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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창립을 지지하며:
전교조는 기존 입장 철회하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지지를 결정해야 한다

1월 6일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이 창립했다. 역사적인 기간제교사노조 출범은 전국기간제교사연합(전기련)을 중심으로 한 기간제 교사들의 투쟁이 맺은 결실이다. 지난 여름 기간제 교사들은 정부의 기만적인 비정규직 정책에 항의하며 투쟁을 벌였다. 정부는 매몰차게 그들을 배제했지만,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투쟁을 지속하기로 한 기간제 교사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은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고 고용안정과 정규직화 실현”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제 교사들은 쪼개기 계약, 기피 업무 분장, 성과급 지급 표준 호봉의 차별 등 여러 가지 차별을 겪고 있고, 무엇보다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 재계약이 될지 매년 불안하고, 계약 기간 내에도 휴직 교사가 중간에 복직할 경우 해고되기도 한다.

ⓒ이미진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는 참교육 실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교사가 겪는 차별과 고용 불안은 교육의 질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간제 교사를 늘려 온 이유는 해고가 쉬운 교사를 채용해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한 교원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는 신자유주의 교원 정책에 제동을 걸고 교사 수를 확충하는 투쟁의 일환이기도 하다. 또한 기간제 교사 제도는 정부가 학교 현장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그들의 처지가 불안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정규직 노조)의 힘도 약화될 수 있다.

기간제교사노조 앞에 놓인 길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전교조와 같은 이유로, 설립하자마자 법외노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그들의 처지 때문이다. 학생 수 급감에 따른 교사 정원 축소는 기간제 교사의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7만 조합원으로 성장한 학교 비정규직 노조도 출발할 때부터 여건이 좋았던 것은 결코 아니다. 기간제교사노조도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노동조합의 힘은 단지 조합원 수, 재정, 기구 안정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층 노동자들의 염원을 받아안고 싸우는 것에 달려 있다.

이런 투쟁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교조 정규직 교사들이 기간제교사노조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우선 기간제교사노조의 출범을 지지하고 연대를 표명하자. 또 주변의 기간제 교사들에게 기간제교사노조 가입을 권유하고, 그들이 용기 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학교장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그들을 방어하는 활동을 벌인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단결을 위해

전교조와 별도로 기간제교사 노조가 만들어지면 정규직 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의 단결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사가 하나의 노조 안에서 단결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실제로 전기련은 그간 활동하면서 기간제 교사들을 조직해 전교조에 가입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교조 중집이 기간제 교사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인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고, 전교조 대의원대회마저 비정규직 교·강사의 정규직화 현장 발의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상황은 달라졌다.

전교조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반대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독자 노조 설립은 기간제 교사들이 원해서라기보다 전교조가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아 생긴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해야 한다.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들의 절실한 요구인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간제 교사 운동을 전교조 안에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정규직화 요구를 버리거나 삭감해야 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온갖 차별이 비정규직이라는 지위로부터 나오므로, 차별 폐지도 정규직 전환 투쟁 안에서 자리매김 해야지, 둘을 분리할 수 없다.

독자 노조 설립은 현재 기간제 교사들이 처한 조건에서 단결과 투쟁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사실, 지난 7월에 전교조 중집이 문재인 정부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배제 정책을 규탄하고, 기간제 교사들의 투쟁을 지지했다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펼쳐졌을 수 있다. 전교조 중집이 조합원 탈퇴 압력에 밀려 정규직화 반대 입장을 냈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 조직화를 통한 전교조의 확대와 활성화 기회가 날아간 셈이다.

비록 당장은 단일한 교원노조를 이루지 못해 아쉽더라도 전교조 조합원들은 이런 점들을 돌아보면서 기간제교사노조와 그 운동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나란히 일하는 동료 교사로서 기층에서 실질적인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장차 더 큰 단결을 향해 나갈 초석이 될 것이다.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지지를 결정해야 하는 이유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서 기간제 교사들을 배제했을 때 전교조 지도부는 이에 맞서 기간제 교사들과 함께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결정을 했다. 여기저기서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경향신문〉은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부조직 편제에서 제외하고, 전교조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고 꼬집었다.(2017.10.24 사설) 이런 비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광범한 사회적 정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대의원대회 이후 전교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무슨 결정을 한 것인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을 한때 호되게 치른 ‘홍역’쯤으로 묻어버려서는 안 된다. 소나기 지나갔다는 심정으로 덮어서는 안 되고 바로잡아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올해에도 계속될 중요한 쟁점이라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정규직 교사운동의 건강성과도 관련된 문제다.

전교조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는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전교조가 내놓는 어떤 비정규직 대책도 전교조에 쏟아졌던 실망과 비판에 대해 면피하려는 것으로 보일 뿐 진지한 자성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들의 손을 놓은 바람에 그들은 독자 노조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전교조가 정규직화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기간제 교사들과 연대를 구축한다면 장차 하나의 노조로 통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는 입장으로의 전환이 그 첫 출발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