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화재 사고가 벌어진 지 닷새째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29명 희생자들의 장례는 26일 모두 끝났다.

장례식이 진행된 제천서울병원, 제천명지병원 등은 황망하게 고인을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오열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운구차는 희생자들이 일했던 작업장 등을 거쳐 가기도 했다. 철도 기관사이자 조합원이었던 희생 동료를 떠나보내려고 철도노조 제천승무지부 조합원들도 함께했다.

제천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추운 날씨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합동분향소 주변은 물론이고 지역 곳곳에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분통

화재 원인을 밝히려는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이 있었고, 유가족 일부도 함께 화재 현장을 찾았다.

유가족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건물 안전 관리를 두 눈으로 보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참사 초기부터 큰 원인으로 지목된 드라이비트 공법과 외장재만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스프링클러는 작동도 하지 않았고, 비상등은 전선이 일부 끊어져 있었으며, 불도 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비상계단은 찾기도 어렵고 가로막혀 이용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건물 자체가 소방안전불량 ‘종합 세트’였던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난달 소방안전점검에서 대체로 지적됐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방치된 채 사고가 났다.

전 건물주, 현 건물주, 건물관리인이 건물 불법 증축, 소방법 위반으로 입건됐다.(구속영장이 발부될 듯하다.) 안전보다 비용절감을 우선해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적반하장

문재인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도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사회를 만드는 데는 진정한 관심을 안 보이면서 목소리만 높이는 정치인들에게 지역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와 원내대표 김성태는 ‘현장 대처 미흡’ 운운하며 제천 화재 사고를 세월호 참사에 빗댔다. 세월호 참사 구조에서 무능의 끝을 보여줬고, 사고 원인 규명까지 적극 방해했던 자유한국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게다가 그들은 2018년 소방관 인력 확충 예산에 반대했던 자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방 인력과 장비 부족을 말하지만, 내년 소방공무원 확충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수준이라는 점을 본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의혹

한편, 지역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권석창은 출입 통제된 현장에 진입해 금지된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안하무인 행동으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장 훼손 문제 등으로 유가족들도 일부만 참관했던 터다. 그는 불법적 당원 모집, 식사비 대납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자다.

화재 건물의 실소유주가 자유한국당 소속 현 충북 도의원 강현삼이라는 의혹도 있다. 현 건물주 이모 씨는 강현삼의 처남이다. 그가 20억 원이 넘는 건물을 살 능력이 있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마치 이명박의 다스 의혹을 연상시킨다.

공교롭게도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강현삼은 충북도의회의 건설소방위원회 소속이다. 소유주가 누구든 소방 안전 점검 등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고 넘어간 것에 이런 특수관계가 배경이 된 건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자유한국당은 역겹게 세월호 운운할 것이 아니라 자당 도의원의 책임 여부나 밝힐 일이다.

구조

소방당국의 구조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초기 대응에서 소방 인력과 장비 부족이 구조를 어렵게 한 것은 분명하다. 제천 화재 사고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구조대원은 4명에 불과했다. 구조 장비도 노후화해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장애가 됐다.

이런 문제는 3년 전에 이미 지역에서 지적된 바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도내 소방안전 현황 분석’(2014년 10월 30일)에서 제천소방서가 소방공무원 1인당 가장 넓은 면적을 담당하고 있고, 차량 노후도가 40퍼센트에 이른다고 밝혔다. 차량 10대 가운데 4대는 제대로 구조 활동을 못 한다는 것이다.

구조시 시설물 훼손 관련해 소방대에게 처리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오히려 훼손시 배상의 책임이 소방대원 개인에게 돌아가도록 된 것도 문제다. 이번에도 불법 주차, 건물 인근 펜스 등 즉각적인 조처를 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다.

물론 가스통 문제 정도를 제외하면, 화재 현장 대응(현장 판단)이 늦고 서툴렀다는 지적이 여전히 있고, 이 점은 (구조적 문제와 연결 지어) 앞으로 규명할 문제다.

그럼에도 시스템의 문제라는 게 너무 분명하다. 기업주나 시설 소유주들은 눈앞의 수익에 급급해 안전을 소홀히 하고, 정부는 안전 관련 예산을 쓰거나 안전 규제를 철저히 해야 할 책임을 기피했다.(기업주와 소유주들의 편의 봐 주기, 이 과정에서 종종 더러운 거래가 오간다.) 이번 참사에서도 이윤 중심 시스템이 문제를 낳고 키운 것이다.

ⓒ제공 소방방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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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제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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