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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대통령”이라더니 교사 수 줄이겠다?

문재인은 대선 때 ‘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 전 교육부는 교원 수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 초·중등 교원 신규채용 규모를 2018년 8500여 명에서 2030년 6000여 명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2000명 이상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10년 내 신규 교원 임용 규모는 반 토막 나게 생겼다. 매년 평균 교원 1만여 명이 퇴직하므로, 10년간 전체 교사 정원은 수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악의 교원 수급 대책”(전교조 논평)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교원 수급 계획이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것인 양 포장했다. “정부 임기 내(2022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국가 평균(2015년 기준) 수준에 도달[하겠다.]

그러나 이는 학령인구 ‘자연 감소’로 인한 결과다. 2015년 평균을 7년이 지난 2022년에서야 달성하겠다는 것도 자랑은 아니다.

무엇보다, 교육의 질을 진정 향상시키려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OECD 최상위 수준으로 교사 1인당(또는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마땅하다.

2013년 기준 GDP 대비 우리 나라의 정부 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4.0퍼센트다. OECD 평균 4.5퍼센트에 한참 못 미친다. 재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비를 늘리려 한다. 임기 내에 GDP 대비 2.4퍼센트(약 43조 원)를 2.9퍼센트 수준(약 60조 원)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이 17조 원을 교육에 투자하면 교사 수십만 명을 채용할 수 있다!

교원 구조조정

신규 임용 감소는 예비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 1인당 (또는 학급당) 학생 수 감소 등을 통한 교사 노동조건 개선이나 교육 여건 개선도 미뤄진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정규 교사 신규 임용을 줄였다. 그 자리를 기간제 교사 대폭 임용으로 메웠다. 그 결과 10년 사이 고등학교 정규 교원 수는 찔끔 증가했지만, 중학교 정규 교원 수는 실제로 줄었다. 반면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원은 같은 기간 3배로 늘었다(2005~2013년 교원 수급 통계). 현재 기간제 교사는 4만 7000여 명에 이른다.

정부가 장기적인 교원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를 주로 채용해 온 탓이다.

임용문 좁히고 기간제 교사는 해고하고 교사 선발 인원 축소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 제시”(교육부)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절망”이다 ⓒ조승진

정부가 정규 교사 임용을 억제하면서 법정 정원 확보율도 감소해 왔다. 김대중 정부 때 84퍼센트, 노무현 정부 때 82퍼센트, 이명박 정부 때 78퍼센트로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학급 수와 교사 정원을 줄였다. 교원 정원 산정 기준도 학급 수에서 학생 수로 바꿨다. 학생 수 감소를 교사 정원 축소와 연동시키려 한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신규 임용을 과감하게 줄이지는 못했다. 청년 실업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4000여 명의 임용 적체(합격하고도 발령을 못 받는 상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임용 대란’은 이 시한폭탄이 터진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교육부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은 박근혜 정부조차 반발을 의식해 밀어붙이지 못했던 실질적인 교원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기간제 교사 해고

정부는 지난해에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했다. 교사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라는 점을 이유로 댔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가 예비교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양 이간질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등 교사들의 신규 임용 교사 수를 30퍼센트나 줄여 ‘임용 절벽’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정부였다.

교육부는 “정원 외 기간제 교원의 해소를 위해 정규 교원의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기간제 교사의 해고로 현실이 됐다. 그러나 이번 교육부의 발표를 보면 “정규 교원 확충”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기간제 교사든, 정규 교사든 전체 교사 정원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진정한 속셈이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전교조 지도부는 정부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비판하지 않았다. 전교조 지도부가 정부의 이간질에 맞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고 교원 확충을 요구하며 함께 투쟁했다면, 정부가 교원 감축 계획을 대놓고 추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칼끝이 결국에는 정규직을 겨누기 마련이다. GM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험은 가장 최근 사례 중 하나이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투쟁은 비정규 교사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교원 구조조정(정원 감축)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그만큼 정규직 임용 교사 수를 늘리기 때문에, 예비교사들에게도 장기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