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예상을 넘은 초강경 부동산 대책”을 썼다던 호들갑이 무색하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택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가계부채만 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대출액 최고한도 규제를 강화하고, 일부 투기 과열 지구에 규제를 제한적으로 강화하는 정도였다. 즉, 주택 가격 상승은 제한해 줄 테니 노동자들더러 알아서 집을 사라는 것이었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수단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이 정책으로 강남과 1·2기 신도시 등에 대한 투기는 잠시 억제됐으나, 여타 지역으로 자본은 금방 이동했다. 적잖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풍선 효과’를 예상하며 8·2 부동산 대책에 회의적이었다.

ⓒ출처 청와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심해지면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그런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실제로 줄었다. 그러나 개인 신용대출은 빠르게 증가했다.

신용대출이 한 달 사이 1조 7000억 원씩 늘었는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 폭이다. 결국 가계부채 총액은 대폭 늘었다. 빚은 쌓여 가는데 노동자·서민의 주택난은 그대로인 것이다.

비판을 의식한 문재인 정부는 뒤늦게 10·24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대책도 대출액 최고한도 규제를 다시금 강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우파와 보수 언론은 ‘부채 탕감’ 정책이 포함돼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상은 일부 저소득층·자영업자 채무의 금리를 깎아 주고 채무 만기를 늘려 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10·24 대책 이후(2주 만에!)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정부·한국은행 등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주택 문제의 근본 원인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주택 문제와 노동계급

일찍이 《주택 문제에 대하여》에서 엥겔스는 주택 문제가 근본적으로 계급 분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임금노동을 해야 생존할 수 있으므로 직장과의 접근성이 괜찮은 곳에서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동자는 다소 비싼 평당 임대료·집값을 감수한다. 아무리 그 집이 좁고 거주 환경이 열악하다고 해도 말이다.

반면 자본가가 보기에 주택은 그저 지대를 뜯어내거나 투기적 이익을 얻을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주민(노동자)의 삶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집값이 하늘처럼 치솟아 노동자들이 드높은 대출 이자를 감당해야 하거나, 심지어는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해 남아도는 주택을 구매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윤 중심 체제인 자본주의의 논리에 도전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투기를 억눌러 서민들이 주택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으려면 ‘시장 질서’를 거슬러 훨씬 강력한 고삐를 투기자본에 물려야 한다. 부자와 기업주들로부터 고액의 부동산 보유세·양도세 등을 거두어 재정을 마련하고,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공주택을 대규모로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이 소득이 충분치 않은 처지에서는 빚내서 집 사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확대 등 노동계급의 소득 수준도 크게 개선돼야 한다.

이미 엥겔스는 주택 문제를 일시적으로라도 개혁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지금 하고 있듯) 대출 방식에 대한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시장 질서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 하려 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해결책은 고사하고, 후분양제·공공부문 분양원가 공개, 보유세·임대소득세 정상화 등 진보 진영이 꾸준히 요구해 온 최소한의 요구조차 8·2 부동산 대책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온건한 시민단체 중 하나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조차 ‘박근혜의 부동산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것에 견줘 지금의 부동산 대책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평범한 노동자·서민이 전월세나 주택 마련 자금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려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선사를 기다리고만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