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전환 제외

출범 1년이 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하다. 노동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시작부터 실망을 줘 1년간 노동자들의 항의가 계속됐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이 절반이 넘어 문재인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은 무색해졌다.

학교 비정규직의 단 7.5퍼센트만이 전환 결정됐다. 기간제 교·강사 전부, 지자체 비정규직과 파견용역 노동자 상당수가 전환에서 제외됐거나 그렇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제시한 ‘상시업무 정규직 전환’ 원칙도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아래 표 참고)

전환 방식도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고용이 대다수라 차별과 열악한 처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임금체계인 표준임금모델도 내놓았는데,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시키는 내용이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 무색케 한 인천공항 모델

민주노총은 “더디기만 하고 미봉적인 개혁”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

공공운수노조는 전환 대상이 대폭 누락되고, 전환 방식도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중규직화’ 정도라고 평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하지 않으면 “정책 자체의 의미가 실종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5월 9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선언 1주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전환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문제점을 폭로했다. 용역 회사 계약 종료는 진전이 없어 전환이 지연되고, 승객보안검색 노동자들은 12조8교대 시행으로 노동조건이 더 후퇴했다.

무엇보다 임금과 처우 개선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사측은 비정규직의 근속도 일체 인정하지 않고, 처우 개선 비용에 용역회사의 이윤과 관리비 일부만 사용할 수 있다고 버티고 있다. 사측은 정부가 내놓은 ‘표준임금모델’을 명분으로 애초 합의보다 더 형편없는 처우를 강요하고 있다.

ⓒ이미진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인천공항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사례로 언급하기도 한다. 인천공항 사측이 처음 내놓았던 것보다 직접고용 규모가 늘었고, 자회사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며, 자회사 노동자들의 조건을 직접고용 노동자들과 동일하게 하기로 한 합의 등을 근거로 말이다. 이렇게 자회사의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의 성과를 부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문재인이 당선 직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던 상징적인 곳에서 진행된 정규직 전환이 고작 자회사 방식과 미미한 처우 개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른 사업장의 정규직 전환에도 기준선이 됐음은 물론이다.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은 대상자의 무려 70퍼센트를 자회사로 고용하는 방식이다. 직접고용은 30퍼센트 수준이다. 공공기관들이 한사코 직접고용을 피하고 자회사 고용을 고집한 것은 구조조정이 쉽고, 직접고용보다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처지 개선이 보증되는 것도 아니다. 공공기관인 철도공사 자회사들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이유다.

인천공항 공사 측은 직접고용 전환자들과의 동일 처우를 약속했지만, 그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자회사 노동자들이 동일 처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지만, 공사 측은 그것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됐지만, 노동자들이 흠뻑 지지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사측의 강경한 태도와 ‘다른 대안은 없다’는 노조 지도자들의 설득 속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실망과 불만족을 삼키며 어쩔 도리 없이 합의안을 수용한 것이다.

지금 대다수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인천공항 모델을 자회사의 문제점을 보완한 사례라고 본다면, 자칫 공공기관 사용자들의 자회사 전환 시도에 무기력할 수 있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공공부문 자회사 운영모델(안)에 인천공항에서 합의된 보완책들과 유사한 내용들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영모델(안)에 노동이사제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사진 중 소수인데다 권한도 미약한 노동이사제로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인천공항 방식의 자회사 전환이 노동자들의 바람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철도 발전 등에서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확고하게 지지해야 한다.

정규직화 반대 논란에 대처하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서 돌아볼 또다른 이슈는 일부 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태도다. 일부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보수적인 조합원들을 추수하면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 것, 전교조 지도부가 기간제 교·강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 것, 서울지하철노조 지도부가 임금·승진 등에 차별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 것 등이 그런 사례다.

그런데 최근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서울지하철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긍정적으로(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임금·승진 차별이 유지된 점이나 그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가 취한 태도를 돌아 봤을 때, 이 평가는 그런 문제점을 덮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에서 아예 제외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시가 서울지하철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한 것은 진전이다. 그러나 한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재정 지원은 전혀 책임지지 않았고, 사측은 정규직화를 추진하되 별도의 직급을 만드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러면 임금과 승진 등에서 차별이 생기는데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는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적인 조합원들의 압박을 추수해 이를 인정하는 합의를 했다.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간곡한 촉구를 외면하면서 말이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당시에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했다.

최근 철도노조 내에서도 일부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철도노조가 서울지하철, 전교조 등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현장의 투사들이 원칙 있게 정규직화 요구를 지지하고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를 조직하고 확대해야 한다.

한편, 얄궂게도 정부는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태도를 빌미로 자신의 부실한 정책을 정당화 한다. 4월 1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평가 토론회에서도 교육부 인사는 전교조 지도부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것을 들먹이며 기간제교사 전환 제외를 정당화했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위선적인 책임 떠넘기기를 못 하게 하려면, 민주노총 등이 확고하게 예외 없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요구를 방어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간제교사노조는 민주노총에게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대 정부 요구로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기간제교사노조의 여러 기자회견에 참가해 정규직화 지지를 표명한 바 있는데, 대정부 요구로도 채택하는 것이 일관된 태도일 것이다.

곧 발표될 2단계 정규직 전환

정부는 5월 중에 2단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6월부터 전환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2단계 전환 대상은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과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자회사들이다. 그 규모는 1만 6000여 명에 이른다.

2단계 전환 대상 기관의 92퍼센트는 자치단체의 출자·출연기관이다. 그런데 자치단체들은 1단계 전환에서도 재정 부족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에 가장 미온적이었다. 온갖 꼼수를 부렸다.

1단계 전환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진행될 2단계 전환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거나 더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대규모 전환 제외와 ‘무늬만’ 정규직화, 처우개선 미비 등이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 연대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하고, 무엇보다 기층 활동가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민간부문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역대 정부들은 중요한 노동 정책을 공공부문에 관철해 전체로 확산하려 해 왔다.

실제 자회사 방안은 곧바로 파리바게트, SK브로드밴드 같은 민간 대기업들로 곧바로 이어졌다. 대기업 사용자들은 저임금 고착화 방안인 ‘표준임금모델’도 비정규직 임금의 기준선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동운동 전체가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