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사용자 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시작했다.

지난 4일 창원 공장이 인소싱을 강행해 비정규직 48명이 유급 휴직에 내몰렸다. 부평 공장도 이달 말 비정규직 70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사용자 측이 인소싱 계획에 따라 2차 하청업체 하나를 폐업하고 1차 하청업체들의 경우에도 일부 공정을 축소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는 생산량 감소에 대응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공격의 일부다. 전에 가동률이 비교적 높았던 창원과 부평 1 공장 등도 올해는 생산량이 다소 줄었다. 최근 PSA(푸조시트로엥 그룹)가 한국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현지 생산하겠다고 밝혀, 내년에는 생산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경제 위기가 낳은 생산량 감소, 노동자는 묵묵히 일한 죄밖에 없다 ⓒ조승진

GM 본사가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현재 한국GM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한국GM 사용자 측은 비정규직 인력을 일부 줄이고 정규직의 임금·노동조건도 더 끌어내려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사장 카허 카젬은 비정규직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정규직의 임금 교섭에서도 “경영 악화”를 강조하면서 양보를 주문하고 있다. 안 그래도 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업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과 전환 배치 등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 당장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에 직면하지는 않을지라도, 현재 가해지는 구조조정 압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비정규직 해고도 연말마다 하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들과 달리 인력 감축을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만만찮은 싸움이 되고 있다.

금속노조가 실질적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들은 즉각 저항에 나섰다. 특히 두 달여 전부터 부분 파업을 해 온 창원 비정규직지회는 전면 파업으로 수위를 높이고 인소싱 대상이 된 한 부서에 모여 항의를 지속하고 있다. 원청 관리자들이 작업에 투입돼 있지만 생산이 원활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런 투쟁의 결과로 최근 노동부는 4주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불법파견, 대체인력 투입, 인소싱과 노조 탄압 등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용자 측을 압박할 힘이 있다. 지난해에는 사용자 측이 창원 공장에서 경차 ‘스파크’의 생산에 매진하는 상황을 이용해 2주간 전면 파업으로 승리를 거뒀다.

올해는 스파크 생산량이 줄고 대체인력까지 투입돼 그런 효과가 줄었지만, 세계적 생산 네트워크의 이점이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인소싱 대상이 된 엔진 부서에서 부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GM 우즈베키스탄 공장의 가동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무엇보다 연대가 절실하다. 금속노조와 한국지엠지부(정규직 노조)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홀로 고립되지 않도록 연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12월 4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김호규 집행부는 ‘비정규직 우선 해고 저지와 총 고용 보장, 인소싱 반대’ 등을 사업계획에 명시해 달라는 대의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호규 위원장이 직접 “수정안의 취지를 받아 싸우겠다”고 약속한 만큼 실질적인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우선 창원 공장의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금속노조의 방침을 따라 현재 사용자 측과 진행 중인 관련 협상에서 인소싱에 만만찮게 반대해야 한다.

바닥을 향한 경쟁

아쉽게도 그동안 창원 정규직 노조 집행부는 ‘장기계약직의 고용은 보장하지만 단기직의 고용은 보장하기 어렵다’는 타협안을 비정규직 노조에 강요해 왔다.

그러나 노조가 취약한 부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공격을 수용하면, 사용자 측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다시 장기계약직의 해고와 조건 악화를, 정규직의 임금 양보를 요구하기가 더 쉬워질 수 있다. 2015년 군산 공장의 정규직 집행부가 비정규직 해고를 수용한 결과가 보여 주는 바다.

특히 GM은 공장 ‘철수설’을 카드로 노동자들을 위축시켜 양보를 끌어내기로 유명하다. 또, 한 공장 안에서도 신입사원들에게 임금을 절반만 지급하는 이중임금제를 도입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을 끌어내리는 식으로 이간질과 각개격파를 시도해 왔다.(관련 기사: 김하영, ‘어떻게 GM은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 왔는가?’)

지금 한국GM이 비정규직(의 더 취약한 부문)을 해고하는 것을 용인한다고 해서 나머지 노동자들의 고용과 조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지금 이 공격을 막아야 한국GM 사용자 측이 더 큰 공격에 엄두를 못 내게 만들 수 있다.

한편,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을 위해 정규직의 임금을 양보하는 것은 효과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한국지엠지부 지도부는 ‘총고용 보장’을 주장하면서, 사용자 측이 미래 발전 전략을 제시한다면 “파업을 자제하고 인건비 상승 완화에 협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임금 축소와 고용 보장을 맞바꾼 협상 경험을 돌아보면, 노동자들의 조건이 지속 악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또, 노동자들이 싸울 자신감을 잃고 조직률도 낮아져 투쟁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폭스바겐 등 독일 금속노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닥을 향한 경쟁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도 한국GM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해고에 반대해 연대 투쟁을 해야 한다. 세계화된 자동차 생산 체제에서 이런 압력은 금속노조의 다른 완성차(현대·기아차) 노동자들과도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