지만 무지개행동 주도 단체·개인들 사이에는 사드 배치의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자들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무시 못할 정도로 득세해 있다.

특히 무지개행동을 지배하는 정체성 정치(‘교차성’ 같은 새로운 버전까지 포함해)는 이번 노동자연대 배척에서 보듯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체성 정치는 사회의 근본 분단이 계급에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며 특정 차별을 겪는 사람들의 특수한 정체성에 호소해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성소수자 운동에서 정체성 정치는 성소수자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만이 성소수자 차별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차별에 맞서 잘 싸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정체성 정치는 한편에서는 노동자 계급에 기반을 둔 반자본주의적 좌파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다른 한편에서는 성소수자들이 계급을 뛰어넘어 모두 같은 이해관계를 지닌다는 생각을 고무해 개혁주의로 이어진다.

성소수자 운동을 주도하는 친중간계급적 자유주의자들은 체제의 권력자들 일부와 동맹을 맺는 전략을 취하면서 운동을 협소하고 온건한 방식으로 끌어간다. 그리하여 무지개행동 내에서 언제부터인가 친기업적 정서가 득세했고, 올해부터는 아예 무지개행동 차원에서 초거대자본인 구글의 돈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지개로 무기 거래를 가릴 수 없다" 2017년 6월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대기업과 군대, 경찰의 후원을 받은 자긍심 행진 주최 측에 항의하는 성소수자들의 행진 ⓒ출처 kellybdc(플리커)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는 이와 함께 심지어 친제국주의적 정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 주류 내에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서구 사회에 대한 환상이 널리 퍼져 있는 것과 관련 있는 듯하다. 서구와 달리 기업이나 국가기관의 지원이 아예 없다시피한 한국의 상황에서 다국적기업과 서구 제국주의 국가기구들의 지원을 얻는 것을 한국에서의 변화를 위한 지렛대로 여기는 듯하다.

가령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는 서구사회와 달리 일 년에 시청 광장 하루 빌리는 것도 어려운 한국 성소수자들의 처지에서 ‘핑크 머니’를 얘기하는 것이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는 듯하다.

한국 국가와 대기업들이 성소수자 운동을 무시하고 천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지배자들의 무시를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서 한국보다 훨씬 더 큰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 제국주의와 다국적기업들에 기대어 메우려는 전략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것은 체제의 더 큰 부분에 흡수되는 것이고, 더 큰 악에 눈 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처럼 미 제국주의가 한국 현대사를 유린하고 아직도 대다수 민중이 한국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안고 사는 나라의 성소수자 운동이 미 제국주의의 지원을 등에 업고 활동하는 것은 나머지 대다수 민중운동과 정서적으로 이반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구에서 일부 자민통계 단체들과 좌파단체들을 끌어들이는 등 꼼수를 부려 봤자 소용없다. 그런 단체들의 기회주의만 노출될 따름이다.

한국 성소수자 운동 단체들의 친제국주의 경향은 매우 우려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무지개행동 공식 SNS에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회 위원장 마이클 커비를 “성소수자 출신 최고법원 법관”이라며 우호적으로 언급했고, 5월 29일 무지개행동의 일부 단체들은 마이클 커비와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지개행동이 마이클 커비를 성소수자라는 면에만 주목해 부각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마이클 커비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자로, 2014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발간해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위선적인 대북 압박과 제재를 뒷받침하는 구실을 했다.

이렇게 사회의 성격을 무시하며 성적 지향만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정체성 정치는 부지불식간에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본질을 가리는 구실을 하게 된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침략전쟁과 약소국 압박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소수자 친화적 언사를 사용하는 ‘핑크 워싱’은 급진적 성소수자 운동과 반자본주의운동에서 이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국에서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데도 ‘핑크 워싱’을 이용하고 있다.

무지개행동의 일부 주도자들은 이런 ‘핑크 워싱’의 문제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무지개행동이 주최한 포럼에서 이스라엘의 ‘핑크 워싱’이 주제로 잡힌 적도 있다. 그러나 무지개행동을 지배하는 정체성 정치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미국의 여러 주와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자 전반적으로 제국주의 문제에 무뎌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 등 일부 단체와 개인들은 노골적인 친제국주의적 성향까지 보이고 있다.

2014년 여러 성소수자단체 소속 활동가 8명이 미국 국무부의 초청을 받아 미국을 방문했고, 많은 단체들이 미국 대사관 등에 후원을 요청해 사업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2016년 2월에는 미국 국무부 최초의 성소수자 인권 특별대사인 랜디 베리가 한국을 찾아 유명한 성소수자들과 주요 단체 활동가들을 오찬모임에 초청했고, 또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고 표방해 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도 지난해부터 해외 대사관이나 기업의 돈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대사관에 후원을 요청해 예산 지원을 받아 아시아 LGBT 부모모임 초청 포럼 등을 열었고, 올해는 구글의 돈도 받기 시작했다.

행성인의 전신인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00년대에 일어난 국제적 반전·반자본주의 운동(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뿐 아니라 WTO, IMF 등 제국주의적 국제기구 반대)과 한미FTA 반대 운동 등에 단체 차원에서 지지를 제공했고 많은 회원들이 이런 운동에 동참한 바 있다. 한때 동성애자인권연대가 동성애자 운동의 급진파를 대표했다는 점에서 최근 행성인에서 나타나는 이런 우경화는 몹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친기업·친제국주의는 성소수자 해방에서 멀어지는 길 2017년 6월 24일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차려진 미국 대사관 부스 ⓒ양효영

핑크 머니

이런 우경적 행태가 아직 행성인의 활동 방향 전반을 나타내는 것은 아닌 듯하다. 또한 여전히 행성인 내에서는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적 성향의 청년들이 상당수 있다. 올해 행성인 내의 한 소그룹이 연 ‘핑크 워싱’과 ‘핑크 머니’에 관한 비판적 토론회에 30여 명이 참가했고 발표자는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발표했다. 이런 급진적인 청년들이 행성인과 성소수자 운동에 유입되는 ‘핑크 머니’에 경각심을 갖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성소수자 운동의 급진적인 전통을 부활시키기를 기대한다.

성소수자 운동 내 급진적인 사람들은 현재 무지개행동을 지배하는 우경적 노선(과 그 일환인 노동자연대 배척)을 심각한 문제로 여겨야 한다. 탈세로 악명 높은 다국적기업 구글의 돈을 거리낌 없이 받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무지개행동 내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성소수자 운동이 체제에 순치돼 곪고 있음을 나타낸다.

2014년 무렵부터 ‘구글세’ 도입이 국제적으로 논의돼 왔고, 최근 한국에서도 검토되는 판이다. 구글이 2014년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설립 비용 일부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부터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단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구글세 도입 등 구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물타기 하려는 것과 관계 있다. 따라서 무지개행동과 그 소속 단체들이 구글의 후원금을 받는 것은 사실상 구글의 뇌물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글의 자금 지원은 성소수자 운동을 돕는 게 아니라 도리어 운동을 더욱 썩게 만들 것이다. 대기업의 돈으로 편안하게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 기업이나 국제기구, 국가기관의 돈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5월 17일 무지개행동 주최 집회에서 사회자가 구글의 후원금을 자랑하면서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공언했다.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은 자본, 제국주의에 타협하면서 급진성과 투쟁성을 잃어가고 있다.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 이런 흐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단체나 개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소수일지라도 기존 연합체와 분리할 각오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적이고 건강한 운동을 새로 건설할 수 있다.

무지개행동의 우경화는 단지 성소수자 운동의 문제만은 아니다. 2000년대 국제적 반전·반신자유주의 운동에 한국의 많은 진보·좌파단체들이 동참해 왔다. 대기업과 동아시아 불안정 문제는 한국의 진보·좌파운동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따라서 무지개행동의 우경화에 진보·좌파단체들은 모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스톤월 항쟁 성소수자 권리 확대는 아래로부터 권력에 도전하는 집단적 저항을 통해 가능하다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진보·좌파 정치가 필요하다

모든 사회운동이 그렇듯이, 성소수자 운동 내에는 여러 이질적인 세력들이 있고 친자본주의적인 온건파는 초기부터 주요 세력이었다. 성적 지향이나 성별 등 계급을 가로질러 효과를 내서 차별 반대 운동은 친중간계급적 자유주의자들이 일정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런 인사들은 흔히 노동자 계급 투쟁을 두려워하고, 자본주의 내에서 법률과 제도 개선에 주력하면서 지배계급 일부와 동맹을 맺는 전략을 추구한다.

현재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도 친중간계급 자유주의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은 제국주의 국가기구와 다국적기업 등의 후원도 거리낌 없이 받는 등 매우 우경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성향의 인자들이 성소수자 운동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성소수자 운동 내 급진파들이 우파 정부 9년 동안 단일쟁점 중심의 활동을 벌이면서 차츰 온건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 급진파도 정체성 정치를 대부분 수용해 성소수자 운동 내 보수적 경향과 이데올로기적·정치적 투쟁 벌이기를 회피하다가 마침내 그 자신이 우경화하는 모습을 흔히 보여 왔다.

성소수자들은 다른 사회집단이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그리하여 성소수자들만이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잘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성소수자 운동의 예외성을 강조해 성소수자 해방을 더 넓은 사회 변혁 운동과 분리시켜 왜소하게 만들고 해방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현재 성소수자 운동 주류의 이데올로기는 성소수자들의 차별 경험과 모호한 정체성 논의에 집중돼 있고, 자본주의, 제국주의, 계급의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의 차별을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와 분리시켜 다루면 성소수자 차별의 뿌리를 이해할 수 없고, 성소수자 해방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도 제시하지 못한다.

한국 정부에 대한 국제조약이나 해외 특사 등의 압력을 통해 군형법 92조의6 폐지나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개혁 요구를 성취할 수 있으리라는 일각의 기대는 공상적이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대중적 투쟁이 수반돼야 차별이 완화되고 실질적 개혁도 성취할 수 있다. UN 같은 국제기구가 한국 정부에 군형법 92조6 폐지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여러 차례 권고했지만, 한국 정부는 계속 무시해 왔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개혁을 성취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체제 내 몇 가지 개혁을 성취하는 것에 시야를 한정해서는 안 된다. 가령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해야 하지만, 동성결혼 합법화에 거의 배타적인 강조점을 두고 이를 위해 심지어 권력자들과 동맹하는 일까지 정당화될 순 없다. 성소수자의 일부 상위 계층이 그런 개혁의 실질적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것이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돼도 자본주의 생산 과정은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고 착취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노동력 재생산 단위로서 가족제도의 구실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나라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래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서구 자본주의 나라에서도 극소수는 동성결혼 합법화의 실질적 혜택을 누릴지 몰라도, 대다수 평범한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천대받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이윤 논리로 인한 상품화가 거대하게 증가하면서 섹슈얼리티가 크게 왜곡되고 있다. 진정한 성 해방은 착취와 소외, 차별의 근원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제거할 때 가능하고, 성해방을 위한 투쟁은 이런 철저한 사회 변화의 전망을 지녀야 한다.

한편, 성소수자들은 해방을 위해 스스로 투쟁해야 하지만 다른 사회운동, 특히 노동자 계급 투쟁으로부터의 예외성을 강조해서는 해방이 가능하지 않다. 성소수자들이 지독한 천대와 차별을 겪는다고 해서 저절로 단결하지 않는다. 또, 차별을 받는다는 사실로부터 자본주의 사회를 변혁하는 힘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 분단은 성적 지향이 아니라 바로 계급에 있다. 즉, 자본주의 체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노동자 계급에 대한 착취이고, 바로 그 때문에 노동자 계급에게 자본주의 사회에 도전할 잠재력이 있다.

물론 노동자들의 의식은 모두 혁명적이지 않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지닌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의식은 바뀔 수 있고, 노동자들은 지배계급의 착취와 억압에 맞서는 데 객관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차별받는 사람들의 투쟁을 지지할 수 있다. 특히, 노동자 계급 운동에 기반을 둔 혁명적 좌파들이 이 과정을 촉진시키고 심화시킬 수 있다.

역사는 차별받는 사람들 대다수의 운명이 노동계급 해방의 전망과 떼려야 뗄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노동자 계급 투쟁이 가장 멀리 나아갈 때 성해방의 전망도 활짝 열렸고, 노동자 계급의 투쟁이 패배했을 때 지배계급이 체제의 위기를 피억압자 집단들에 전가하고 온갖 이간질을 하며 억압과 통제를 강화했다. (성소수자 해방 운동의 역사에 대해서는 《동성애 혐오의 원인과 해방의 전망》(책갈피, 2016)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따라서 성해방을 이루려면 차별받는 사람들이 지배계급 일부와 동맹을 맺는 게 아니라 노동자 계급 및 다른 피차별 사회집단과 동맹을 맺고 자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혁명 전 러시아에서는 동성애자운동이 존재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바로 노동자 계급이 기존의 억압적 법률을 폐지하고 생산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해방의 전망이 활짝 열렸기에 성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급속도로 개방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실험이 중단되고 동성애가 다시 불법이 된 것은 러시아 혁명이 서방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포위에 의해 패배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해방을 성취하려면 자본주의 사회에 도전하는 급진적인 정치가 필요하다. 개혁을 위한 투쟁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반대와 결합시키는 진정으로 진보적인 정치가 필요하다.

  1. 무지개행동은 구글에게 돈을 받기로 했으면서도 여전히 웹사이트에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각 단체와 개인의 분담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고 공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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