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노동자연대 주최로 열린 ‘차별과 착취에 맞선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있다. ⓒ이미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110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집회 ‘차별과 착취에 맞선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렸다. “전투적 기념일”(러시아 여성 혁명가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을 맞아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여성 해방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퇴근길을 재촉해 참가한 노동자들,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대학생들, 노동자연대 회원들 120여 명이 참가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세종호텔노조 박춘자 위원장, 서경지부 고려대분회 서재순 부분회장, 서울대병원 김진경 지부장이 연단에 올라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에 대해 연설했다. 노동자연대 최미진 활동가는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와 오늘날 여성 해방을 위한 과제를 주장했다.

연설자들이 투쟁의 승리 경험을 얘기할 때 많은 참가자들은 함께 자신의 일처럼 박수를 치며 기뻐했고 사측의 어처구니 없는 공격에 대해 소개할 때는 함께 분노하고 탄식을 하기도 했다.

집회가 끝나고 한 참가자는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차고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여성들이 투쟁 속에서 어떻게 변하고, 주변을 바꾸는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노동자연대 최미진 활동가 ⓒ이미진

사회자 양효영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대통령이 당선했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대로인 지금 우리 스스로 투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집회를 시작했다.

여성 해방을 위한 투쟁의 역사를 담은 사진 슬라이드 상영이 끝난 뒤 최미진 활동가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여성 해방 없이 사회주의 없고 사회주의 없이 여성 해방 없다’는 전통을 오늘날에도 이어가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단지 피해자인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 있는 존재입니다.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을 두고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존재라고 했고 여성 노동자들도 중요한 일원입니다.”

투사가 된 여성 노동자들

세종호텔 박춘자 위원장의 솔직하고 생생한 발언은 큰 감동과 울림을 안겼다. 박춘자 위원장은 직장에서 무시와 차별이 당연시되던 여성 노동자들이 어떻게 스스로 조직해 싸우면서 강해졌는지를 생생히 소개했다.

“객실 청소와 식당 설거지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정규직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사원이었습니다. 한 노동자가 ‘왜 우리는 다른 남성 직원처럼 승진이 없어요? 30년 정년이 되도 캡틴조차 달 수가 없는 건가요?’ 하고 노조에게 말했습니다.”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끈 뒤로도 세종노조에서는 객실 분실 사고 책임 배상, 휴대폰 압수, 병가, 육아휴직 등 여러 쟁점에 대해 단체로 목소리를 냈고 그 덕분에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용기 있는 투쟁과 승리 경험이 소개될 때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세종노조는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처음엔 가족들이 투쟁을 만류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많은 가족들이 투쟁을 지지한다고 한다. 여성 노동자뿐 아니라 남성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도 많이 변했다고도 했다.

“투쟁이 개인의 삶을 바꿨습니다. 매주 목요일 집회가 열리는데 한 조합원은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모든 준비를 해놓고 집회나 선전전에 나옵니다. 정기 집회를 하는 목요일 저녁에는 집에서 전화가 안 와요. 어쩌다 전화가 오면 ‘투쟁 중이야!‘하고 당당히 소리치는 조합원도 있습니다.(참가자 일동 웃음)

“투쟁이 편견을 깨고, 우리를 단결시키는지 배웠고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오늘 집회의 주제에 걸맞게 우리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춘자 위원장은 힘찬 구호로 연설을 마쳤다. “단결된 노동자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세종호텔노조 박춘자 위원장 ⓒ이미진

골리앗 사립대학에 맞서 연전연승해 온 고려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이끌어 온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고려대분회 서재순 부분회장의 자신감 넘치는 연설이 이어졌다.  

“[대학에서] 최저시급도 못 받는 노동자가 많았는데 2011년도 집단교섭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투쟁 시급 300원, 500원 올리려고 밤새서 투쟁했어요. 이제 최저임금 오르니 온갖 꼼수를 부립니다. 최근에는 임금투쟁이 아닌 3시간 알바말고 8시간 정상 근무자를 두라고 요구했어요. 잠도 많은 대학생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도와줬습니다.

“연세대 백양로 지하 시설을 엄청 잘 해뒀거든요? 근데 노동자 월급 깎으려고 학생들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이 어려워 노동자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퇴직자 자리에 알바를 넣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요. 이 투쟁을 꼭 도와주길 바랍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 김진경의 연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의 희망을 보여 줬다. 그는 조합원 사이에서 “비정규직 지부장”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조합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 헌신해 왔다고 한다. 또한 박근혜 주치의였던 “의료 적폐” 서창석 병원장에 맞서서 투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999년부터 외주화가 시작돼 확대됐는데 서울대병원노조는 이 문제를 매우 중시해 승리를 이끌어 왔다. 지난해에도 비정규직 297명을 정규직화했고, 그중 80~90퍼센트가 여성이라고 한다.

“정규직의 양보를 말하는데 그걸로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 쉽지 않습니다. 자본과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7월에 싸울 텐데 많이 와서 연대해주십시오. 있는 힘껏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서경지부 고려대분회 서재순 부분회장 ⓒ이미진
의료연대본부 김진경 서울지역지부장 ⓒ이미진

마지막으로 자매단체의 국제 사회주의 활동가들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돼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들이 여성 해방을 위한 세계적 투쟁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참가자들에게 확인시켰다.

폴란드 낙태죄 반대 시위 조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 노동자민주주의 활동가 안드레이 제브로프스키는 “여성 차별은 계급 문제”라면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구실을 강조했다. 폴란드 낙태 반대 시위에 참가한 활동가들의 지지 메시지도 있었다. 아일랜드 사회주의노동자네트워크의 자매 활동가 브리드 스미스와 메리 스미스도 “여성들의 열정 없이는 혁명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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