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당대회는 중국 지배계급이 대체로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에 합의했음을 보여 줬다 ⓒ출처 중국 인민해방군

과거 중국공산당 당대회는 폐막식 이후부터 긴장이 고조되곤 했다. 당대회 직후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차기 지도부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찌감치 시진핑 계파 중심으로 상무위원회(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구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 당의 헌법)에 포함된 점이 특징으로 보도됐다.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 문제가 뉴스의 초점이 되면서, 시진핑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게 됐다는 주장이 많다. 과장 섞인 관측이지만, 시진핑이 이전에 비해 권력 집중을 강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가 바뀐 것은 아니다. 지배의 독점을 막기 위해 현 지도부가 차기 지도부를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관행인 칠상팔하(七上八下: 당대회 시점에서 67세 이하는 상무위원회 진입이 가능하고 68세 이상은 은퇴해야 한다는 관례)는 지켜졌기 때문이다. 집단지도체제는 문화혁명 이후 지배계급의 한 분파가 권력을 독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럼에도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은 중국 지배계급이 대체로 시진핑에게 힘을 실어 주자는 방향으로 합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진핑이 추진한 ‘부패와의 전쟁’은 일부 지배자들에게는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빈부격차 증대에 따른 대중적 분노가 체제와 공산당이 아니라 일부 부패한 관료들(저우융캉, 궈보슝, 링지화 등)로 향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또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중국이 세계 열강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도 지배계급의 이익에 부합했다.

그러나 시진핑이 직면할 현실이 만만치 않는 것도 사실이다. 부채가 체제에 엄청한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빈부격차가 늘고 있다. 금융 위기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의 대중국 위협들이 있다.

새시대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 새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당장에 포함됐다. 살아 생전에 그 이름이 당장에 올라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주의-사상-이론-론-관으로 이어지는 지도 이념의 위계상으로 볼 때도 ‘시진핑 사상’의 등장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피상적이다.

가령, 2007년에 포함된 “과학적 발전관”에 관한 설명은 이렇다. “과학적 발전관은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및 ‘3개대표’의 중요한 사상과 일맥상통하며, …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반드시 견지하고 관철시켜야 할 중요한 전략적 사상[이다.]”

즉, “과학적 발전관”도 ‘사상’의 범주에 포함된다. 따라서 훈고학적 해석보다는 정치적 맥락 속에서 ‘시진핑 사상’을 파악해야 한다.

당장의 변화는 중국 사회와 공산당의 입장이나 견해의 변화를 반영한다. 1945년 제7차 당대회에서 마오쩌둥 사상이 지도 이념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는 마오쩌둥이 정적들에게 완전한 승리를 거뒀음을 뜻했다. 1956년 8차 당대회에서는 마오쩌둥 사상이 빠졌다. 같은 해 소련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후르쇼프가 벌인 스탈린 격하 운동의 영향을 받아서다. 그러다 1969년 9차 당대회에 가서야 마오쩌둥 사상은 다시 당장에 포함됐다. 마오쩌둥이 문화혁명으로 다시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1997년 제15차 당대회에서는 덩샤오핑 이론이 포함됐다. 핵심 내용은 개혁·개방의 물결 속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견지한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 당대회에서는 3개대표론이 포함됐다. 경제 발전에서 자본가들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번 ‘시진핑 사상’에서도 눈여겨볼 것은 “새시대”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언급한 것이다.

“새시대”는 중국 지배계급의 현실 인식을 보여 주는 표현이다. 이전에 시진핑은 고도성장에서 중속성장으로 바뀐 중국 경제를 “신상태”(新狀態, 신창타이)로 지칭한 바 있다. 또, 중국과 미국의 관계(또는 중국이 바라보는 제국주의 국제 질서)를 “신형대국관계”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신상태·신형대국관계 언급은 중국이 저개발국가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이에 따라 국제 질서에서 중국의 위상을 드높여야 한다는 지배자들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의 거시지표가 개선되고, 지난 30년 동안 국내총생산과 가계소득이 비약적으로 증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에서 언급한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복지 확대나 생태환경 보호를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된다)은 중국 인민의 현실은 아니다. 여전히 빈부격차가 크고 절대 빈곤층도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발표한 ‘핵심 계층의 활력 강화로 도농 주민들의 수입 증대를 위한 시행 방안’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연간 소득 12만 위안(2000만 원가량) 이상인 사람들을 고소득자로 규정해 여론의 반감을 산 일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 방안에서 눈에 띈 것은 연간 소득 5만 위안(850만 원) 이하인 사람이 전체 인구의 29.7퍼센트였다는 것이다.

반면, 상위 1퍼센트의 고소득자가 사회 전체의 부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서남재경대학의 조사).

그럼에도 중국공산당은 경제 성과를 발판으로 중화민족이 도약하자는 것을 이번 당대회의 핵심 메시지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개막식에서 3시간 30분 동안 연설하면서 “중화민족의 대부흥”을 27회, “중국몽”을 13회 언급했다.

중국몽 = 제국주의의 꿈

ⓒ출처 중국 인민해방군

한편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애초 덩샤오핑이 제기한 구호였다. 그때는 동유럽의 몰락(1989년)과 소련의 붕괴(1991년) 속에서 자체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며 생존을 모색하던 중국 지배자들의 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이번 당대회에서 이 구호는 다른 의미를 가졌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서방 자본주의가 위기를 겪었고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반면, 중국은 그렇지 않음을 과시하는 의미였다. 중국의 가치관과 이념이 서방의 그것보다 우월함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시진핑이 “중국몽”을 강조한 것도 서방에 비해 우월하다는 중국 지배계급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이런 자신감을 공공연히 피력했다.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라 정치·군사적 역량을 아시아로 집중하는 것에 대응해 시진핑도 자국의 군사력을 강화했다. 변경 문제(국경 분쟁 문제)에서도 한치의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진핑 정부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아프리카·남미 국가들과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밝힌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2050년을 목표로 한)이 뜻하는 바다.

새시대 ‘시진핑 사상’은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중국 지배계급이 자국의 영향력을 국내외에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진핑 2기 지도부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동아시아 패권을 강화하고 아베가 그에 보조를 맞추며 군국주의로 치닫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중화민족 부흥과 신형대국관계 천명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긴장이 더한층 증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