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대중공업도 2016년 5월 ‘희망퇴직’ 실시 이후 2년 만에 또다시 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4월 16일부터 29일까지 근속 10년 이상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2400명 ‘희망퇴직’을 접수하기로 한 것이다. 4월 9일부터는 만 55세 이상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기정년 선택제’ 신청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계열사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도 같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한다.

일감이 남아 있는 대형 조선소에서 생산을 완전히 멈추는 전면파업을 한다면 사측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은 이미 2015~2016년 구조조정으로 3500여 명이 해고돼, 지난해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1만 6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협력업체 노동자까지 합쳐 3만 명가량이 해고된 것으로 추산된다.

2015~2016년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노동자를 3000명가량씩 줄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다시금 정규직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조선회사들이 2015~2016년에 이어 또다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2016~2017년의 극심한 조선업 불황 때문에 올해 매출과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선박 건조에 1~2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일감이 급감한다.)

2016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300만 CGT(선박 무게에 부가가치 계수를 곱한 무게 단위)로 1996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2500만 CGT로 늘어났지만, 이조차도 2011~2015년 평균 발주량 4300만 CGT의 58퍼센트에 불과했다.

또한 이번 구조조정은 비정규직 중심의 조선업을 유지해 앞으로 언제든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길 수 있도록 만들려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조선업은 2000년대 호황으로 노동자 수가 2002년 10만 명이 채 안 됐던 것에서 2015년에는 20만 명가량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9만 명이나 늘어난 바 있다.

최근 조선 수주가 조금씩이나마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또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현대중공업 사측이나, STX조선에서 정규직 해고를 밀어붙인 정부 모두 비정규직 중심의 조선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셈이다.

정부는 4월 5일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5조 5000억 원 규모의 공공 발주로 조선회사들을 지원하고, 조선업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0월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정부는 수주 회복이 예상되는 2022년까지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자구 계획’(구조조정) 이행률을 높이고, STX조선·성동조선 구조조정을 완결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형 조선 3사에 매년 3000명씩, 1만 5000명의 신규 채용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최근 성동조선·STX조선해양에서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인 정부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사측은 없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또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판을 깔아 줬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해고 추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울산 지역 예비 후보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자유한국당 울산 동구당원협의회는 삭발까지 하며 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조선업 구조조정을 추진한 자유한국당이나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에 협력하고 있는 민주당을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조선 노동자들은 해고, 임금 삭감, 순환 휴직 등으로 큰 고통을 감내해 왔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최근까지도 5000여 명이 순환 휴직 중이다.

조선 노동자들이 고통을 전담할 까닭은 없다. 특히 현대중공업처럼 수주가 늘고, 일감이 남아 있는 대형 조선소들의 경우 생산을 완전히 멈추는 파업을 한다면 사측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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