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은 지난해 총선 결과가 부진하자, 혁신을 모색해 왔다. 올해 당대회에서 당 강령을 바꾸고 조직구조를 개편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이 혁신안은 노동 중심성을 약화시키고 사회운동과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노동자 연대〉 관련 기사) 그래서 혁신안의 핵심은 당명에서 “노동”을 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울산, 창원 등 조직 노동자 당원이 많은 지역의 반발로 당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당내 강경 페미니스트 경향은 이 결과에 불만이었던 듯하다. 당내 강경 페미니스트 경향을 대변하던 노동당 김윤영 여성위원장은 11월 20일 당명 개정 무산 등을 이유로 탈당을 선언했다. 노동당내에서조차 “유리벽”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윤영 전 여성위원장은 이미 올해 초에도 “노동” 당명과 정규직 남성 조직 노동자 출신인 이갑용 당대표의 존재가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청년·여성층에게 호소력을 갖기 힘들다며 문제 제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그 시점은 조기 대선이 예상되고, 이갑용 당대표가 노동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관측되던 때였다.(사회당계는 오랫동안 대선에 거르지 않고 후보를 출마시켰다.) 그때 이갑용 대표가 출마했다면, 노동과 재벌 문제를 강조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노동당 여성위의 젊은 활동가들의 문제 제기는 당이 “노동”당으로, 정규직 중년 남성 노동자로 표현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의사 표시였다.

김윤영 전 여성위원장은 탈당의 변에서도 당명 변경이 불발된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당 바깥의 근본적 페미니스트 경향의 압력을 당 내에 전달하는 한편 그들을 노동당으로 당기고 싶어 했던 듯하다.

근본적 페미니즘 경향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윤영 여성위원장의 공개 탈당 선언은 이갑용 대표가 대선 대응 무산, 당명 개정 무산, 민주노총 선거 대응(좌파 공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사무총장과 부총장의 사직서를 수리한 직후에 나왔다. 이갑용 대표는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지방선거까지 자신이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노동당 지방선거준비위원장이 이갑용 대표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울산 동구, 경남 거제와 창원 등 영남 노동자 밀집지역에 승부수를 두고 싶어 한다. 노동 의제를 중심으로 노동자 지구에서 성장하려는 것이 진보·좌파 정치의 성장에 바람직한 것이겠지만, 당 혁신안으로 “노동” 당명의 폐기를 냈던 지도부의 선거 계획치고는 얄궂은 것도 사실이다.

김윤영 전 여성위원장은 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노동”당명으로, 노동을 강조하며, 노동자 대표로 선거를 치르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갑용 대표가 일련의 일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읽힌다.

이 점에서 여성위원장의 탈당으로 당내 강경 페미니스트 경향과, 당을 주도하는 사회당계가 갈라설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근본적 페미니스트 경향을 지지해 온 사회당계 리더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윤영 전 위원장 탈당의 변에 사회당계 청년 노동당원들이 응원과 향후 연대를 기약하는 우호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김윤영 씨의 탈당과 일부 동조 탈당은 노동이냐 젠더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최후 통첩을 던진 것이고, 이런 분열 지향적 요구는 노동당이 더 약화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동조 탈당 의사를 밝힌 당원들은 지난해 총선 때 서울 마포에서 “아재정치 OUT” 등의 극단적 슬로건으로 하윤정 선본 활동을 했던 알바노조 활동가들이다. 김윤영 전 여성위원장을 비롯해 이들 중 일부는 ‘2차가해’ 개념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다룬 책의 폐기를 선동하는 등 출판·표현의 자유조차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노동 VS. 젠더 이분법적 주장이 노동당을 약화시키고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음을 노동당 지도부는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선거

한편, 민주노총 울산본부 임원선거와 관련해 울산 노동당원 일부가 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특정 후보에 대한 현장의 반발도 있다.) 이 선거에 출마한 3개 후보조 중 2개 조에 각각 노동당 당원이 출마했고, 이갑용 대표가 그중 한 후보조를 지지한 것에 반발해 베테랑 당원이 공개 입장 표명 후 탈당했다.(지난 여름의 한 투쟁에서 잘못된 행보를 한 일부 노동당 소속 후보들에 의한 해당 작업장 수준에서의 반발과 비토도 상당한 듯하다.)

이갑용 대표가 지지하는 후보조는 친사회당계 후보들로 이뤄져 있다. 경쟁 후보조에는 정치 배경이 다른 노동당원이 포함돼 있다. 이에 반발해, 울산 동구의원을 지낸 현대중공업 노동자 당원이 공개 탈당하며 비판하기를, 당대표가 “2명의 당원을 두고, 이런 사람은 안 되고 이런 사람은 지지한다”는 식으로 현장 조직을 분열시킨다고 했다.

게다가 이갑용 대표가 지지하는 후보조 중 한 명인 현대차 1공장 박성락 후보에 대해서는 노조 공식 현장기구인 1공장공동현장조직위원회가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이 위원회의 의장도 노동당 소속으로 그도 당을 공개 탈당했다. 신차 투입 투쟁 등을 잘못 이끌어 패배하는 등 1공장 사업부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면서, 산적한 현장 투쟁을 방기하고 선거에 출마한 것이 무책임하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다.

이갑용 대표가 반발을 무릅쓰고 울산본부장 선거에 개입해 특정 경향의 당원을 지지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갑용 대표 자신을 포함해 노동당이 당선 가능한 진보 단일 후보로 뽑히려면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운영하는 위치에 서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친사회당계를 밀면서, 옛 진보신당 출신 노동자 당원들이 자신이 배제되는 압력을 상당히 받고 있다고 느꼈을 수 있다.

노동당의 고참 노동자 당원들은 ‘노동 중심성’(노동조합주의적 방식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을 부정하는 사회당계, 그들과 동맹한 이갑용 지도부를 불신하는 듯하다.(다만 불신의 대안적 정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호한 듯하다.)

노동이냐, 젠더냐?

외견상으로는 ‘노동 중심성’을 거부하는 당내 친사회당계 페미니스트 경향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출신 노동자 당원들이 동시에 이갑용 대표를 조준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사실 이갑용 대표는 근본적 페미니스트 경향에 대한 비판을 삼가왔으면서도, 선거 득실을 따질 때에는 ‘노동 중심’ 정치를 말하는 등 실용주의적 결합을 추구해 왔다.

이 점에서 김윤영 전 여성위원장이 당 내에서 “유리벽”을 느꼈다고 하는 것은 일말의 진실을 말한 것이기는 해도 부풀려진 것이다.

이갑용 대표가 실패를 인정한 사안들도 노동 쪽으로의 기반 확대 시도가 실패한 것도 있지만(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좌파 공조 실패) 당내 강성 여성주의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다가 반발을 산 것도 있다.

가령 노동당 노동위도 여성위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자연대와의 공동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그것은 민주노총 선거에서 좌파 공조가 실패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퇴진운동과 올해 대선에서도 노동, 청년, 여성은 주목받는 의제이자 사회집단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정확히, 노동, 청년, 여성을 강조해 1987년 이후 진보정당 역사상 역대 최대 대선 득표를 했다. 출판 동향을 봐도 지난해 이후 청년층 독자 사이에서 ‘페미니즘’이 주목받는 것도 확실하다.

그러나 이것을 ‘노동이 아니라(Either/Or) 젠더’ 식으로 볼 이유는 없다. 여성과 성의 억압은 자본주의의 필요에 따른 것이므로 여성 해방과 성 해방은 자본주의의 핵심 모순인 계급 모순과 연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계급 운동이 이 문제를 자신의 요구와 단단히, 적극 결합시켜야 한다. 임금과 고용에서의 여성 노동자 차별 폐지, 육아와 복지, 낙태 합법화 등. 노동과 젠더를 불필요하게 대립시켜 놓고 양자 택일을 강요하는 것은 이런 연결(Both/And)을 가로막고 운동의 분열을 부를 뿐이다.

노동당에서 유력한 정치는 이 쟁점들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지방선거 방향과 전망(누가 대표가 돼서 이끌 것이며,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 등), 더 길게는 노동당의 성장 전망(개혁주의와 노동계급에 대한 태도 등)을 두고 미래에도 상당한 내적 긴장과 쟁투가 벌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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