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지난해 말 이후 투자가 증가하고 성장률이 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의 클럽 OECD는 올해와 내년 선진국의 투자 증가율이 각각 3.2퍼센트와 3.1퍼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해, 2016년 1.3퍼센트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2010년대 들어 지속돼 온 투자 감소와 설비 조정 결과, 과잉 공급이 어느 정도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이윤율이 조금 회복된 듯하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과잉 생산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설비 감축을 추진해, 철강 1억 1000만 톤, 석탄 3억 5000만 톤 감축 등을 추진했다.

설비 조정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고 이윤이 늘자 기업들이 다시 설비 투자에 나선 점이 수요 확대의 주된 요인이다.

설비 투자와 함께 건설 투자도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으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요국의 주택 건설이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 들어 주택 투자가 다소 둔화됐지만, 유로존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에서는 올해 주택 건설 투자가 경제 성장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무역도 늘고 있다.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2016년 2.4퍼센트에서 올해 4퍼센트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교역량 증가로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득을 보고 있다. 사드 배치 등으로 갈등을 겪은 중국에 대한 수출도 올해 10월까지 13.4퍼센트 성장했다.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6퍼센트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2015년과 2016년에 2년 연속 감소했던 것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전체 수출입액도 다시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설비 투자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산업은행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설비 투자가 195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7.8퍼센트(14조 1000억 원) 늘었다. 2011년에 8.4퍼센트 증가한 이후 6년 만에 최대이다.

이처럼 수출과 설비 투자가 증가하고 건설 경기 호황이 지속되면서 3분기에는 성장률이 전기 대비 1.5퍼센트(전년 동기 대비 3.8퍼센트)까지 올랐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3퍼센트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한 불안정성

2012년 이후 2퍼센트대 성장을 해 온 점이나, 지난해 한국 정부가 내놓은 2017년 성장률 전망치가 2.6퍼센트였던 점, 많은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2퍼센트대 초반 성장을 예상했던 것에 비춰 보면 꽤 높은 성장이다.

이처럼 2017년 세계경제는 2015~2016년의 낮은 성장률에서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경기 회복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전 세계 투자 증가가 2019년까지 계속되면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하는 반면, 경제연구소들은 여러 불안정성을 지적하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성장률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여전히 기업 이윤 회복이 불충분해, 부문별로 성장이 불균등할 뿐 아니라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여러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로존·일본 등지에서는 고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고 있고, 물가 상승률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중국의 성장을 떠받쳐 온 건설 경기도 내년에는 위축될 조짐이다. 중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11조 3000억 위안(약 1853조 원)을 기록해 2016년보다 20퍼센트 늘어났으나, 내년에는 12퍼센트 증가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의 부채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9퍼센트나 됐다.

미국과 유럽이 양적 완화를 축소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도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는 않겠지만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 건설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들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를 일으킬 가능성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갈등이나 전 세계의 지정학적 위기 등도 세계경제에 위협 요인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 강도를 높여 갈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양국에 대한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로 중국 수출이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에 따른 중국의 압박도 계속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한미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고, 삼성·LG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검토 등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은 석유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도 불균등하고 여러 불안정 요인이 남아 있다.

불균등한 한국 경제 성장

예를 들어, 올해 한국의 설비 투자 증가액 14조 1000억 원 중 반도체 투자 증가분이 10조 원으로 70퍼센트나 차지했다. 수출 증가도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IT 부문과 석유·화학 제품 등 특정 산업 부문이 이끌고 있다.

올해 4사분기 들어 나타난 ‘3고 현상’(금리·원화·유가 상승)도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물론 미국·유럽 등의 금리 인상 흐름과 OPEC의 석유 감산 합의 파기, 미국의 셰일석유 투자 확대 가능성 등은 원화 강세와 유가 상승을 억제할 것이다(중동 정세가 급변하면 유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14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큰 타격을 주고,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건설 경기에 타격을 줄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 예측을 보면, 대출 금리가 0.25퍼센트포인트 늘어나면 연간 이자 부담이 2조 3000억 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2.25퍼센트까지 오르면 이자 부담이 9조 3000억 원 발생하는 것이다. 일자리와 소득이 충분히 늘지 않는다면 30만이 넘는 고부채 가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고용 증가도 매우 불균등하다. 올해 일자리는 32만 개가량 늘 것으로 보이지만, 50대 이상의 일자리는 30만 개 이상 증가한 반면, 29세 이하 청년 일자리는 오히려 5만 개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청년실업률은 10퍼센트를 넘고 있으며, 취업 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2퍼센트를 넘는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 일자리 증가가 12만 개나 되는 반면, 제조업 일자리는 제자리걸음이고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는 23만 개로 예년보다 줄어들었다. 내년에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 일자리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여러 불안정 요소가 남아 있다. 이는 장기 불황의 근본 원인인 이윤율 하락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 불황이 한결같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30년 대불황 시기에도 1930년대 중반에 경기 회복이 나타난 바 있다.

경기 회복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줄 수 있다. 물론 앞서 봤듯이 경기 회복에 불균등이 있어, 자신감 회복도 불균등하겠지만 말이다. 그동안 억제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에 나서는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북돋는 일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