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방한하는 트럼프에게 진정한 ‘화염과 분노’를 보여주자 ⓒ조승진

좌파 일각에는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보며 트럼프가 오바마의 대외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본다. 일면적 견해다.

물론 오늘날 한반도 주변의 긴장은 단지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의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역대 정부들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실행한 정책들이 누적적으로 쌓인 결과이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 ‘위협’을 과장해 동아시아에서 중국 견제 전략을 펼치고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했다. 그 결과 한반도는 더한층 불안정해졌다. 이 점에선 트럼프 정부도 오바마 정부와 연속선상에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은 오바마와 다른 점도 있다. 그 차이가 낳는 효과를 봐야 한다. 당장 트럼프는 오바마의 이란 핵 합의를 흔들면서 중동 질서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특히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고 역량을 재배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여러 난관에 봉착했다. 중국 등 다른 경쟁 강대국들과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단지 동아시아에서뿐 아니라 중동·유럽 등지에서도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이 제기돼, 미국은 오롯이 동아시아에만 집중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구축해 놓은 기존 국제 질서에 금이 가는 한편, 미국 제국주의가 패권을 계속 유지할 해법이 딱 부러지게 제시되지 못한 가운데, 트럼프가 등장했다. 트럼프는 미국 지배자들에게 전략상의 방향 전환(이른바 “미국 우선” 정책)을 주장했다. 그의 등장은 전 세계에, 그리고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불안정성을 높였다.

군사주의

트럼프는 군사주의를 강화함으로써, 자신이 미국 제국주의에 제기되는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을 보이려 했다.

올해 4월 그는 시리아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날리고, 아프가니스탄에 핵폭탄 다음으로 가장 강력하다는 초대형 폭탄을 투하했다. 한반도에 항공모함을 보내어 전쟁 위기감을 부추기고 긴장을 높이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리고 국방예산을 크게 늘렸다. 올해 9월 미국 상원은 6190억 달러 수준이었던 국방예산을 7000억 달러(약 791조 원)로 크게 늘리는 것을 포함한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그가 핵무기를 10배 증강하자고 말해서, 호전적인 그의 장군들마저 당황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부는 당장 북한과의 전쟁을 상정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앞으로 유동적으로 만들 상호 연관된 변수들이 있다. 바로 트럼프 자신과 미국·중국의 제국주의 경쟁이다.

트럼프의 매우 강경한 말 자체가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의 말과 군사 위협은 한반도에서 군사 대치를 악화시킬 텐데, 장차 훨씬 위험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국 문제가 있다. 트럼프는 집권하면서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북핵 문제를 이용했다. 즉,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중국 기업을 상대로 보복하겠다고 해 온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 경쟁이 더 악화한다면,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반도에도 매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행운이 계속될 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이란 핵 합의가 폐기될 위험에 처한 데서 보듯이, 외교는 한반도 평화를 항구적으로 보장해 주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

진보·좌파는 평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트럼프에 반대해, 그리고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공세에 협력하지 말라고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11월 4일 트럼프 방한 반대 시위는 그 운동을 건설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