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처우 개선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석 연휴 내내 서울교육청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로 구성됨. 이하 학비연대회의) 간부들은 단식과 농성을 벌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대표 사업장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년간 매해 파업을 해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처우를 조금씩 개선해 왔다. 그럼에도 정규직 대비 학교비정규직 전체 직종 평균 임금은 약 60퍼센트에 불과하다. 학교비정규직에게는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 일을 오래하면 할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월 기본급 매우 낮아 교무실무사, 조리원 등 대다수 직종의 기본급은 160만 원 수준이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6588원에 불과해, 2017년 최저임금보다 118원 높을 뿐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절반이 넘는(56.1퍼센트) 노동자들이 고용의 질이 실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2014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그래서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은 온전한 정규직이 아니라고 줄곧 강조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해도 노동자들은 6월 30일에 최저임금 1만 원과 근속수당 대폭 인상(5만 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이후 학비연대회의는 사용자인 교육부, 15개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2017년도 임금 교섭을 해 왔다.

그런데 사용자 측은 근속수당 인상 수준을 낮추라고 요구하며 시간을 끌더니, 2년 차부터 월 3만 원 지급(매해 3만 원씩 인상)하는 안을 겨우 내놓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내년부터 월 기본급 지급 대상 시간을 줄여(월 소정근로시간을 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축소) 기본급이 대폭 삭감되는 임금체계 개악안을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들고 나왔다.

교육부는 이런 개악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근속수당 인상 등 임금협약에 합의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교육청 안대로 하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다. 임금체계 개악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거의 상쇄돼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교섭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대로 근속수당이 인상되면 노동자 평균 월 8만 원(학비연대회의 추정)이 오른다. 그런데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받을 수 있는 최소 기본급 인상액(현 소정근로시간 243시간 기준으로 월 23만 원 인상)이 훨씬 크다. 심지어 현행 장기근무가산금제도(일종의 근속수당)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받는 19년 차 노동자들의 근속수당 인상액 19만 원보다도 크다.

꼼수

노동자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이와 같은 임금체계 개악안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려는 꼼수”라며 매우 분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대라고 치켜세웠다. 그래 놓고선 정부 자신이 학교비정규직 임금체계 개악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말로는 ‘비정규직 제로’를 얘기하더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 제로’를 선물한 데 이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의 대선 공약도 지키지 않으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약 파기 사항인 사드 배치 비용으로는 수조 원을 지불하려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사용자 측 안을 수용하기 어렵다. “교육부·교육청이 제기한 최종안은 상향조정이 아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하향조정안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는 부담스러운 일들은 하지 않으려 한다. 원칙도 없고 눈치도 너무 많이 본다”며 문재인 표 개혁의 꾀죄죄함을 꼬집는다.

또한, 노동자들은 ‘진보’교육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서울과 경기 교육청들이 “전국에서 비정규직 수가 제일 많아서 돈이 많이 든다며, 총대 메고 요구를 못 들어준다고 한다.”

이에 학비연대회의 대표자 수십 명은 9월 27일부터 서울교육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해 왔다. 그리고 학비연대회의는 10월 25일부터 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14일이 되는 10월 10일 저녁에서야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몇몇 교육감들과 함께 농성장을 방문했다. 김상곤 장관과 교육감들은 단식농성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성실히 교섭하겠다’고는 했지만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상곤 장관은 노동자들의 내년도 임금 개악안 철회 요구에 ‘교육감협의회 결정 사항’이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감들도 즉답을 회피했다고 한다.

일단 학비연대회의는 10월 11일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조만간 노사 간 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학비연대회의는 10월 11일에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내용 없는 성실 교섭 약속만을 믿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교육부와 교육청들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예정대로 10월 25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투쟁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와 교육청들의 임금 인상 억제 시도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임금체계 개악안을 폐기하고, 근속수당 대폭 인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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