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신임 사장 카허 카젬이 비정규직 우선 해고 칼날을 빼 들었다. 카젬이 천명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수익 실현과 구조 비용 최적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GM은 물량 축소와 일자리 부족을 핑계로 비정규직을 내쫓기 시작했다. 최근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동시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GM은 부평공장의 유경테크노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던 공정을 10월 말에 인소싱하기로 결정했다. 인소싱은 하청업체에 외주화했던 공정을 원청이 다시 회수하는 것을 일컫는데,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물량 감소로 인력을 감축할 때 써먹는 방법이다. 지금 한국 GM 사측도 수년 동안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쥐꼬리만 한 위로금을 받고 나가든가 무급휴직을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창원공장 엔진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창원공장에서는 조만간 비정규직 공정을 대규모로 인소싱하고 그 자리를 군산공장 정규직이 대체할 거라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한다.

“잘 나갈 때 1500명이 넘었던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지난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1차 하청 기준). 그리고 올해 다시 50여 명이 줄었습니다. 물량 감소를 이유로 인원을 줄이고, 비정규직이 일하던 공정을 인소싱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이죠.”(창원비정규직지회 장영진 선전부장)

비정규직 우선 해고에 맞서 부평비정규직지회와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부분파업 등 투쟁의 시동을 걸고 있다.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주에 사흘 동안 전 조합원 2시간 파업을 벌였다.  

10월 28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행진하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미진

이간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일부 생산이 차질을 빚자, 사측은 교활하게도 비정규직을 ‘장기직원’(한국GM 사내하청업체 정규직)과 단기계약직으로 나눠 이간질하려 했다.

창원공장 하청업체들은 “창원공장 사내도급업체는 장기직원에 대하여 사내도급업체 변경 시 고용, 근속, 노동조건을 승계한다. 창원비정규직지회는 독자적 파업을 유보하고 합의사항을 존중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 협상안은 한마디로 장기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단기계약직(통상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 계약)의 해고는 묵인하라는 것을 뜻합니다. 현재 창원공장의 장기직원은 400명가량, 단기계약직은 300명가량입니다. 사실상 단기계약직 300명을 내쫓겠다는 것이죠. 단기계약직의 계약이 만료되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하고, 그 공정을 인소싱 하고 정규직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입니다.”(장영진 선전부장)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조합원 공청회를 통해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는 사측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투쟁을 결의했다.

“장기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단기계약직을 내친다면 노동자 단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계약직이 쫓겨나면, 그 다음 공격[대상]은 장기직원이 될 것입니다. 또, 우리가 이런 쓰레기 협상안을 수용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호소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합니다. 우리 모두 군산공장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장영진 선전부장)

반면교사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해고에 눈감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면 정규직의 고용 안정도 지킬 수 없다.

흔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 우선 해고는 정규직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당시에도 정규직 1750명을 해고하기 전에 비정규직을 먼저 공격했다.

2015년에 한국GM 군산공장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대량 해고 이후 상황도 이 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 군산공장에서 정규직노조 지도부의 양보 교섭으로 비정규직 1000여 명이 쫓겨났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군산공장 노동자들은 휴업과 휴직을 반복하며 더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사측의 고통 전가와 이간질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장기직원과 단기계약직이 단결해 싸우는 게 중요하다.

단결 투쟁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얼마 전 부평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분파업을 벌이고 공장을 순회하며 연대를 호소하자, 비정규직 공정을 대체하려고 교육을 받던 정규직 노동자들이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사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고용 불안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을 내쫓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사측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며 비정규직을 우선 공격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방어하는 것은 정규직에게 돌아올 공격을 약하게 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부평비정규직지회와 창원비정규직지회는 11월부터 농성과 파업 등 본격적으로 투쟁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창원비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 369명의 집단 해고에 맞서 2주간 전면 파업을 벌이고 전원 고용·근속·노동조건을 지켜 낸 바 있다.

한국GM 정규직노조와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에 눈 감아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우선 해고 반대, 총고용 보장을 내걸고, 단호하게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