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이다.


제러미 코빈은 사용자들에게 타협할 때가 아니라 사용자들을 공격할 때 가장 코빈답다 ⓒ출처 Neil Terry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협상이 점차 정점을 향하는 가운데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 각각의 입장은 각 당 내부의 세력 균형을 보여 준다. 22일 총리 지방관저에 모인 정부의 브렉시트 위원들은 총리 테리사 메이가 유럽연합과의 향후 관계를 위한 협상에서 어떤 점들을 공략할지의논했다.

그 자리에서 “세심한 관리 하에 규제를 다양화”한다는 원칙이 채택됐다. 이 구상은 영국과 유럽연합 간 교역을 크게 세 부문으로 분류한다. 첫째 부문은 유럽 전역의 생산망과 긴밀하게 통합된 산업들(자동차, 화학, 의약품 등)이다. 이 산업들은 유럽단일시장*과 동일한 규제를 따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둘째 부문에는 주되게 서비스 산업(런던의 금융업이 핵심이다)이 포함되고 “상호 인정”을 토대로 교역을 한다. 다시 말해 유럽연합과 영국은 상대방의 규칙을 인정하고 핵심적으로 영국의 이 부문이 유럽단일시장에 접근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셋째 부문은 영국이 단일시장에 연연하지 않는 산업들이다. 로봇 산업이나 무인차량 산업 같은 새 분야다.

이런 안이 나온 배경에는 내각 내 충돌하는 두 파벌을 모두 만족시키겠다는, 거의 불가능한 목표가 있다. 한편에는 유럽단일시장과 최대한 가깝게 남으려는 재무장관 필립 해먼드 같은 사람들이 있다. 또 다른 편에는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 [국제통상장관] 리암 폭스가 이끌고 있는 브렉시트 강경파가 있다. 이들은 유럽연합과 결별한 후 미국·중국의 훌륭한 무역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메이의 구상이 보수당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바깥 세계, 특히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에 남아 있을 27개국(이하 EU-27)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도날트 투스크는 메이의 구상이 “순전한 착각을 기초로 한다”고 즉각 공격하고 나섰다.

투스크의 반응은 EU-27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자 유럽연합 측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가 거듭 밝힌 내용을 반복한 것이다. 바르니에는 영국에 두 가지 선택만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영국이 유럽단일시장에 남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유럽연합의 규제를 따라야 하고(결정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유럽 사법재판소의 사법권을 받아들여야 하고, 유럽연합 소속 국민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계속 인정해야 한다. 하나같이 메이나 영국 내각의 브렉시트 강경파가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들이다.

두 마리 토끼

영국의 다른 선택지는 유럽연합과 [캐나다-유럽연합FTA 같은] 자유무역협정을 맺는 것이다. 이 경우, [영국의] 제조업은 유럽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지만 금융 등 서비스업은 그럴 수 없다.

보수당 정부는 이 둘 중 어느 것도 택하지 않으려고 이른바 “맞춤형” 협상(메이의 표현)을 하자고 요구한다. 보리스 존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바로 이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왜 EU-27은 이런 입장일까?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런 입장을 영국에 강제할 만하기 때문이다. 영국 기업들에게 유럽연합 시장이 갖는 중요성은, 나머지 유럽 기업들에게 영국 시장이 갖는 중요성보다 크다. 둘째, 지금보다 복잡한 입장을 취하면 EU-27 내부에서 차이가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정부는 바르니에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자본주의는 런던 금융가와 영국 자동차 산업에 큰 돈을 투자해 왔다. [민간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의 찰스 그랜트에 따르면,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바르니에의] 자유무역협정 안이 “영국과의 교역을 지나치게 제약할까 봐” 우려한다. [영국은 스웨덴, 이탈리아, 폴란드, 네덜란드 등이 이런 입장에서 바르니에의 요구를 완화시키길 기대한다.]

사정이 이런 만큼 EU-27은 [규제 다양화가 아니라] 단순하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한편 보수당 내 소수파인 유럽연합 잔류파 의원들은 메이가 EU-27과 좀더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남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는 내각의 브렉시트 강경파가 싫어하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거치지 않고는] 다른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최근 관세동맹을 지지하며 영국이 “단일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기업 언론]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것이 메이에 대한 압력을 키울 것이라며 “영리한 행보”라고 썼다. 그러나 코빈의 이런 처신은 노동당 내 유럽연합 잔류파 의원들의 요구에 타협한 것이기도 하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볼프강 뮌차우는 “[관세동맹 잔류를 허락하는 조건으로] 유럽연합이 자신의 규칙을 따르라고 영국에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봤다. 이 말은 유럽단일시장에 남을 때 수용해야 하는 신자유주의적 제약이 그대로 부과될 수 있다는 뜻이고, 바로 이 때문에 코빈은 지금까지 관세동맹에 옳게 반대해 왔다. 때로는 “영리한 행보”가 현명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94호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