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건설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이하 전동경서지부)의 2017년 임금투쟁은 상경 노숙 투쟁까지 벌였음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남겼다. 비록 오랜 투쟁으로 경제적 부담이 큰 탓에 불만족스러운 잠정 합의안이 재투표 끝에 가결됐지만, 조합원들은 1차 투표에서 잠정 합의안에 반대하고 지도부를 끌어내렸다. (무효표가 많아 재투표가 실시됐지만 지도부는 사퇴했다.) 우리는 올해 투쟁의 아쉬움 속에서 ‘싸울 때는 단호하게’, ‘투쟁을 잘못 이끈 지도부에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여곡절 끝에 임금투쟁을 마무리하고 돌아간 현장에서 전기분회 조합원들은 다시 싸움에 나서야 했다. 임금투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첫 번째 투표가 있던 날, 내가 속한 전기분회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셧다운 공사에 투입되는 각 하청업체 현장소장단(이하 ‘소장단’)으로부터 면담요청을 받았다. 셧다운 공사란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시행하는 긴급 보수 공사를 말한다. 전동경서지부 임금투쟁으로 공사 일정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면담 자리에서 하청업체들은 공사의 중요성에 준해 기존의 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셧다운 공사 기간 동안에는 시설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원청(포스코)은 되도록 짧은 기간에 공사가 끝나길 원한다. 그래서 셧다운 공사의 노동 강도는 다른 공사보다 높다. 또, 10년이 넘도록 수북이 쌓인 분진과 염산액 등 위험요소도 많다. 그러므로 셧다운 공사에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높은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약속을 믿고 현장에 모인 조합원들에게 하청업체들은 애초 약속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주겠다며 말을 바꿨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수준의 임금만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임금협상 합의문에는 개별 현장 조합원들은 임금협상에서 합의된 임금 이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인지 노동조합은 사측에 따져 물을 생각조차 없는 듯 보였다.

보다 못한 현장의 노동자들은 10월 10일부터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매일 현장 모임을 진행하면서, 파업으로 현장 소장들과 포스코 광양 제철소를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현장 조합원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이 투쟁을 적극 지원하기보다는 사측과 조합원들 사이의 중재자처럼 굴어 어려움을 낳았다. 심지어 노동조합은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이 현장에 어떤 업체들이 들어와 있는지, 조합원이 몇 명이나 들어와 있는지 제대로 알려 주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현장에 들어와 있는 전체 조합원들을 규합하는 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측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팀장들만 몇 공수 더 주겠다.”, “업체별로 따로 협의하자”며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 했다.

이런 어려움으로 조합원들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모여서 상황을 공유하고 투쟁을 중단할지 계속 이어 나갈지를 스스로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하자고 호소했다. 조합원들은 두 차례나 투쟁을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우리에게 이 싸움은 당장 오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싸움이었다. 포스코는 노후화된 설비 교체 공사를 할 때 저임금 기조를 유지해 왔다. 우리는 이 잘못된 관행을 깨고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키는 전례를 남기길 원했다.

결국 사측은 처음 제시했던 수준보다 일당 5천 원을 인상하고, 월 5공수를 추가 지급(한 달 임금에 5일 치 일당을 더해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조합원들이 요구했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함께 싸운 조합원들은 이 투쟁이 앞으로 셧다운 공사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

사측의 분열 획책과 노동조합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며 투쟁해서 쟁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무엇보다 이 투쟁이 전기분회 조합원 중 일부에게라도 ‘노동자들이 뭉치면 쟁취할 수 있다’는 자랑스러운 경험으로 남는다면 그것은 값진 성과다. 

오늘의 싸움이 내일의 더 큰 싸움을 준비하는 밑불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되는 세상은 아무런 피 흘림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이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울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