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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승객 안전 해치는 철도공사:
철도공사는 인력을 충원하라

철도공사는 최근 철도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 수당 삭감, 명절 상여금 반납 등을 요구하며 임금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본지 220호 기사, ‘철도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저지 투쟁을 지지하자’ 참조). 올해 인건비 지출을 줄이려고 노동자들에게 휴무까지 강제해 놓고 그것도 모자라 더욱 쥐어짜려 한다.

그간 철도공사가 인건비 지출을 줄여 온 방법 하나는 교대제 노동자들을 주간 근무(일근제)로 강제 전환하는 것이다. 야간근무 수당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철도공사는 최근에도 철도 건축 분야 노동자 66명을 강제로 주간 근무로 돌렸다.

ⓒ출처 철도노조

철도공사의 핑계가 가관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느 사측 관리자는 교대제가 없어졌으니 “건강상 얼마나 이로우냐”고 했다.

그러나 철도에서는 야간근무가 불가피하다. 열차가 다니지 않거나 승객이 없을 때 해야만 하는 작업들이 상당하다. 그러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열차가 빈번히 다니는 주간에 선로로 들어가 작업을 해야 한다. 열차 운행 중 작업으로 숨지는 노동자가 적지 않은 것에서 보듯,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바로 얼마 전 6월에도 노량진역 선로에서 일하던 시설 노동자가 열차에 부딪혀 숨을 거뒀다.

따라서 인력을 대폭 충원해 노동강도를 낮춰야 하고, 휴게 시간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가 중요하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야간 근무 인원이 없는, 18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노동자들에게 행선지를 확인하고 비상 소집 문자를 보내겠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놨다. 사실상 휴식이 아니라 '대기'인 것이고, 안전도 취약해질 게 뻔하다.

인력은 줄이고, 점검 주기는 늘리고

또한, 철도공사는 스크린 도어 점검 인력이 부족하다며 집수정(지하로 들어온 물을 모으는 시설)을 점검하던 노동자들을 스크린 도어 점검 업무로 발령 냈다. 인력을 충원하지는 않고, 1일 1회 실시하던 집수정 순회 점검을 주 1회로 줄여 위험을 확산시키고 있다.

집수정에 고인 물을 지상으로 퍼올리는 펌프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선로나 역사가 침수된다. 지난 10년 동안 잘 알려진 철도역 침수 사고만 네 건이나 된다. 가장 최근에는 2016년 분당선 지하 수원역에서 침수 사고로 열차 운행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철도 건축 노동자들은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휠체어 리프트 같은 시설물 관리 외에 소방·방재 업무도 한다. 지하나 터널 구간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화재 사고시 연기 유입을 조절하는 환기 설비도 점검한다. 지하나 터널 구간에서 열차에 화재가 발생할 때, 환기 설비가 제대로 작동해야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만 배출돼 피난로를 확보할 수 있다.

가령,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는 사고 당시 출동한 건축 노동자가 연기 유입 경로를 차단한 덕분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런 시설물 점검이 평상시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고는 더욱 끔찍한 참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점검 주기는 늘리고 인력은 줄여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시민들의 안전은 내팽개치고 있다.

수도권 건축 업무를 담당하는 철도노조 서울건축지부 노동자들은 9월부터 서울역에서 교대제 폐지 철회,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대시민 홍보 활동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울건축지부 노동자들의 요구처럼, 철도공사는 야간근무 폐지를 철회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인건비 부족 운운하지 말고, 승객과 철도 노동자들의 안전에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