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새 대표 이혜훈은 “개혁보수”,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며 “보수의 본진으로 거듭나겠다”고 어필한다. 기성 언론들은 이혜훈을 홍준표에 견줘 “품격 있는 보수”로 쳐주지만, 홍준표보다 품격 없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혜훈도 만만치는 않다. 2004년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일 때, 노무현을 빗댄 연극(한나라당 의원들이 연출하고 직접 연기한 “환생경제”)에서 박근혜 역을 맡아 노무현에게 “육X럴 놈” 따위 막말 대사를 한 게 이혜훈이다.

바른정당 새 대표 이혜훈 ⓒ출처 바른정당

이혜훈은 2002년 이회창(당시 한나라당 총재이자 대선 후보)의 정책특보로 영입돼, 조윤선, 나경원과 함께 ‘이회창 트로이카’로 불렸다. 이후 17, 18, 20대 국회의원으로 한나라당에서 승승장구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이던 때는 친박으로 옮겨 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박근혜와 멀어지며 “쫓박”(쫓겨난 친박)이 됐다.

박근혜에게 쫓겨났다고 해서 이혜훈이 박근혜 적폐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박근혜의 비선 정치에 불만을 가졌을지 몰라도, 이혜훈은 박근혜가 추구하던 반노동·친기업·친제국주의에는 반기를 들어본 적 없는 우익 정치인이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여당의 요직을 맡았다. 공무원 연금 개악, 성과연봉제, 임금체계 개편 추진에 앞장섰다. 또, 민영화 촉진법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 박근혜의 대표적 적폐 법안 발의에도 빠지지 않았다. 부자 증세에 한사코 반대하며, 지금 문재인이 하려는 법인세 ‘찔끔’ 인상에도 호들갑 떨며 반대하고 있다.

때때로 “치킨 한 마리가 2만 원이 넘는 것은 경제 적폐”라며 서민 친화적인 척도 하지만 지난 20일에는 2018년도 최저임금에 불만을 터뜨렸다.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16.8퍼센트가 올랐는데도 여전히 표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이에 문재인은 “1년 후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라며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답변을 했다). 치킨 2만 원이 적폐인 것은 임금을 올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걸까?

이혜훈은 시아버지 김태호의 후광도 적극 활용해 왔다. 김태호는 전두환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 제2수석비서관, 민정당 사무차장을, 노태우 정부에서는 내무부 장관을, 김영삼 정권에서는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었다. 이런 내력으로 울산에서 4선 의원이 됐다. 박근혜에게 밉보여 19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이혜훈은 이후 김태호 후계자를 자처하며 지역구를 울산으로 옮기려고도 했다. 한편, 이혜훈의 시어머니는 2015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해 있을 때, 조계사 신도회 전 회장으로 한상균 위원장 퇴거를 앞장서서 요구했다.

이혜훈은 “차별금지법이 하느님 나라를 망치는 법”이라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에도 우익 기독교 인사들을 만나 “동성결혼이 차별금지법을 통해 교묘히 들어오려고 한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떠들었다. “국내 거주하는 무슬림이 4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이 큰 문제인양 굴면서 ‘이슬람 바로 알기’라는 이름의 공개 연설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는데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적대적인 발언으로 가득하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 논란마저 불필요하므로 빨리 배치하라고 문재인 정부를 채근한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으로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으로부터 도망 나와 선 긋기를 했지만 세력 균형이 우파에게 유리해지면 금세 또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따라서 일부 언론이나 개혁주의 정치인들이 하듯이, 바른정당에 소속된 이따위 자들을 “개혁 보수”라며 애써 수구 보수와 구분하려 해서는 안 된다. 촛불이 원한 개혁을 성취하려면 이들을 폭로하며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