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 정당들이 속속 후보를 확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진보 정당 5곳(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변혁당)의 후보를 자신들의 (지지) 후보로 발표했다. 

이 중 정의당과 민중당을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입장과 실천을 중심으로 비교했다. 노동당도 일부 지역에서 출마했지만, 정의당과 민중당에 대한 관심이 노동자 운동에서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인다. 녹색당은 노동운동과의 연계를 탐탁해 하지 않고, 변혁당은 후보가 없다. 

두 정당을 포함한 진보 정당들이 선전하길 바란다

정의당과 민중당 둘 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을 강조하고, 서울 등지의 주요 당내 경선에서 노동을 내세운 후보가 이겼다. 노동운동이 박근혜 정부에 맞서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촛불의 도화선 구실을 하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항의하는 사회 세력이라는 사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당은 문재인 정부와는 선명하게 다른 급진적 대안을 제공하는 일에는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흡하거나 배신적으로 행동한 일들을 숨김 없이 들춰 내고 과감히 맞서기를 꺼리는 행보를 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우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탓일 것이다. 지지율이 높은 여권을 비판했다가는 자신들의 투표 기반 일부도 이반할 것이라는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두 당은 남북 정상회담에도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연립정부 구상을 공공연히 밝혀 온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 비판 삼가기 태도가 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정미 대표는 줄곧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의 왼쪽 날개”라고 했다. 심상정 의원이 “나라는 민주당에 맡겼으니 지역은 정의당에 맡겨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정의당 — 민주당 ‘협치’를 의식한 발언으로 들린다. 얼마 전 이정미 대표는 문재인 정부 1년을 두고 “촛불로 탄생한 정부라는 국민의 기대에 손색없는 정부”라고 평가했다. 정의당은 6·13 지방선거 핵심 공격 타깃을 자유한국당으로 삼았다. 정의당은 의회를 통한 개혁을 중시하다 보니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반면, 민중당은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과의 인민전선 결성이 전통적인 전략이지만, 민주당은 그럴 생각이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여기에 현재 의석이 1석이라 의회 중심적 활동에만 의존하기에도 한계가 많다. (자민통 경향이 2010년에서 대략 2012년까지 민주노동당 내 주도권을 잡았던 시절에는 볼썽 사나운 의회 중심주의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에두른 정부 비판

정의당과 민중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동을 주요 슬로건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지방선거 노동 공약에서는 두 정당이 노동 존중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모두 공약하고 있어 대동소이하다. 또, 마트 노조, 파리바게뜨 노조 건설과 투쟁에서도 각각 민중당과 정의당이 긴밀히 관여했다. 

뻥튀기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교조 인정 외면, 민주노총 지도자 한상균·이영주 석방 거부, 최저임금 인상 효과 무력화, 중형 조선소와 한국 GM 구조조정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두 당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노동자들의 항의를 지지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과 한계를 철저하게 비판하기를 주저했다. 예컨대, 올해 초 근로기준법 개악안이 통과됐을 때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아쉽고 부족하다면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단계적 조치라는 점을 들어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려 했다. 반면, 민중당은 이 합의안이 임금 삭감 꼼수법이라고 비판하며 정부 행정해석 폐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실천 면에서는 두 당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정의당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 고무보다는 의회 활동에 주력한다(사회민주주의적 정·경 분업 원리에 따라 정당은 주로 의회 정치를,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임금 등 ‘경제’ 문제를 다룬다). (당이 운동을 지배한다는 스탈린주의 당 개념에 입각해) 민중당이 영향을 강하게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공무원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지도부가 공무원 노동기본권,  정규직 전환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후퇴하거나 요구 수준과 투쟁을 자제하는 타협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민중당과 그 당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간부들이 언뜻 ‘현장성’을 중시하는 언사를 하지만, 실천이 꼭 그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불만 대변

정의당은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 한반도 불안정의 주된 원인을 북한(핵무기)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주 사회민주주의적 조국 방위론 입장(북한을 비판하고 남한을 지지하는)을 보인다.

반면, 미국 제국주의에 비판적인 전통 덕분에 민중당은 미국 제국주의를 주되게 비판해 왔다. 

예컨대, 지난해 트럼프 방한 당시 민중당은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 건설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올해 3월 한미군사연합훈련에 대해 민중당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정의당은 훈련 규모 축소에 의의를 두며 대화를 촉구했다. 

두 당은 사드 배치 강행을 비판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 민중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규탄 입장을 냈지만 정의당 중앙의 비판은 찾기 어려웠다.(그러나 박창호 정의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가 공사 장비 반입 중단과 경찰 철수를 요구하고 사드 철수를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요란스레 비판하고서 정작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는 하지 않았을 때, 각각 아쉬움(정의당), 유감(민중당)을 밝혔다. 그런데 정의당은 “내용상 무효화 선언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며 정부 발표를 두둔하기도 했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남북 대화 국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의당은 독성 생리대 문제를 이슈화하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 진보 대중 사이에서 호감과 지지를 샀다. A대위 처벌 반대 등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서도 진보정당다운 목소리를 냈다.(지자체가 입법까지 다루는 건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이든 낙태죄 폐지를 공약에 반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민중당은 이번 지방 선거 공약에 포함시켰다.)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동안 ‘개혁’ 포장만 그럴싸할 뿐, 실질적 변화는 거의 없어 노동자들의 불만이 자라고 있다. 진보 정당들은 노동계급의 불만을 잘 대변하려 애쓰는 것이 노동자 투쟁에 이로울 것이다. 이는 진보 정당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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