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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파업 중인 을지병원 노동자들:
당장 임금 인상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하라!

대전과 서울의 을지병원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한 달 넘게 파업 중이다. 병상 가동율이 30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터무니없이 과도한 요구를 한다며 막가파식 흠집내기라고 노조를 비난한다. 그러나 을지병원 노동자들의 임금과 인력은 각각 타사립대학 병원의 60퍼센트, 70퍼센트에 불과하다. 언론 인터뷰에서 사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낮은 임금과 높은 이직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측은 현재 4만 7000원인 한 달 식대를 2년에 걸쳐 10만 원으로 겨우 5만 3000원 인상해 주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연봉에서 떼서 주는 명목상 명절 수당이 아니라 실질적인 명절 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년까지 타사립대학 병원의 임금 수준으로 맞추라’고 이미 권고했다. 사측은 이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 아니나다를까 최근 사측은 매출과 임금을 연동시키겠다고 말을 바꿨다. 을지재단은 단결해 싸우는 대전과 서울의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고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의 분리 교섭을 시도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을지병원은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부서에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없게 한 의료법을 위반해 몇 달 전 노동청의 시정 지시를 받았다. 그러고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당장 전환하라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최근 성심병원을 비롯한 병원들의 갑질이 연이어 폭로되고 있는데 을지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을지병원은 올해 6월, 서울 지하철 하계역에 을지병원 이름을 표기하려고 약 1억 7000만 원이나 쓴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 휠체어, 수술용 가위, 체온계 등 병원 내 비품을 간호사들이 돈을 모아 사도록 하거나 개인 사비로 부담하게 했다. 이동식 밥차에 부딪쳐 코뼈가 부러진 간호사가 산재 신청도 못 하게 막고, 비번인 날에도 병동 청소와 환경미화를 강요했다. 대전 을지병원의 한 간호사는 ‘병원 내 갑질문화 현장증언 및 긴급 대책 회의’에서 “만삭의 몸에도, 명절과 일요일 새벽 두 세시에도, 병원이 부르면 달려가야 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병원에서 ‘동료들이 힘들어지는 것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못 하게 압박했다. 이 끔찍한 직장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성토했다.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을지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자대병원인 을지대병원을, 다른 병원에서 모두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병원으로 여긴다고 한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비롯한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이직율이 높다. 을지병원 간호사들의 근속년수는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중간경력자도 별로 없어 10년차 이상 간호사 비율이 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숙련도가 낮으면 환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11월 15일 대전 을지대병원 파업 집회 ⓒ출처 보건의료노조

한편, 파업은 을지병원 노동자들의 학교가 되고 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첫 파업이라 두렵고 무서웠는데 빠짐없이 모두 나오는 걸 보면서 단결력도 높아지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일 열리는 노조 집회에서 한 노동자는 “수동적으로 있다가 노조가 생기고 파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나의 권리를 찾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힘들지만 하루하루가 소중한 나날”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굳건히 유지하면서 지지와 연대가 커지고 있다. 11월 중순에는 서울 을지병원이 있는 노원 지역의 노조, 정당, 시민사회단체 40여 곳이 모여 ‘을지병원 파업 승리를 위한 노원지역대책위’(이하 노원지역대책위)를 꾸렸다. 노원지역대책위는 을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지원하기 위한 기자회견, 집회,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노원지역대책위가 주최한 집회에는 주변 대학의 학생들도 참가했다. 특히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연은정 씨의 발언은 노동자들의 폭발적인 호응과 큰 박수를 받았다.

“어머니가 경희의료원 간호사였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항상 파김치였던 걸 기억하는데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환자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동지들의 투쟁이 적극 지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력 대폭 충원은 환자의 의료서비스와 직결되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심정을 대변한 사이다 발언”이라며 속 시원해 했다. [발언 전문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을지병원 노동자들은 이런 파업 지지 활동으로 큰 힘을 얻고 있다. 노원지역대책위는 소속 노조와 단체들이 릴레이 지지 방문과 연대 발언 등 파업 지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북돋는 지지와 연대는 더욱 확산돼야 한다.

을지병원 사측은 당장 임금을 대폭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연은정 발언 전문

“한 달 전쯤 고대의료원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러 갔습니다. 고대의료원은 ‘1조 클럽’ 병원[한 해 예산이 1조 원이 넘는 병원]인데 노동자들 임금 인상률은 물가 인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사실상 동결이고 비정규직도 4년에 걸쳐 몇십 명만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해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고대의료원 노동자들 착취하고 환자들 주머니 털어 간 돈으로 ‘1조 클럽’된 병원이 또 외래병동을 짓는다며 투자하고 있습니다.

을지병원도 비슷해 보입니다. 을지병원 당국이 동지들의 파업을 폄하하면서 ‘병원의 주머니 사정 봐달라’, ‘우리도 임금 인상 해 주려 했다’는 어이 없는 변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동지들, 지금 임금 수준 어떻습니까? 이 병원에서 20년을 일한 노동자가 다른 사립대병원 1년차 임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부문도 있습니다.

‘돈 못 준다’, ‘지역 분열 조장 말라’며 헛소리하던 을지병원 당국,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의정부에 병상 1천을 훌쩍 넘는 최상급 종합의료시설 짓고 있습니다. 5354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지금 병원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감내하며 임산부가 구부려 앉아 창틀을 닦고, 감염위험 구역에 들어갈 때도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해 노동자들이 돈을 모아 안전 제품 사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의료기사, 행정직, 사무직 동지들이 비정규직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병원 업무가 돌아가는데 중요하지 않은 직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을지병원은 임금, 비정규직, 인력 문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게 벌써 몇 년입니까! 병원 직원들이 이런 데서 일하고 싶겠습니까?

이런 환경을 조장하는 병원이 환자를 생각하며 종합의료시설 짓겠습니까? 뉴스를 보니 보건의료 문화 선도하겠다고 하는데, 병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 처우는 시궁창을 기게 만드는 병원이 무슨 문화를 선도합니까? 저들이 선도하는 문화는 보건의료 문화가 아니라 노동법 위반 종합 선물 세트 문화입니다. 을지병원은 당장 건물 지을 돈으로 병원 노동자들 임금 대폭 인상하고 비정규직 즉각 정규직화해야 합니다. 그건 바로 환자의 건강할 권리와 서비스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어머니가 경희의료원 간호사 출신이십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일하시며 쌓인 피로와 고통 때문에 아프셔서 퇴직하시고 지금 집에 계십니다. 집에 돌아오면 항상 파김치였던 걸 기억하는데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환자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동지들의 투쟁이 적극 지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력 대폭 충원은 환자의 의료서비스와 직결되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동지들의 투쟁이 승리한다면 이 투쟁을 바라보는 병원 노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다른 작업장의 노동조건을 높이는 투쟁에 큰 자극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리며 연대를 넓히겠습니다. 승리합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