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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도둑

나는 네그로폰테가 이라크에 파견될 수 있는 최악의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틀렸다. 부시가 잘마이 칼릴자드를 새 이라크 대사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칼릴자드는 이라크로 오기 전에 아프가니스탄 대사였다. 그의 통치 하에서 아프가니스탄은 기아와 군벌이 지배하는 야만 상태로 회귀했다.

꼭두각시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가 흉악무도한 군벌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 ― 반대자를 탱크로 깔아뭉개 처형하는 자다 ― 을 새 국방 책임자로 임명하도록 승인한 것이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처리한 마지막 업무였다.

칼릴자드는 이라크 전쟁의 기초를 제공한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의 창립 멤버이자, 거대 석유 기업인 유노칼의 고문으로 일한 자다.

아프가니스탄 대사로 지명된 뒤 칼릴자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때 유노칼의 직원으로 일한 카르자이를 내세워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해 왔다.

카르자이는 천연가스와 석유 파이프라인 사업에 참가하는 미국 정유 회사들의 이익을 조정·중재하는 노릇을 했는데, 칼릴자드가 이 모든 과정의 감독자이자 실질적 결정권자였다.

총선 이후 부시는 이제 이라크야말로 이런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직하다. 그리고 정말이지 제대로 사람을 골랐다. 이 분야 ― 점령국에서의 자원 수탈 ― 에서 칼릴자드만한 적임자는 흔치 않다.

최상의 음모가가 ‘민주주의 사기극’을 끝낸 지금, 이제 최상의 석유 도둑이 그 자리를 넘겨 받았다. 이것이 부시가 말하는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