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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투를 중도 포기한 현대차지부 박유기 집행부 유감

현대차지부 박유기 집행부가 임단협을 차기 임원선거 이후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임단투를 중도 포기하고 차기 집행부로 넘겨 버린 것이다. 조합원들은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사측이 세계경제 위기와 사드 배치 등으로 인한 판매 격감(특히 중국) 등을 이유로 임금 인상이 불가능하다며 완강히 버텨 온 것이 있다. 지난해에도 임금 총액이 약간 줄었는데, 사측은 그보다도 못한 안을 고집하면서 ‘회사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 하고 압박했다.

문제는 박유기 집행부가 사측의 이런 이데올로기에 맞서면서 투쟁을 건설하기보다 협상에 크게 매달려 왔다는 점이다. 흔히 언론 매체들이나 사측은 ‘기업이 살아야 고용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을 퍼뜨린다. 경제 위기 때는 더 그렇다.

이런 문제를 가볍게 여기고 방치한다면, 노동자들도 사기가 떨어지고 회사를 살리고 고용을 지키려면 우리도 양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가 쉬울 수 있다. 임금 삭감이나 노동강도 강화를 일정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박유기 집행부는 회사가 어렵다는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편,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임금을 나누자(‘일자리연대기금’)고 제안했다. 사측에 맞서 노동자 전체 몫을 늘리기보다 우리끼리 나누자고 한 것이다.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통상임금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조합원들은 “왜 내 임금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네 마네 하는 거야?” 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사가 공동으로 일자리기금을 마련하고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자는 집행부의 제안에 회사는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조합원들도 실망감에 빠져 사기가 높지 않았다. 파업 집회 참가자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양보론이 투쟁의 잠재력을 갉아먹어 온 것이다.

집행부는 ‘훌륭하게 임단투를 전개하고 총파업을 했는데도 협상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자회자찬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몇 차례 찔끔 했던 2~4시간 파업으로는 사측이 꿈쩍도 안 했다. 확대간부(대의원·현장위원) 상경 투쟁을 ‘총파업’으로 표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이윤에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경 집회를 파업으로 둔갑시켜선 안 된다.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따내려면 더 강력한 투쟁을 배치해야 했다. 여러 현장 조직들이 선거 때만 되면 앞다퉈 자신의 ‘협상 능력’을 자랑하는데, 사측이 두려워하는 진정한 ‘협상 카드’는 생산에 강력한 타격을 주는 파업을 잘 이끄는 것이다. 지도부가 단호하게 투쟁을 이끌고자 한다면 조합원들도 믿고 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