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은 우리의 이웃이자 동료이다 ⓒ조승진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다. 1990년 UN총회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채택된 것을 기념해 2010년 제정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주노동자 유입국(소위 선진국들)은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 협약이 이주노동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 가족 결합 권리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촛불 운동 덕분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도 이 협약의 비준은 약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이 공약한 이주민 처우 개선 약속이 후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랐다. 지난 8월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 이동 금지 때문에 네팔 이주노동자 두 명이 연이어 자살했다. 5월에는 경북 군위의 돼지농장에서 이주노동자 두 명이 안전 장비를 지급받지 못한 채 정화조를 청소하다가 질식사하기도 했다.

사업장 변경 금지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 종속시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이런 비극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야만적인 단속·추방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돼 단속 과정에서 부상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속출했다. 지난 6월 수원의 한 건설 현장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단속 도중 이주노동자를 집단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에는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가 살해당했는데, 가해자는 미등록 체류자였던 피해자를 단속이 있다는 거짓말로 유인해 성폭행하려다가 실패하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올해 10월 미등록체류자는 24만 4000명에 이르러 2006년 이래 가장 많았다.(그동안 전체 이주민 숫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미등록 체류율은 낮아졌다.) 이는 단속·추방 정책으로 미등록 체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에게는 커다란 고통을 가져다 준다.

또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이주노동자의 임금에서 숙식비를 사실상 강제로 공제할 수 있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했지만, 이주노동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가 숙박 시설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는 68퍼센트였다.

이 지침 시행으로 통상임금의 20퍼센트까지 공제할 수 있게 돼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알량한 임금조차 대폭 삭감하는 숙박비 공제 지침을 폐지하라는 지속적인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이주민 외면한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11월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초안(이하 기본계획안)에서 올해 이주노동자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내몬 정책들을 폐지하거나 개선하겠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문재인이 비준하겠다고 공약했던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과 ‘강제근로 폐지에 관한 협약’(제105호) 등에 따르면,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용허가제는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제도다. 그러나 기본계획안에는 사업장 이동 금지 폐지 등의 내용이 전혀 없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할 때 영장을 발급받도록 하는 것과 18세 미만 미등록 이주아동을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하지 못하게 하겠다던 공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신속출동팀’ 운영, 권역별 광역단속팀 확대 등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문재인은 ‘결혼이주민자 정착 및 인권보호를 위한 종합 지원체계 확립’과 ‘폭력 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운영지원 내실화’도 공약했다. 그러나 기본계획안은 ‘자립과 참여’ 능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결혼이주민 등 정주 이민자에 대한 복지 지원은 늘리지 않는다. 결혼 이민자 가정의 월평균 가구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32.6퍼센트나 돼(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복지 확대가 꼭 필요한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결혼 이주 여성들의 체류 자격을 보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미등록 체류자였던 태국 이주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에서 보듯, 안정적인 체류 자격 보장은 이주 여성의 정착과 인권 보호, 폭력 피해 방지에도 필수적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배우자의 신원 보증이 있어야만 체류 자격을 갱신할 수 있다. 귀화하기 위해서도 배우자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정 폭력을 당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고통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난민에도 우호적이지 않다. 10월까지 올 한 해 동안 심사 결정자 수 대비 난민 인정자는 1.9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는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1.5퍼센트)보다 조금 높을 뿐이다. 2011년부터 난민 인정률 지표들은 계속 떨어져 왔고, 2013년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올해 5월과 6월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난민 신청자 4명이 강제 송환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계획안에 난민 인정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은 없다.

인종차별 반대

이주노동자 100만 명을 포함해 이주민이 200만 명인 상황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처우를 개선하는 데서 인색하기 짝이 없다.

올해 미등록 체류자 단속 “실적”을 홍보하며 내년에 “특히 서민 일자리 잠식이 심한 건설업종에 대한 집중단속으로 국민의 일자리 보호·확대”하겠다고 최근 밝힌 것을 보면,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업과 복지 부족의 책임을 이주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주민의 대다수는 한국에 부족한 노동력을 제공해 경제에 기여했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제국주의 긴장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이주민 차별에 반대하며 단결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인종차별은 정부와 사용자의 책임은 가리고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므로 노동계급 전체에게 해악적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의 권리와 복지가 축소되는 것은 다른 취약한 사람들의 권리와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인종차별 반대는 노동운동의 중요한 요구가 돼야 한다.

최근 이주노조는 전국 곳곳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규약을 개정해 조직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기존 노조에 가입하는 데 여전히 문턱이 높고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기 위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과 조직화 노력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은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인 이주노동자와 연대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함께 참가합시다!

2017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대회’

수도권 대회

  • 일시: 12월 17일(일) 오후 2시
  • 장소: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
  • 주최: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 민주노총

부산울산경남권 대회

  • 일시: 12월 17일(일) 오후 3시
  • 장소: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2층 강당
  • 주최: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대책위

대구경북권 대회

  • 일시: 12월 17일(일) 오후 3시
  • 장소: 대구 2·28 기념공원
  • 주최: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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