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가 산별 탈퇴를 최종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4일 보건의료노조 중앙위는 김애란 전 지부장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이 징계 방침에 대해 대경본부 8개 지부가 “우리도 징계하라”고 항의했으나 징계는 철회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서울대병원지부의 결정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산별 탈퇴는 “산별운동과 민주노조 발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조직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이 산별 탈퇴를 결정하고 급기야 탈퇴를 실행하게 된 것은 결국 보건의료노조 지도부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지난해 배신적 타협을 했고, 그로 말미암아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은 투쟁으로 쟁취한 단협을 지키기 위해 44일 간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외면 속에서 고립된 파업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적반하장이게도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이 투쟁을 이끌었던 지부장을 제명했다.

서울대병원지부가 치과 병동의 어용 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지부 운영 규정 변경 승인을 요구하자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산별 탈퇴를 철회하면 들어주겠다는 유감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올 2005년 산별 요구안 총칙에는 산별 합의를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해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0장 2조 ― 임금, 근로조건, 월차, 생리휴가 네 가지의 산별 합의 우선 적용 ― 가 더 강화된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여전히 현장 조합원들의 올바른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2005년 보건 산별 교섭을 앞두고 열린 노사 대토론회 때 사측대표단은 산별 교섭 때 ‘이중 쟁의행위 금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서울대병원이 대의원 대회에서 상급단체로 공공연맹을 선택한 것도 비난하면서, 공공연맹이 서울대병원지부를 받아들이면 “민주노총내 연맹간의 최소한의 공동사업의 기반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결성 권리에는 기존 노조 조직에서 분리할 자유권도 포함한다. 서울대병원 지부에는 분리를 포함한 노동단체권이 있다. 또, 자신들의 상급 단체를 선택할 권리도 그들에게는 있다.

더구나 서울대병원지부가 사측의 사주를 받아 민주노조를 탈퇴하고 어용노조로 상급단체를 변경하는 것이 아닌 마당에 “민주노조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식의 비난을 하는 것은 완전히 부당하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여러 산하 지부의 올바른 문제의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현장조합원들이 염원하는 유형의 산별 노조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가 서울대병원지부를 비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서울대병원지부의 탈퇴 추진은 투쟁적 조합원들에게 한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그 동안 보건의료노조의 외면과 악선동에도 불구하고 10장 2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꽤 광범하게 확산됐다. 이 10장 2조에 대해 서울대병원지부뿐 아니라 국립대 8개 병원, 대경본부 8개 병원, 울산대병원 등이 함께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적십자병원 19개 본부 새 선임 의장도 10장 2조 폐기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했다. 이것은 노동조합 민주화 투쟁의 매우 소중한 성과다.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이 자신들을 억압한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에게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서울대병원지부가 산별을 탈퇴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다른 병원 지부들과 함께 투쟁할 공식 조직상의 고리를 상실한 측면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대병원지부는 산별 내에서 그 간의 투쟁 전통과 노조 규모의 측면에서, 그리고 최고 국립대 병원이라는 상징성이 있었고 이 때문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다른 병원지부들을 이끄는 구실을 해 왔다. 

안타깝게도 서울대병원지부가 산별은 탈퇴했으나, 지금까지처럼 함께 연대해 온 병원지부들과 수평적 연대를 건설하려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그리고 〈다함께〉는 그 노력에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