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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대북 위협을 되풀이한 트럼프
한반도 긴장 고조 중단하라!

한미정상회담 결과

문재인이 광화문광장에 차벽을 설치하고 그 일대를 “진공 상태”로 만들려고 애쓰면서까지 진행한 11월 7일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는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 측이 우려한 그대로였다. 일각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다거나 문재인 정부가 “절반 이상의 성공”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트럼프와 문재인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얘기를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 트럼프가 쏟아낸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 파괴” 같은 최악으로 호전적인 표현은 나오지 않았으나, 여전히 대북 제재와 압박을 지속·강화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대화를 향한 “모종의 움직임”이 언급됐으나, 전반적 강조점은 ‘제재와 압박 우선, 대화는 그다음’에 있었다.

두 정상은 미군 전략자산의 배치 강화,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해제, 핵잠수함과 최첨단 정찰 자산 획득 등 한·미 군사력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미국산 무기 수입 등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출처 청와대

트럼프는 모든 국가들은 “북한과의 교역과 사업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며 대북 제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항공모함 3척과 핵잠수함을 주변에 배치했음을 과시하며,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우리 스스로와 우리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전방위적 능력을 사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트럼프는 “우리 동맹은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도 말했는데, 인도-태평양을 직접 거론한 것은 미국이 한국에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협력하라고 촉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즉, 일부 표현이 완화된 것을 제외하면, 트럼프는 기존의 태도에서 변한 것이 본질적으로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에 기대를 걸어 보자는 일각의 기대가 그리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북 강경론을 되풀이한 국회연설

8일 트럼프의 국회연설은 북한을 향한 기존의 위협을 되풀이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항상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가장 새롭고 가장 발전된 무기체제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고 했다. 이로써 과거 행정부의 “유약함”을 답습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 언제든 막강한 무력을 휘두를 준비가 된 정부임을 천명한 것이다.

그는 한국전쟁에서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 싸워서 서울을 2차례나 탈환하고 전선을 지켰다며, 그 후 한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에 걸쳐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 김정은 정권을 맹비난했다. 그는 “한국의 기적이 자유 국가의 병력이 진격했던 곳[휴전선]에서 멈췄다”며, “자유와 정의, 문명과 성취의 삶”인 남한과 “잔혹한 독재자”가 지배하는 북한을 대비시켰다. 북한의 정보 통제, 기아, 수용소 문제 등을 언급하며 북한 주민들은 사람이라기보다 동물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개탄했다.

트럼프는 한반도에서 벌어진 역사적 실험에서 ‘자유 국가들’이 우위에 섰다고 주장하나, 사실 매우 위선적인 주장이다. 그는 한반도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남한의 친미 독재자들을 후원했고 그 독재자들이 남한에서 엄청난 인권 유린과 억압을 자행하는 것을 방조하거나 지원했음을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1988년 자유 총선”이 남한이 자유로운 곳임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남한에서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제한적이나마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노동자·민중이 미국의 친구인 독재자에 맞서 “혈전”을 각오하고 투쟁해 성취한 것이었다.

트럼프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불법 구금과 고문을 옹호하는 자다. 재판과 영장도 없이 ‘테러 혐의’만으로 사람들을 장기 구금하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요구에 반대해 왔다. 중동 등지에서 독재 정권을 후원하고, 이민 통제와 인종차별의 국제적 화신이 된 트럼프가 지금 북한을 향해 인권, 문명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트럼프는 “김정은 체제가 나라 안으로부터의 실패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나라 밖에서 갈등을 모색한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이 말은 특별검사의 러시아 게이트 기소로 궁지에 몰린 채 동아시아에서 긴장을 높이고 있는 트럼프 자신에게 해당하는 말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북한을 향한 제재 강화와 군사적 옵션을 재확인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북핵 외교에서 수시로 약속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는데, 정작 대부분의 북핵 합의는 미국의 합의 불이행과 약속 위반으로 파기됐었다. 또한 이란 핵합의를 마구 흔들어대는 그가 북한을 상대로 약속 안 지킨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북한 체제는 미국의 과거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다. 이것은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매우 다른 행정부다. 과거의 행정부와 비교했을 때 다른 행정부다. …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또한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

정상회담에 이어 국회에서도 그는 중국, 러시아 등 다른 국가를 향해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키고 모든 무역 관계를 단절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호전적 대북 정책이 “아름다운 평화의 약속”일 리가 있겠는가.

트럼프는 ‘이제 변명의 시대가 아니라 힘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단지 북한만이 아니라 다른 자본주의 지배자들을 향해서도 미국의 힘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런 연설에 국회의원들은 수시로 박수를 치고 기립박수까지 했다. 민중당 의원들만이 “NO WAR! WE WANT PEACE![전쟁 반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팻말을 들었는데, 이마저도 국회 방호원들이 막았다.

7~8일 한미정상회담과 국회연설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당면한 한반도 긴장의 주범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그런 자를 위해 문재인은 “친구”라고 부르며 온갖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는 지금 전 세계와 한반도에는 “평화와 전쟁, 품위와 악행, 법과 폭정, 희망과 절망 사이에 그려진 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선은 그가 주장하듯 한반도 남과 북 사이에 그어진 게 아니라, 국회 연단에 선 트럼프와 그를 향해 박수친 의원들과, 국회 건너에서 평화를 위해 “NO 트럼프”를 외친 평화 운동 사이에 그어져 있다. 진보·좌파는 이 선을 지키면서 제국주의에 맞서고, 한국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아래로부터의 평화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