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는 낙태약을 구하려 하는 것만으로도 14년 형에 처해질 수 있을 만큼 낙태에 억압적이다. 그러나 최근 낙태 처벌의 근거가 되는 헌법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분위기가 뜨겁고, 9월 30일에 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준비 중이다. 아일랜드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주도하는 좌파 선거 연합체 ‘이윤보다 인간을’에서 활동하는 메리 스미스(아래 사진)가 현지 상황과 아일랜드 낙태권 운동의 역사적 맥락을 짚는 글을 본지에 기고했다.


아일랜드 활동가 메리 스미스

칠레에서 한국, 엘살바도르, 미국, 폴란드, 인도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낙태권을 둘러싸고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투쟁은 국제적이다. 이 국제적 전쟁에서 아일랜드는 (남쪽의 아일랜드공화국뿐 아니라 아직 영국의 지배를 받는 북부의 6개 카운티도 포함해서) 특히 중요한 전선 가운데 하나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에서도 [출산 여부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 옹호는 사회주의자와 페미니스트들의 기본 원칙에 속하는데, 여성이 신체적 자기결정권 없이 온전한 평등을 누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일랜드에서는 여성의 선택권 문제가 현 사회·정치 질서를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핵심 모순 또는 단층선을 이루고 있다. 이 모순은 무엇보다 8차 개헌을 둘러싼 투쟁에 집약돼 있다.[국내에는 “수정헌법 8조”라고 잘못 번역된 경우가 많다]

1983년 국민투표로 가결된 8차 개헌은 태아가 산모와 동등한 생명권을 갖는다고 [헌법 40조 3.3항에]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낙태는 극히 한정적인 경우를 빼면 일절 불법이다. 지금 아일랜드 공화국에서는 심지어 강간 또는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이거나 태아에게 치명적 기형이 있어도(즉, 생존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 낙태가 불허된다.

[가톨릭 교회 등] 보수 세력은 낙태 전선에서 한사코 후퇴하지 않으려 하며, 이들은 8차 개헌을 수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다. 이 나라의 거의 모든 가톨릭 교구가 지지한 최근의 어느 시위에서 ‘프로라이프’(즉, 여성의 선택권 반대) 세력은 더블린 거리에 최소 3만 명을 동원했다.

그러나 8차 개헌 조항 철폐 운동도 활력 있게 벌어지고 있다.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수많은 젊은 여성과 남성이 더블린 중심가의 오코널 다리를 몇 시간 동안 점거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3만 명이 [낙태에 관한] 국민투표 즉각 실시를 요구하며 의회로 행진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에도 9월 30일 더블린에서 거대한 낙태권 옹호 행진을, 그리고 10월 14일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또 다른 행진을 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정부는 낙태 문제에 대해 수십 년 동안 답을 회피해 왔지만, 지금 봤을 때는 국민투표 실시 요구를 결국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정부는 국민투표 실시 시점을 교황이 아일랜드를 방문하는 2018년으로 미루려는 듯하다. 현재 아일랜드인 다수는 확실한 8차 개헌 조항 철폐 입장이다. 그러나 진정한 쟁점은 관련 내용을 무엇으로 대체하느냐일 것이다. 또 다른 제한 규정을 도입해 낙태를 조건부로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좌파가 주장하듯 누구나 무상으로 안전하게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낙태 처벌의 근거가 되는 헌법 조항(8차 개헌으로 삽임됨)을 철폐하라는 요구가 뜨겁다 ⓒ출처 Ruth Medjber

사회주의자들의 구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 특히 아일랜드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당원이자 [SWP가 주도하는 선거 연합체이자 원내 정당인] ‘이윤보다 인간을’ 당원들은 낙태권 운동 초기부터 주도적 구실을 해왔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그럴 수 있었던 데는 첫째, 우리가 낙태는 여성의 선택이라는 원칙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낙태가 계급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여성들은 언제나 낙태시술을 손쉽게 받을 수 있던 반면, 그럴 형편이 못 되는 노동계급 여성(과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난민)에게 낙태 금지는 불비례하게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거리에서 대중 시위를 건설하며 “민중의 힘”에 의지하는 전략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낙태권 투쟁을 발전시키는 데 우리가 배출한 하원 의원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여성 의원인 브리드 스미스는 “민중의 호민관”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리드 스미스는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이는 아일랜드 의회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녀의 소속 정당] ‘이윤보다 인간을’은 국회에서 낙태 형량을 현행 징역 14년에서 1 유로 벌금으로 줄이는, 사실상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낙태 비범죄화 법안이 과거 의회에서 위헌이라는 이유로 부결된 적이 있기 때문에 다시금 법안 상정을 위해 상징적으로 1 유로 벌금을 제안한 것일 뿐, 그 자신은 낙태를 죄로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주류정당들에 의해 부결됐다.)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사회주의자들은 노동계급 거주지역에서 기층 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특히, 억지스럽고 무원칙하게 타협하며 여성들의 요구를 희석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싸워야 한다(노동당과 신페인당이 능히 그럴 수 있다).

여성들이 낙태권을 쟁취하는 것은 스러져가는 가톨릭 교회의 권력뿐 아니라 아일랜드 전체 지배계급과 주류 정당의 헤게모니에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것이 될 것이다. 그날이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자!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 낙태권 운동의 변천사 ”를 읽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