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청와대 만찬 거부와 박근혜 퇴진 촛불 1주년 광화문 집회·행진을 빌미로 민주노총과 좌파를 친문 열성분자들이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노총이 이명박을 지지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는 안 싸우고 문재인 정부만 공격한다”는 (친문 열성분자판) ‘가짜뉴스’도 나돈다. 정청래는 촛불 1주년 집회에서 청와대 방향 행진을 반대하며 민주노총 집행부에 항의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때는 물론이고 박근혜 때도 거듭 배신적으로 타협했다.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 세월호 유가족들의 투쟁, 박근혜 퇴진 국면에서 철도 파업 등에 제동을 건 게 민주당이다. 몇몇 친기업 정책들에는 당시 여권과 같은 목소리를 냈던 것도 민주당이다. 그럴 때 문재인은 무엇을 했나?

그러므로 민주당의 정치인들과 그 지지자들이 이명박과 박근혜 시절에 민주노총과 좌파가 침묵하거나 지지했다는 식의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그런 일을 묵인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여론 조작 시도일 뿐이다.

가짜 뉴스 

몇 가지 ‘팩트체크’만으로도 이들의 악의성이 드러난다.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노총은 공식적으로 이명박에게 대선 후보를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도 민주노총은 지지하고 참가했다. 이 일로 민주노총 지도부는 수배를 당했다.

2009년에도 정리해고에 반대한 쌍용차 투쟁은 이명박 정부의 살인 진압에 맞서야 했다. 공장에 최루액을 들이붓는 등 “살인진압”을 했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은 77일 동안 공장을 지키며 투쟁했고, 파업이 패배한 뒤에도 이명박 정부와의 투쟁을 이어 나갔다. 2012년 대선에서 이미지 세탁을 위해 박근혜가 전태일 동상을 찾았을 때, 온 몸을 던져 이를 막고 항의한 것이 쌍용차 노동자들이었다.

2010년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법 판결을 외면하는 현대차 사측에 항의한 25일간의 공장 점거 파업, 이런 사측과 현대차 재벌을 옹호하는 정부에 항의하는 고공 농성 등에 연대를 건설한 것은 민주노총과 좌파 노동단체들이었지 민주당이 아니었다. 2012년 현대차 앞 고공 농성에 문재인이 방문해서 뭐 하나 제대로 약속한 것이 있었나? 약속하고 이행한 것이 있었나?

2012년 MBC·KBS 언론사 노동자들의 파업이 벌어질 때, 기자들의 파업이 총선 보도에 불리할수도 있으니, 파업을 접어야 한다고 물밑에서 요구한 것도 민주당 측이었다고 한다. 결국 제대로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고 복귀한 탓에 특히 MBC노조가 사측의 극심한 보복에 시달릴 때, 민주당이 무엇을 해결해 줬나?

박근혜 정권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철도 노동자들의 23일간 파업과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협박 거부와 투쟁이었지, 진보당 해산 같은 박근혜의 반동적 정책에 협조한 민주당과 문재인이 아니었다. 이 탓에 민주노총 사무실에 사상 최초로 경찰이 폭력 진입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2015년 4월 대정부 파업을 시도했고, 세월호 참사 1주기 투쟁의 핵심 동력이 됐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결국 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지금도 감옥에 있다. 박근혜 퇴진 요구에 반대하고 명예로운 퇴진 운운했던 문재인은 왜 한상균 위원장을 지금도 석방하지 않고 있는가? 2016년 1월부터 퇴진 촛불 직전까지 “노동계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최근 10년간 최대 수치”였다.

요컨대, 실제로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시절, 반정부 저항을 주도한 것은 조직 노동자들과 세월호 유가족 등이었다. 좌파 노동단체들도 이 투쟁들이 거대한 박근혜 퇴진 운동을 촉발하고 모이는 데서 여러 구실을 했다.

일부 친문 세력이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가짜 뉴스”, 즉 노무현과 문재인이 운영하는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민주정부이고, 민주노총과 좌파는 집단이기주의로 딴지나 거는 존재라는 거짓 서사는 주도면밀하게 기획된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이 거짓 서사의 전(前)편은 민주노총과 좌파가 의도적으로 노무현 정부를 괴롭히는 바람에 우파가 기세등등해져 정권이 약화되고 이명박근혜의 험난한 반동적 9년이 왔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유시민 등 유력한 친노 정치인들이 노무현 정부를 회고하며 내놓은 평가들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명백히 좌우 압력 속에서 우파의 압력을 수용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바로 그것이 지지층에게 “배신”이라는 쓰라린 감정을 줬고,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분열하고 범죄자 이명박에게 참패한 것이다. 이 맥락에서 친노 정치인들은 스스로를 “폐족”이라 부르며 몸을 낮춰야 했다.

따라서 이런 책임 전가와 기억 조작이 현재의 속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펼칠 친기업·친제국주의 정책에 대한 좌파들의 비판을 미리 견제하려는 것이다. 이들이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배운 것이 이런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언론들이 퇴진촛불 1주년 집회가 광화문과 여의도로 양분된다며 과장된 보도를 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가령, 〈한겨레〉는 “촛불 1주년 집회 ‘청와대 행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왜 청와대로 행진하나 … 촛불 1년 집회 여의도서도 열린다” 같은 식의 보도를 통해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하고 청와대를 향한 행진이 마치 진정한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오직 자유한국당 같은 야당 때문이고, 야당만 없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미리 방지하려는 저의도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하려는 개혁 그 이상을 바랐던 퇴진촛불의 염원과 정신을 축소하고 왜곡해 보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같은 적폐세력이 여전히 날뛰며 적폐청산을 방해하는 것은 당연히 분노스러운 일이다. 민주당보다 먼저, 더 완강하게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했던 사람들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미진함, 불철저함, 배신적 행보를 비판할 자격이 있다. 지금 우파들의 기가 조금이라도 살아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안보 정책 등에서 촛불의 평화 염원을 외면하거나 배신한 것 때문이다.

정부에 무비판적인 문재인 지지자들이 주가 된 여의도 집회는 광화문 집회 규모와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당 정치인들도 대부분 광화문 촛불을 찾아야 했다.

여의도 집회는 누가 봐도 조직적으로 기획되고 참가자들을 동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여의도 집회를 홍보하며 부당한 “가짜 뉴스”를 퍼뜨린 행위도 조직적이었다는 방증이 된다.

지난 정권의 국정원과 국방부의 심리전단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이 정부의 무비판적 옹호세력들의 행위가 지난 정권들의 정치 공작과 다를 바가 뭐냐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10월 28일 촛불 1주년 광화문 집회에 수만 명이 모였다. 이는 촛불의 적폐 청산 염원이 단지 정권 교체에만 머무를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촛불의 진짜 염원은 경제 위기 고통 전가와 반노동·친기업 정책, 사드배치 등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친제국주의 정책,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방해, 반민주 정치공작을 비롯한 온갖 불평등과 부정부패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이미 일어난 뒤에도 한참 동안 퇴진 요구를 지지하지 않고, 박근혜와 뒷거래 하고 오락가락했던 문재인과 친문 세력이 이제 와 촛불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정리하면, 오히려 민주노총과 좌파들에 대한 선제적 여론 공격은 문재인 정부와 그 세력이 촛불의 진정한 염원을 제대로 실현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정권 비판의 목소리를 시작부터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고, 노무현의 ‘좌파 신자유주의’적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이 정부의 본질이라는 점을 방증할 뿐이다. 정부 차원의 세월호 조사위 신설 약속 폐기, 사드 배치 강행, 이명박과 박근혜가 추진했던 민영화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규제프리존법’ 추진, 탈핵 공약 폐기 등.

그러므로 좌파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비판적 옹호론과 논쟁해야 한다. 그리고 대중의 개혁 염원을 실현하려면 노동자 대중이 스스로 요구하고 행동하도록 끈질기게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