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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퀴어문화축제기획단의 노동자연대 부산지회 부스 선정 취소:
비민주적 취소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 부산지회가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 보낸 공문이다.

1) 9월 4일 오후 ‘부산퀴어문화축제’ 명의의 SNS 계정으로 ‘노동자연대 부산지회’ 부스 선정 취소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어떠한 공식 연락도 받지 못한 채 SNS를 통해 이를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2)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그동안 성소수자·여성 차별 반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왔습니다. 부산대 회원들은 악명 높은 길원평의 동성애 혐오 대자보·강연에 항의했고,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요구하는 행동에 함께했으며, 성희롱 교수 퇴출 운동에도 적극 참가했습니다. 이번 부산퀴어문화축제 부스에서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서명을 받고, 성소수자 쟁점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분석한 책과 간행물을 판매할 계획이었습니다.

따라서 노동자연대 부산지회 부스 선정은 당연한 일이거니와, 이미 선정된 부스를 취소한다면 마땅히 당사자 단체의 의견을 청취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지금까지도 부산퀴어문화축제기획단(이하 부산 기획단)에게서 아무런 연락과 통보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3) 무엇보다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의 부스 취소 이유는 터무니없습니다. 부산 기획단은 부스 취소 명분으로 노동자연대의 강남역 살인사건의 견해와 “조직 내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지속적 2차 가해”를 들었습니다.

첫째, 노동자연대가 강남역 살인 사건의 가해자를 옹호한 것도 아닌데, 부산퀴어문화축제의 목표(“성소수자 문화 증진과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아무 상관도 없는 다른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연대하겠다는 단체를 내치는 것은 지극히 종파적인 태도입니다. 이런 태도는 성소수자 운동의 확대 ·발전에 역효과만 낼 뿐입니다.

둘째, 노동자연대가 “조직 내부에서 성폭력 사건에 있어 지속적 2차 가해를 해 [왔다]“는 주장은 허위사실입니다. 기획단은 이 “사건”이 무엇이고 어디서 어떻게 사실을 “확인”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만약 기획단이 말한 “성폭력 사건”이 현재 자칭 “노동자연대 대학문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하 H)가 말한 것이라면, 그 사건은 노동자연대 “조직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한 대학 동아리 엠티에서 노동자연대 회원이 아닌 사람이 H에게 ‘야한 동영상’을 보여 준 사건입니다(자세한 설명은 “노동자연대에 대한 터무니없는 오해를 바로잡습니다”를 참고하세요).

부산 기획단은 이런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명예 훼손적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입니다.

4)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이 부스가 발표되기 몇 년 전부터 노동자연대가 해왔던 주장을 이유로 하루 만에 자신들이 원래 내린 입장을 번복한 것도 황당합니다. 부스가 선정된 후 성소수자 운동 주류의 반발과 비판을 의식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그간 노동자연대는 성소수자 운동을 지지·연대하면서도 서울과 대구 퀴어문화축제조직위가 퀴어문화축제에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의 대사관들이나 다국적 기업을 초청하고, 무지개행동 등이 문제의식 없이 탈세로 악명 높은 다국적 기업 구글의 후원을 받아 활동하는 것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올해 여름 부산 성소수자 인권모임 QIP도 구글의 후원을 받아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런 방향은 당장 지독하게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에게 심리적 위안은 줄지언정, 진정한 개혁과 해방을 위해 성소수자 운동의 힘을 강화하는 데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노동자연대 부스를 억지스럽게 배제한 배경에는 성소수자 운동의 이런 전략 차이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제국주의 국가 대사관과 다국적기업의 퀴어문화축제 참여는 위선이다’)

부산 퀴어문화축제기획단은 성소수자 운동 주류의 문제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5) 문재인 정권 하에서도 성소수자 혐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선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 수백 명이 맞불 팻말 시위를 하고, 울산에선 군형법 92조6 폐기를 발의한 윤종오·김종훈 의원이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경남 지역에서 성소수자 혐오·차별에 맞서기 위해선 진보·좌파 운동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이에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올해 부산 지역에서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부산 지역의 성소수자들이 더욱 자신감을 얻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노동자연대 부산지회는 부산 지역에서 성소수자 혐오·차별에 반대하고 급진적 성소수자 운동의 전망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6) 부산 기획단은 아무 명분 없는 노동자연대 부스 선정 취소 결정을 철회해야 합니다.

2017년 9월 6일
노동자연대 부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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