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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연규홍 총장 취임과 함께 학내 갈등은 마침표를 찍었는가

11월 28일 〈한겨레〉는 연규홍 총장(이하 존칭 생략) 취임 이후 한신대가 “개혁의 깃발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학생과 교직원도 총장 후보자 선출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고, 학교와 교수·직원·학생 등 4자 협의회가 정한 절차에 따른 총장 신임 평가 등에도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규홍은 한신대 갈등의 원인이었던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을 지지한다. 지난해 총장 후보자 공청회 당시, “매년 학과 평가 제도를 통[해] … 하위 10개 학과들은 20퍼센트, 4~6위 학과는 10퍼센트, 7~10위 학과들은 5퍼센트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한신학보〉 2016년 03월 22일치). “학과 융복합”도 제시했는데, 사실상 정원 감축을 통한 학과 통폐합을 하겠다고 주장한 셈이다.

게다가 연규홍은 4자 협의회에서 이미 결정된 총장 선출 방식(학내 구성원들이 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교수 60 : 직원 20 : 학생 20의 비율로 반영해 총장 후보자 2명을 선출해서 이사회에 상정한다)을 무시하고, 이사회가 독단으로 선임한 총장이다. 연규홍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그가 총장에 선임된 것 자체가 “소통”이 아닌 불통의 소치이다.

이사회는 지난해에도 학내 구성원 총투표를 무시하고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투표 3위였던 강성영)을 총장으로 선임했다. 심지어 이에 반발하는 학생들 20명 이상을 무더기로 경찰에 고소하고 학생 사찰 자료를 넘겼다. 이번에 연규홍을 총장에 선임한 것도 이사회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앉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부합하는 학사 운영을 진두지휘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셈이다.

그러므로 최근 한신대 김성구 교수가 학생들의 연규홍 총장 퇴진 투쟁을 비난하며 사실상 이사회를 편드는 글을 〈참세상〉에 기고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이는 학생들의 불만과 투쟁의 맥락을 무시한 채 당시 총장 선출 투표 자체가 불법이었다는 학교 당국의 사후적 논리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참고기사 〈노동자 연대〉 181호 ‘한신대 비민주적 총장 인준 안 부결: 비민주적 학사 운영과 불통 정책에 제동을 걸다’)

총학생회는 연규홍 총장이 선임되자마자 총장실 문을 막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기자회견, 릴레이 단식, 연대 성명이 이어졌다. 이런 맥락에서 연규홍 총장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정기총회(이하 기장총회)에서 3표 차로 간신히 인준받았다.(한신대 총장은 기장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정식으로 총장에 취임하게 된다.)

이후 신학과 학생 33명이 “죽은 한신에서 무얼 더 공부하겠습니까” 하며 자퇴서를 제출하고, 연규홍 총장 신임·불신임을 묻는 학생 총투표에서 92.7퍼센트(투표율 44퍼센트)가 연규홍 총장을 불신임했다. 신학과 학생들은 연규홍 즉각 퇴진과 민주적 총장선출을 요구하며 삭발 후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신학대학원 학생들과 신학과 교수들도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이런 투쟁 끝에 총학생회는 연규홍 총장 취임식 전에 총장과 “한신대학교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서 총학생회는 향후 총장 선출 과정에 교수·직원·학생이 참여하는 것과 연규홍 총장에 대한 신임 평가를 하기로 약속받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연규홍 퇴진’이 빠졌다. 그동안 운동의 선두에 있었던 총학생회가 학생 총투표 결과를 중시하지 않은 채, 퇴진해야 할 대상과 협약을 맺은 것은 매우 안타깝다.

물론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한 총장 후보자 추천이라는 변화는 진일보이다. 그러나 사실 이 방안은 이미 4자 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었으며(이사회가 이행하지 않았을 뿐), 여전히 기장총회의 인준 절차가 남아 있으므로 획기적 변화라고 하기는 힘들다.

연규홍이 신임 평가에 눈치를 보며 구조조정을 중단할지도 알 수 없다. 많은 학생들이 불신임하고, 30명 이상이 자퇴서를 내고, 13일 동안 단식을 했는데도 퇴진하지 않던 총장이 4자 협의회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고 해서 정말로 자진해서 물러날까?

퇴진해야 할 연규홍 총장과 총학생회장이 웃으며 협약서를 들고 있는 사진이 〈한겨레〉에 게재된 것을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한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아직 실행되지 않은 협약으로 투쟁의 고삐를 푸는 것이 아니라, 연규홍 총장 하에서도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이번 투쟁의 핵심 배경이 된 반교육적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이 재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