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4월 25일 경찰이 TV조선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혐의는 TV조선 기자가 드루킹의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서 태블릿PC와 USB 등을 훔친 것이다. 우파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TV조선이 ‘오버’한 데 이어 경찰도  ‘오버’한 듯하다.

TV조선 기자들은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하며 경찰과 대치했다. TV조선은 압수수색 전에 이미 절도 사실을 공개 인정하고 문제의 태블릿PC 등은 물론이고 해당 기자의 노트북, 휴대전화까지 경찰에 제출했었다.

그것만 가지고도 조직적 절도 여부를 알아내는 데에는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왜 TV조선 압수수색 시도 퍼포먼스를 했을까?

경찰청장 이철성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권력기관 수장 중 거의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찰은 김경수-드루킹의 여론 공작 유착 수사에서 줄곧 여권 봐주기 수사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경찰의 압수수색 퍼포먼스는 TV조선과 우파를 정치적으로 압박할 의도였던 듯하다. TV조선은 드루킹 사건을 최초 보도한 매체다. 압수수색 대치로 절도 혐의를 부각시켜 드루킹 사건이 우파의 문재인 정부 흠집내기 공세로 비쳐지게 하고, 우파와 TV조선이 정부 비판과 폭로를 하기 부담스럽게 만들려 한 듯하다.

게다가 최근 검찰 내에서 고故 장자연 사건을 재수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공교롭게도 고故 장자연이 접대 강요를 받아 만났던 조선일보 쪽 고위 인사가 TV조선의 현 대표이사 방정오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의 아들이다.

TV조선의 드루킹 사건 보도와 고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 움직임 중 어떤 게 원인이고 어떤 게 반작용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최근 상황이 현 정부와 조선일보사가 기싸움을 벌인 것임은 알 수 있다. 지배계급 내 쟁투가 매우 치열한 것이다.

십년 넘게 친노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가 언론 때문에 실패했다고 평가해 왔다. 문재인 정부도 여론 동향을 중시해 왔다. 그러므로 고故 장자연 사건 수사는 보수 언론을 압박할 유용한 카드인 셈이다. 망자의 한을 풀어주기는커녕 고故 장자연 씨의 죽음을 정치적 이해 다툼의 소재로 전락시킨 지배자들의 냉소가 메스껍다. 물론 조선일보사도 김경수 의혹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드루킹 사건은 민주당 판 온라인 여론 공작

드루킹이 민주당이나 친문 정치 그룹들과 관계 없다거나 심지어 둘의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쟁점 물타기 변호론이 유행하고 있다.

강경 친노친문 인사들의 지지를 받는 한 팟캐스트 운영자는 드루킹이 노사모 시절부터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폭로했다. 물론 드루킹이 도참(서)을 번역해 블로그에 올린 것은 기인스럽다. 그러나 그가 정치 블로거로 명성을 얻은 것은 친노친문 성향의 정치적 주장들이었다.

또한 기이함으로 말하면, 4년째 세월호 고의침몰설을 유포하거나 좌·우가 합작해 친노 정부를 괴롭힌다는 음모론적 가짜 서사(‘피해자 코스프레’)를 뻔뻔하게 유포하는 친노친문 인사들도 막상막하이다.

오히려 친문 진영에서 진짜 친문 감별을 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 판 온라인 여론 공작에 여러 팀들이 경쟁적으로 임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이들의 글을 보면, 가령 친노비문 인사 안희정이나 비노친문 인사 추미애에 대한 태도는 엇갈려도, 비노비문 인사 박원순, 이재명, 정의당과 심상정 공격이나 좌파와 노동단체 공격에 대해서는 일치했고 그 양상은 (우파 못지않게) 야비했다.

이명박근혜 시절 정부 기관이 한 것과 다르다는 것은 형식 논리다. 정부 비판적 의견이나 진보·좌파에 대한 조직적 여론 공작이라는 본질에서는 우파가 벌인 일과 같다. 팟캐스트 등의 매체를 통해 담론과 지지층을 형성하고 카페 등을 통해 지침을 공유해 SNS에서 활용하는 패턴도 같다. 

문재인 비판 글들에 “따역따”로 표현된 온라인 좌표 찍기(리더가 특정 기사에 평을 달아 띄우면 몰려가서 댓글을 달거나 특정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집중해서 누르는 것) 공격이나 민주노총이나 좌파 노동단체들에 대한 음해(“가짜뉴스” 유포 등) 등이 그랬다. 대선 직후 문재인 지지율이 낮게 나왔다며 난데없이 경북 성주 주민들을 비난 대상으로 삼은 것이나 민주노총이 이명박을 지지했다며 음해한 것이 그런 사례다.

물론 이런 온라인 공격이 기층 여론에 미친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분별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후 행보를 보면 이런 공격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조직적으로 행해진 것임을 능히 간파할 수 있다.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는 기술적 수단일 뿐이다.

그러므로 친민주당 개혁주의 언론인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댓글 조작을 한 사람들보다  (광고 수익을 위해) 뉴스 포탈 기사 배치 등을 임의로 하고 댓글 조작이 가능케 방치한 네이버를 본질적인 문제로 취급한 것은 일면만 강조해 진실을 가리는 일이다.

여러 변호론이 무색하게도 소극적이기 짝이 없는 경찰 수사에서조차 김경수 측과 드루킹의 거래 관계가 입증되고 있다. 둘 사이에 온라인 관련 ‘주문’과 ‘보고’가 오갔음도 드러났다.

둘은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더 높아 NSA의 전 세계 감시 활동을 폭로한 스노든도 사용한다는 시그널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그러니 김경수와 드루킹의 유착이 수사로 밝혀지지 않으면 ‘시그널’만 홍보해 준 셈이다!)

드루킹 측이 김경수의 보좌관에게 500만 원을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물론 이를 김경수가 알았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김경수와 관련된 압수수색 등 수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절차일 텐데, 경찰과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검·경 신경전은 여권 내분의 징후

김경수-드루킹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최근 날카롭게 신경전을 펼쳤다. 둘 다 수사를 성의없이 한 건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경찰은 김경수의 통신기록과 금융거래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기각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고 반박했다.

서로 정권과 코드를 잘 맞추고 있는 두 권력기관 사이의 갈등은 근저에 수사권 조정 문제가 한 요인인 듯하다. 공교롭게도 수사권 조정 논란만으로도 검찰과 경찰은 일방 수사 지휘가 아니라 상호 견제하는 관계처럼 되고 있다. 경찰이 결코 검찰의 단순 하위 파트너가 아님을 시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더 확립하는 개혁을 약속해 왔다. 그 가운데는 자본주의 국가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런 지향성이 최근의 여야 갈등과 맞물려 권력기관 간 쟁투로 표현된 듯하다. 이런 일은 장차 정치 위기로 나아갈 수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유지돼 지방선거 전망이 밝은 것처럼 보이자 공천을 둘러싼 갈등도 심하다. 가령 친문 진영 일부는 비노비문 인사 이재명이 친문 핵심인 전해철을 제치고 경기도지사 후보가 되자 오히려 이재명 음해에 나서고 있다.

정부 지지율은 높지만, 김기식 사퇴, 김경수-드루킹 특검은 과반이 지지했다. 묻지마 지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고공 행진 밑에는 정치적 마그마가 있다. 좌파(진정한 진보파)는 여야 모두로부터 독립적인 좌파 정치, 계급정치를 구현하려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