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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1주기:
단속·추방 중단하고 외국인보호소 폐쇄하라

촛불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주민 차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단속지역을 24개소에서 34개소로 늘리고, 정부 합동 단속 기간을 연 20주에서 22주로 확대하며, 단속 인원도 339명에서 4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일자리 보호 및 치안 불안감 해소 차원”이라며 이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위선이다. 지난 몇 년만 해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졌고,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책임지지 않아 산하 공공기관들에서 해고가 벌어지는 것을 보라.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곳에서 한국 경제에 기여해 온 사람들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취약한 조건 때문에 더 불리한 조건 속에서 일해 왔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것이지, 미등록 체류자를 없애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사냥’이라고 지탄받아 온 단속이 강화되면 이주민들의 고통이 더욱 커진다. 상시적인 위협과 불안 속에 지내야 하고, 일부는 단속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는 등 위험한 사고들이 속출한다. 지난해에도 이런 일이 끊이지 않았다.

감옥보다 열악한 환경

‘외국인보호소’ 문제도 심각하다. 야만적인 과정으로 단속된 이주민들이 출국하기 전까지 구금되는 곳이 외국인’보호소’다. 2007년 발생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는 외국인보호소의 끔찍한 실태가 비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당시 참사로 억울하게 구금돼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10명이 불에 타거나 질식해 사망했고 17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새로 지은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에 스프링클러 같은 기초 안전 설비조차 없었고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

심지어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은 쇠창살 문을 열어달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비상사태’ 발생 시 유일한 행동지침이 “재소자 탈출 방지”였던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2월 11일은 참사 발생 11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러나 외국인보호소의 실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이주민 인권운동 단체인 ‘아시아의 친구들’이 지난해 12월에 발간한 ‘2017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활동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 준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은 2016년에 연인원 13만 명이 넘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숫자였다. 보고서는 1년 동안 격주로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해 구금된 이주민들을 면회한 결과를 담았다. 이주민들이 전한 외국인보호소의 실태는 인권유린의 온상이라 할만하다.

외부 햇빛과 공기를 접할 수 있는 운동 시간은 주 2회였다가 최근에서야 3회로 늘었다. 교도소에서 매일 30분 이상 외부 운동장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것에 견줘도 한참 못한 것이다. 의복을 한 벌밖에 지급하지 않아 세탁할 때 옷을 벗고 있어야 한다는 불만도 있었고, 보호소 내 직원들이 폭언과 폭행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이뤄지는 의료진의 회진 시간은 한 사람당 1~2분에 불과하고 질병에 관계없이 똑같은 약을 제공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증세가 심해 외부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구금돼 있어 일을 할 수 없는 이주민들이 이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돈이 없어서 볼펜 뚜껑을 이용해 스스로 이를 뽑은 사례도 있었다.

이토록 열악한 곳에 아동, 임산부, 정신질환 환자, 장애인까지 구금돼 있다. 산재나 질병으로 장애 증세가 심한 이주민의 수발을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다른 이주민들에게 맡겨 양쪽 모두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국인보호소 구금에는 기한이 없다. 법무부 장관의 허가만 있으면 사실상 무기한 구금도 가능하다. 실제로 방문활동을 하며 면회한 39명 중 31명이 90일 이상 구금돼 있었다. 한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 신청자는 무려 4년 8개월 동안 구금돼 있었다.

'아시아의 친구들'의 김대권 대표는 "징역 5년이면 살인죄의 법정 최저형으로 알고 있다. 이 청년이 저지른 과오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정도로 큰 것인가?" 하고 되물었다.

자국 대사관이 여권 발급을 늑장 처리하거나, 돈이 없어서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체불임금이나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장기구금되는 일도 벌어진다. 여수 참사 당시에도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고(故) 에르킨 씨가 180만 원의 체불임금을 받지 못해 11개월 넘게 갇혀 있다가 변을 당했다.

난민 신청했다가 4년 8개월 구금

가장 많은 장기구금의 사유는 난민 신청이다. 난민 인정 절차가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터무니 없이 낮다. 난민 불인정 결과에 불복해 재심과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의 심사결정자 수 대비 난민 인정률은 고작 2퍼센트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가짜 난민’을 걸러내겠다며 매우 까다로운 난민 심사를 정당화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체류기간을 연장하거나 강제추방을 지연시키려고 난민 신청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담긴 방글라데시 출신 난민 신청자의 사연은 이런 시도가 얼마나 부당한지 보여 준다.

그는 정치적 탄압을 피하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왔다. 그런데 재고용 신청과 체류기간 연장 처리를 해주겠다던 사장이 변심해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하고 미등록체류자가 됐다. 난민 신청을 하려고 스스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갔지만 미등록체류자라는 이유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그리고 끝내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는 “입국 당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뒤늦게 난민 신청과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도 [진짜로 난민이라면 왜 처음부터 난민 신청을 하지 않았느냐고] 끝없이 의심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단속반에 집단폭행을 당한 중국동포 이주노동자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단속반에게 삼단봉으로 가격당한 그는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가 돈이 없다고 하자 단속반은 고작 진통제 두 알만 줬을 뿐이다.

“저는 처음에는 이런 억울한 일에 대해 끝까지 잘못된 점을 밝히고 해결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곳 보호소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힘듭니다.”

결국 그는 구금된 지 약 2주일 만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야만적인 단속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문제제기 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는 2월 8일 국회 앞에서 여수 참사 11주기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정부의 단속 확대 계획을 규탄하며 단속·추방 중단과 모든 미등록 이주민의 합법화, 이주민을 외국인보호소에 무기한 구금할 수 있게 한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의 폐지를 요구했다.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이주민을 모두 합법화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보호소는 폐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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