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 교육위원회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세 개가 상정돼 있다.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이 모두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냈다.

우리 나라에서 사립학교는 중등교육의 32퍼센트, 고등교육의 8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립학교 재단들의 현실은 비리 투성이에 비민주적 학사 운영으로 점철돼 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38개 사립대학 종합감사 결과, 2천억 원의 돈이 횡령·유용으로 사라졌다. 사립 중등교육기관의 평균 재단전입금액 비율은 2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법으로도 금지된 강제 종교 교육에 항의하던 강의석 군이 퇴학당한 대광고, 학교의 비민주성을 비판한 학생을 편들었다는 이유로 교사가 해임당한 용화여고 등이 모두 사학재단들의 비민주적 전횡 사례다.

이런 횡포들은 현행 사립학교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교원 임면권이 이사장의 권한이라서 학내 저항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친인척 비율이 3분의 1까지 허용되며, 비리를 저질러도 2년이면 재단 운영에 복귀할 수 있어 사적 통제권을 보장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학재단보호법’, ‘사학비리양산법’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따라서 사립학교법 개정은 신자유주의에 맞서 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진보적 교육개혁을 이루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자본가 정당들은 법 개정에 열의가 없고 강력한 기득권 세력인 사학재단 눈치 보기에 바쁘다.

대선에서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약속한 노무현은, 사립학교를 폐쇄하겠다는 사학재단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학교장 교원 임면권과 개방형 이사제 도입, 학교 운영위 교사 참여 등을 개정 법안에서 누락시키거나 약화시켰다. 그것들은 전교조 등이 포함된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가 핵심 과제로 지목한 것이었다.

사립학교법 개정 시도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개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은 공익성을 강화하기는커녕 개정안에 자립형 사립고 허용을 포함시켜 한술 더 뜨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반해, 민주노동당의 안은 비리 관련자 복귀 제한 시점을 10년으로 하고 이사회 구성 중 친인척 비율을 5분의 1로 제한하며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기구화, 사학 청산시 재산 국가 귀속 등을 통해 사학비리 봉쇄 조치를 강화했다.

그리고 교원 임면권 공영제를 실시하고 학부모회, 교사회, 직원회, 학생회 등 자치기구를 법제화하며 이들 자치기구와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3분의 1 이상 이사회에 포함시키는 공익이사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학교 운영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법안이다.

그러나 사학재단 소유주들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하는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의 안을 국회 입법 논의에서조차 배제하려 하고 있다. 4월 22일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 민주노동당 안의 대표 발의자인 최순영 의원의 참석을 막고 회의장에서 쫓아냈다.

우파 언론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이 사립학교를 전교조 등의 정치투쟁의 장으로 몰아넣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진실은 이렇다. 조선일보사, 동아일보사, 중앙일보사 등 우파 언론 자체가 사학재단의 소유주들(각각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사학재단을 옹호하는 우파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으로 가장 일관된 민주적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에게 투기 의혹 공세를 편 것이다. 우익의 공세에 부화뇌동해 당내 일부 세력이, 〈조선일보〉 기자도 투기가 아니라고 인정한 최순영 의원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유감스럽다.

한편, 전교조는 사립학교법 개정 투쟁에서 열린우리당과 공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전교조가 민주노동당의 개정안이 현실적으로 통과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작년 4대 개혁입법 논란에서 보듯이 결국 자본가 양당 간 막판 협잡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

2004년의 교훈은 우리 운동이 자유주의 자본가 정치인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전교조의 압력에 밀려 4월 사립학교법 개정 주간 캠페인을 열린우리당과 공동 주최한 것은 유감이다.

전교조는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의 요구안을 가장 일관되게 반영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법안을 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