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포스코 광양제철소 셧다운 (긴급 보수 공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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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건설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
우여곡절 끝에 임금투쟁을 마무리하고 돌아간 현장에서 전기분회 조합원들은 다시 싸움에 나서야 했다. 임금투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첫 번째 투표가 있던 날, 내가 속한 전기분회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셧다운 공사에 투입되는 각 하청업체 현장소장단
그러나 이 약속을 믿고 현장에 모인 조합원들에게 하청업체들은 애초 약속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주겠다며 말을 바꿨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수준의 임금만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임금협상 합의문에는 개별 현장 조합원들은 임금협상에서 합의된 임금 이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인지 노동조합은 사측에 따져 물을 생각조차 없는 듯 보였다.
보다 못한 현장의 노동자들은 10월 10일부터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매일 현장 모임을 진행하면서, 파업으로 현장 소장들과 포스코 광양 제철소를 압박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현장 조합원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노동조합은 이 투쟁을 적극 지원하기보다는 사측과 조합원들 사이의 중재자처럼 굴어 어려움을 낳았다. 심지어 노동조합은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이 현장에 어떤 업체들이 들어와 있는지, 조합원이 몇 명이나 들어와 있는지 제대로 알려 주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현장에 들어와 있는 전체 조합원들을 규합하는 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측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팀장들만 몇 공수 더 주겠다.”, “업체별로 따로 협의하자”며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 했다.
이런 어려움으로 조합원들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모여서 상황을 공유하고 투쟁을 중단할지 계속 이어 나갈지를 스스로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하자고 호소했다. 조합원들은 두 차례나 투쟁을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우리에게 이 싸움은 당장 오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싸움이었다. 포스코는 노후화된 설비 교체 공사를 할 때 저임금 기조를 유지해 왔다. 우리는 이 잘못된 관행을 깨고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키는 전례를 남기길 원했다.
결국 사측은 처음 제시했던 수준보다 일당 5천 원을 인상하고, 월 5공수를 추가 지급
사측의 분열 획책과 노동조합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며 투쟁해서 쟁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무엇보다 이 투쟁이 전기분회 조합원 중 일부에게라도 ‘노동자들이 뭉치면 쟁취할 수 있다’는 자랑스러운 경험으로 남는다면 그것은 값진 성과다.
오늘의 싸움이 내일의 더 큰 싸움을 준비하는 밑불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되는 세상은 아무런 피 흘림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이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울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