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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스턴 홍수:
부동산 업자들의 탐욕과 국가의 무능이 만든 산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최강대국이 자국에서 넷째로 큰 도시의 시민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것도 예측됐던 재앙으로부터 말이다.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한 뒤인 8월 27일부터 텍사스주 휴스턴에는 재앙적 물난리가 났다. 폭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수재민들이 조지 R 브라운 컨벤션 센터로 몰려들었다. 이곳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인접 주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생긴] 수재민들을 수용했던 곳이다.

당국자들은 31만 6천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고 보고했다. 인도주의적 자선단체 적십자가 8월 28일부터 매일 13만 명분의 식사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다섯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되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강대국에서 벌어진 재난 가난한 사람들은 폭풍 속에 버려졌다. ⓒ출처 Lt. Zachary West

해리스군 보안관 대변인 제이슨 스펜서는 지역 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사망자가 몇 명인지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물이 빠져 나가면 참담한 모습을 보게 되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피 세데부는 자기 집 2층에서 차오르는 물 때문에 다른 10명과 함께 갇힌 채로 CNN과 통화했다.

긴급 구조대는 세데부에게 구조되려면 적어도 하루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데부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있는 것이 불안합니다. 우리는 잠도 불침번을 세우고 잡니다. 하수도 오물, 강물, 늪에서 온 물, 물뱀, 뱀, 악어에 대처해야 합니다.”

이 지역의 공공병원은 홍수로 전기 공급이 끊겨 소개해야 했다.

한 요양시설에 있던 휠체어 생활자들은 물이 목까지 찼을 때에야 가까스로 구조됐다.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은 피해를 복구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난 대비가 돼 있지 않은 이 도시를 허리케인이 강타하자 고위 관료들은 서로 어긋나는 얘기를 했다. 텍사스주 주시자 그레그 애봇은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했다. 그러나 휴스턴 시장 실베스터 터너는 주민들에게 집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터너는 주민 2백30만 명을 대피시키는 “넋 나간” 일을 했다가는 “아주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2005년 허리케인 리타가 접근할 때 대피령을 내렸다가 꽉 막힌 도로에서 수십 명이 죽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뒤로 10년도 넘게 지났으니 그동안 허리케인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현재 조지 R 브라운 컨벤션 센터 등에 있는 생존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타 때 뉴올리언스 체육관에 수용된 이재민들이 불결한 시설, 물자 부족, 무질서 속에 고통을 겪었는데, 그 고통을 자신들도 겪을까 봐서다.

휴스턴은 늪지대 위에 세워진 도시이고, 그래서 “늪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이 도시는 강과 개울이 벌집처럼 연결돼 있다.

휴스턴은 홍수 위험이 높은 곳으로 악명 높다. 그리고 기후 변화로 그 위험이 더 커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휴스턴은 인종적·문화적으로 다양한 도시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친 뉴올리언스처럼 휴스턴에서도 사회적으로 가장 배제된 사람들은 가난한 흑인과 라틴아메리카계 이민자들이다.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자들은 재난에 대비하기보다는 이 가난한 사람들을 태풍 속에 버려 버렸다.

트럼프는 큰 분노에 맞닥뜨릴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8월 29일 텍사스주를 방문했다. 이번 수재는 그가 직면한 핵심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이후 불거진 대중의 분노 때문에 당시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그 뒤로도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미 위기에 빠진 트럼프에게 허리케인 하비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최근 백악관 대통령실을 개편하면서 커스천 닐슨을 부비서실장으로 임명했는데, 이 때문에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닐슨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 백악관 안보실의 재난 대비·대응 관련 부서의 책임자였다. 닐슨은 그 다음해에 발표된 두 건의 의회 보고서에서 재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 의회 보고서들은 닐슨이 재난이 일어날 경고를 받았는데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런 닐슨을 승진시켜 백악관 고위직에 앉혔다.

트럼프는 부시 정부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를 대재앙으로 만들 때 한 일을 반복했다. 홍수에 대비하는 기구와 인프라를 위한 예산을 삭감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락포트처럼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크게 승리한 백인 거주 지역들에서조차 실망감이 커지면 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해안가에 위치한 락포트는 허리케인 하비가 상륙해 피해를 입은 첫 지역들 중 하나였다.

당국자들이 경고를 무시하다

휴스턴 시 당국자들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홍수 위험을 키우도록 멍석을 깔아왔다.

2005년 홍수 이후 생겨난 단체 ‘홍수에 맞서는 주민들’은 그동안 시 당국자들에게 “홍수를 인재로 만드는 일들을 긴급히 다루”라고 거듭거듭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이 단체는 올해 4월 홍수가 있은 뒤에 이렇게 썼다. “너무 많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건물을 새로 지을 때 태풍을 대비해 물을 가둬 놓는 시설을 만들지 않고 물이 그냥 주변 이웃으로, 다른 집들로 흐르게 만든다.”

이 단체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법망을 피해가는 것을 지적하면서 “시 당국이 이런 일이 가능하게 내버려 둔다”고도 했다.

휴스턴은 석유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거대한 정제소와 화학공장이 홍수에 취약한 상태이다.

라이스대학교의 ‘심각한 태풍 예측, 교육, 대피 센터’의 짐 블랙번은 그 때문에 “세계 종말이 온 듯한 대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